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 설계 및 호환성 검증 선행돼야

[컴퓨터월드] 최근 행정안전부가 8,680억 원을 투입해 ‘행정·공공기관 정보시스템 클라우드 전환·통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무늬만 클라우드 전환사업이지, 인프라 전환사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드 전환사업에는 클라우드 환경에 맞도록 시스템을 구동하는 아키텍처 설계 작업과 시스템과 클라우드 인프라간 호환성 검증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번 사업에는 두 작업 모두 없었다.

먼저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 환경으로 옮기기 전에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형태로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정보시스템은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원활히 구동되도록 설정돼있다. 그렇기에 바뀔 인프라 환경에 맞춰 정보시스템의 아키텍처를 재설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행정안전부의 사업에선 가장 기본이 되는 아키텍처 재설계 작업이 빠져있다.

백번 양보해 아키텍처 설계까지의 기간이 문제라면, 시스템과 클라우드 인프라간 호환성 검증이라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업에 호환성 검증 작업 역시 없었다. 공공기관이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기 전 검증할만한 곳이 없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전 통합전산센터 부근에 버젓이 ‘검증센터’가 존재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지난해 6월 행정안전부가 처음 클라우드 전환 계획을 수립했을 때, 그 안에는 ‘검증센터’를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이 있어야만 했다는 얘기다.

클라우드로 정보시스템을 전환할 경우, 정보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 아키텍처 전환 사업을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검증센터에서 클라우드 환경에 시스템이 구동되는지 검증을 마친 다음에 인프라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을 무시한 이번 행정안전부의 사업은 향후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 네이티브화 할 때, 처음부터 아키텍처를 설계해야 하는 등 더 많은 비용과 공수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의 전환사업과는 대조적인 공공기관 사례가 있다. 바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다. 심평원은 시스템 전환에 앞서 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를 설계했다. 이후 시스템들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호환성 검증을 한 달 동안 진행했다. DB는 포스트그레SQL(FostgreSQL)로 옮겼고, 미들웨어도 확장성 문제가 있어서 오픈소스인 톰캣(Tomcat)과 와일드플라이(Wildfly)로 바꿨다. 이 같은 시스템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교체하면서, 운영 이슈는 무엇인지 테스트했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진행하고 있는 클라우드 전환사업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순히 “인프라가 오래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전환해야 한다”는 이유로 필요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급하게 클라우드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 인프라를 옮기기 전 정보시스템에 대한 호환성 검사와 확장성 문제, 런타임 이슈 등에 대한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호환성 테스트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430개의 정보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넘긴 후 개선 방향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 올바른 사업 방향을 잡고 내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가, 정부시스템 고도화와 클라우드 활용을 통한 인사이트 확보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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