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이용 장려에 매출 감소 예상…한국의 ‘콴타’ 나오길

[컴퓨터월드] 정부의 민간 클라우드 우선 활용 정책에 국내 서버 업계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물론 클라우드 활용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세계적 흐름이다. 그러나 국내 서버 업계, 특히 일명 ‘국산 서버’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클라우드로 인해 하드웨어 수요 감소에 직면하며 작년과 올해 코로나19가 가져온 뜻밖의 IT업계 호황에서 소외돼 있다.

정부 공공기관이 앞으로 클라우드를 본격 활용하면 기존에 구축했던 소규모 전산실은 클라우드로 상당 부분 넘어가게 된다. 그나마 보안 등을 이유로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 클라우드 센터 정도가 국산 서버의 수요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국산 서버 업체들은 앞으로 더욱 심각한 매출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현재 2.6GHz 이하 CPU가 들어가는 2소켓 서버는 공공시장에서 중소기업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발주처가 2.6GHz 이상 제품을 명시하거나 아예 클럭 속도를 빼는 등의 방법으로 제도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업계는 말한다. 심지어 외산 서버 제조사들은 OEM 방식으로 국내 중소업체를 통해 공공시장에 우회 진출하고 있기도 하다. 외산 선호를 당연시하는 분위기인 민간 시장에서 외면받는 국산 서버는 이제 그나마 비빌 언덕이던 공공시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컴퓨팅산업협회는 올해 말 발표를 앞두고 있는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신청을 하면서 2024년까지 2소켓 전체로 기준을 상향했다. 사실상 공공부문 x86 시장 전체에 외산을 배제해달라는 요구다. 당연히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산 서버 업체들은 즉각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까지 압박에 힘을 보탰다.

한 중소 서버 업체 대표는 “공공 서버 시장이 이제 1천억~1천 5백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OEM으로 우회 진출하고 있는 외산 벤더들이 정부에 진정까지 넣을 정도로 어려운 건 아니지 않나”하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물론 국산 서버 업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의 일부 기업들이 제도의 수혜를 독식하고 있고, 기술개발 없이 정부에 의존만 해서는 중소기업의 산업 경쟁력 향상이 궁극적 목적인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제도의 존재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국내 서버 업체들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으로 단순 조립이 아닌 ‘진짜 국산’ 서버를 개발하는 기업도 나왔다. 이 기업은 최근 기술개발 단계를 넘어 시장 내 입지를 넓히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조금씩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이 기업 외에도 일부 기업들이 AMD CPU를 기반으로 ‘진짜 국산’ 서버를 개발해 판매를 시작하는 등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단계에 있다. 직접생산증명을 받아 서버를 제조하는 기업도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전 20여개에서 현재 120여개 이상으로 확대됐다.

“CPU도 OS도 모두 외산인데 국산 서버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우리도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독점적 기술을 가진 기업은 아니더라도 델(Dell)이나 HPE, 아니 적어도 콴타(Quanta)나 에이수스(ASUS), 애즈락(Asrock) 같은 기업이 하드웨어 업계에서 나올 수 있도록 제대로 밀어줘야 하지 않을까. 소재·부품·장비의 중요성은 반도체에만 유효한 게 아니다. 클라우드의 소·부·장인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인프라 SW까지 우리 기술이 얼마나 되는지 챙겨야 한다. 국내 서버 업계는 연말 발표 예정인 중기간 경쟁제품 재지정 결과 발표에 희망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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