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월드] 게임업계에서 시작된 개발자 초봉(연봉) 인상 경쟁이 IT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일명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로 불리는 대표 테크업체들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개발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중소 IT서비스 및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은 속이 탄다. 한 중소 SW기업 대표는 “연봉 인상 전쟁이 벌어졌다는데 구경이나 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다른 세상 이야기다. 핵심 개발자가 이직하지나 않을까 걱정만 하고 있다”면서, “수백만 원이나 1천만 원도 아니고 2~3천만 원씩 차이나는 차이를 무슨 수로 메꾸겠나”라고 털어놨다.

사실 십여 년 전만 해도 개발자라고 하면 국내에서는 인식이 좋지 않았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자바(Java) 가능자를 뽑아간다는 이야기를 할 만큼 소위 건설 ‘노가다’에 비견되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개발자라는 직업의 위상이 크게 바뀐 것이다.

하지만 ‘연봉인상’과 ‘점프 이직’은 소위 능력 있는 상위권 개발자들의 이야기라고 한탄하는 목소리도 많다. 실제로 많은 현업 종사자들이 지금도 부족한 보상을 받으면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프리랜서 신분으로 고객사에서 파견근무를 하는 등 처우 면에서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위안이라면 이제 SW 프리랜서도 표준계약서가 도입됐고 7월부터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해진다는 정도다. 그러나 일부 중소SW 기업들은 정규직은커녕 프리랜서 인건비마저 부담스러워한다. 물론 이를 ‘전형적인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문제로 치부하는 시선도 있지만, 이를 우리 SW산업계의 뿌리 깊은 구조적 결함 때문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국내 SW기업들은 대부분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중견 규모 이하에 머물러 있다. 혹자는 SW기업들의 경쟁력을 탓하지만 그보다는 기본적인 사업 대가조차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다수의 의견이다. 대기업 및 중견SI 기업들 아래에서 공공기관 등 고객의 사업을 수행하면서 △대가 없는 추가 과업 수행 △SW라이선스 무상제공이나 대폭 할인 요구 △무상 인력 파견 요청 등의 갑질을 당하고 사업에 들어간 인건비마저 제대로 챙겨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22~25%에 달하는 외산SW와 비교되는 10% 전후의 낮은 유지보수요율, 저가경쟁을 은근히 유도하는 발주기관의 행태 등 SW업계가 20년 이상 성토해온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산적해 있다.

충분한 대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중소 SW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충분한 연봉을 보장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자연히 우수한 SW를 개발할 수 있는 인재들이 SW업계로 모이지도 않는다. 현재의 개발자 인력난은 갑작스럽게 속도가 빨라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인식이 나빴던 개발자라는 직군에 충분한 인재가 공급되지 못했던 국내의 상황 탓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이 시급하게 해결돼야 하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개발자 확보 전쟁에서 현재의 중소SW기업들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나마 발 빠른 기업들이 자체 교육을 확대하거나 특성화고, 전문대학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방법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업계 전반의 해결책이 되지는 못 한다. 우리 SW산업이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고 선진화됐을 때, 그때는 우리 SW업계도 실리콘밸리와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될 것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