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온라인 소통 및 콘텐츠 공유 주력…비즈니스 활용 높이려면 치열한 고민 필요

[컴퓨터월드] 최근 메타버스로 가상 사무실을 구현한 기업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현실 세계의 회사로 직접 출근하는 대신, 3D 아바타로 구현된 캐릭터가 메타버스로 구현된 사무실로 출근한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캐릭터가 건물에 들어가거나 엘리베이터를 타는 등 주변 사물들까지 현실 세계와 비슷하게 구현해놓았다. 해당 뉴스를 접하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메타버스가 겨우 이런 거라고?

김성수 프로필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겨운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이 일상이 된 시대에, 메타버스를 통해 물리적인 제약 없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상호작용하면서 한결 숨이 트이는 것 같기도 하다. 개인 아바타를 통한 소규모 모임은 물론, 회사나 학교 같은 일상적인 공간을 구현하거나 세미나, 결혼식, 졸업식 같은 행사를 메타버스에서 열기도 한다. 한류를 이끌고 있는 BTS를 포함해 유명 가수들이 메타버스로 콘서트를 열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메타버스가 너무 이슈가 되다보니 굳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메타버스를 붙이려고 하는 것 같다. ‘알파고 쇼크’ 이후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가 그랬듯, 메타버스라는 단어도 회사를 홍보하는 마케팅 용어로 활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당시 ‘AI를 위한 AI 프로젝트’를 했던 기업들, 즉 AI라는 유행을 따라서 ‘AI 패션’을 입었던 기업들은 대부분 실패를 겪었다. AI는 그 자체로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돼야 한다. 메타버스도 그렇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술도,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 기업에서 메타버스를 어떻게든 활용해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는다. 메타버스의 개념적인 범위를 조금 좁혀보자면 그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다. 근본적으로 과거 ‘천리안’이나 ‘나우누리’ 채팅방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에 다양한 기술들이 덧붙여지고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부여되자 마치 새로운 것처럼 느껴진다.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 디바이스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화려한 3D 공간과 아바타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됐고, AR/VR 디바이스가 개선되고 가격대가 꾸준히 내려오면서 실감형 콘텐츠도 늘어났다. 5G 등으로 네트워크 성능이 개선되자 더 많은 콘텐츠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상에서 나 자신을 증명하거나 디지털 자산을 축적할 수도 있어,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활동도 가능해졌다.

이렇게 많은 기술들이 결합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메타버스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멋진 3D 가상공간과 아바타가 있는 나우누리 채팅방’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붙인 대다수 서비스들이 3D 가상공간과 콘텐츠 전달 이상의 것을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얘기로 돌아가 보자. 3D로 구현된 사무실에 내 아바타가 출근하는 것이 업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건 디지털 워크플레이스에 3D를 입힌 것에 불과하다.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비대면 근무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협업 도구들을 활용하면 그만이다. 굳이 사무실이나 아바타를 3D로 렌더링하느라 리소스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세미나나 졸업식, 혹은 유명 가수들의 온라인 콘서트처럼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라면 지금의 메타버스로 충분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는 메타버스가 ‘비대면’이라는 트렌드를 잇는 ‘포스트 비대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업에서 온라인 상의 소통과 콘텐츠 공유 이상의 것을 기대한다면 치열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가상공간에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려는 목적, 그리고 방법이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고민 없이 그저 메타버스가 최신 트렌드라는 이유로 좇으려 하다가는 ‘AI 패션’에 이은 ‘메타버스 패션’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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