[컴퓨터월드] SW업계가 공정한 시장질서 구현을 외치며 개선을 요구해온 출혈경쟁 방지 대책 중 하나가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공입찰 SW에 대한 ‘기술평가 차등점수제’ 도입이다. 가격보다는 기술에 중점을 둔 평가를 통해 출혈경쟁을 막고, 충분한 역량을 갖춘 기업이 제값에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자는 게 도입 취지다.

그동안 공공 SW사업은 입찰 시 기술 9, 가격 1의 비중으로 점수를 부여하고 평가를 해왔다. 기존에 8대 2에서 최근 9대 1로 기술점수 비중을 강화했음에도 업체 간 기술점수는 소수점 이하 차이 정도만을 보여 결국에는 가격이 사업 수주를 결정하다시피 했다.

이에 SW업계는 평가 비중을 기술 9.5대 가격 0.5로 조정하는 등의 개선안을 요구했다. 기술평가 차등점수제도 이러한 개선안 중 하나였다. 특히 방위사업청에서의 선도 사례가 있어 SW업계의 환영과 기대를 받았다. 차등점수제가 시행되면 기술평가 1순위자에게 배점 한도가 부여되고, 차순위자에게는 차등점수만큼 감한 배점 한도가 부여되는 식으로 변별력을 높이게 된다.

이러한 차등점수제 시행을 위해 먼저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 ‘(계약예규)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제7조 6항과 7항에 차등점수제 관련 내용을 명시했다. ‘기술능력평가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계약에 한해 차등점수제를 적용한다(6항)’, ‘차등점수제 세부 절차와 기준을 정해 운용할 수 있다(7항)’ 등의 내용이다. 이어 최근 조달청이 ‘조달청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평가 세부기준’을 개정했고,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내용은 기술능력평가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3점 이내의 순위간 점수차를 지정해 차등점수제를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재부를 거쳐 조달청까지 관련 준비를 끝낸 차등점수제가 이번에 시행돼 자리를 잡으면 기술점수 차이가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벌어질 수 있어, SW업계의 해묵은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아직 제도가 시행 전인 만큼 여러 가지 우려도 있다. 차등점수제 적용이 기본이 아니라 ‘변별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인 만큼, 발주기관이 과연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제도를 시행하려고 하겠냐는 우려다. 담당자의 정보화 사업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도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차등점수제 시행이 담보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발주처 입장에서는 비슷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끼리의 가격경쟁이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에 시행을 꺼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차등점수제의 시행이 발주처 및 담당자에게 메리트가 될 수 있도록 시행 시 혜택이 강화돼야 한다. 특히나 예산 절감 노력을 하지 않고 고가에 사업을 진행했다며 불이익을 주는 일만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초창기 우수 사례를 찾아 시상하고, 격려할 수 있도록 SW업계와 정부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SW업계의 목소리가 모여 이뤄낸 변화의 시작인 만큼, 차등점수제가 잘 안착돼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