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명준 원장

[컴퓨터월드] ETRI가 올해로 설립 45주년을 맞이했다. ETRI는 그 동안 대한민국의 ICT 산업 발전의 중심에서 국가 경제발전과 맥락을 함께 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국가 산업 기술 발전의 중심에서 브레인 및 지렛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86년 전자교환기(TDX-1)를 세계 10번째로 개발했고, 5년 후에는 이보다 10배나 더 큰 ‘TDX-10’도 개발했다. 1995년에는 ATM 교환기도 개발하면서 영상회의, 양방향 영상전화 및 멀티미디어 검색 서비스 시대를 열었다. 

그런가 하면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DRAM, 이동통신 선진국의 발판을 마련한 CDMA, 내 손안의 인터넷 세상을 연 와이브로(WiBro), 전자정부의 기반을 마련한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인 타이컴, 스마트선박기술인 ‘SAN’,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SW인 엑소브레인, 자율주행용 프로세스 칩인 ‘알데바란’, 세계 최초의 UHD 모바일 방송기술, 차세대 5G 이동통신, 시각지능 ‘Deep View’, 그리고 미래 ICT를 주도할 양자컴퓨팅 등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도 없이 개발했다. ETRI의 이러한 기술개발 노력과 성과물들이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ICT 강국은 물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 마디로 ETRI는 국가 경제발전의 중심에서 정보화 시대를 이끈 주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연구개발을 기술의 국산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환경을 이끌어갈 연구개발로 바뀌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 인구증가 절벽 등의 사회 환경 문제까지도 해결해야만 하는 연구개발기관으로 변신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ETRI는 이를 위해 미래 발전 방향을 ‘미래사회를 만들어 가는 지능화 종합 연구기관’으로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그 실체가 뭔지 김명준 원장을 만났다. 본지는 이달로 창간 36주년을 맞이했고, 창간기념 특별인터뷰 대상으로 ETRI 원장을 선정했다. 사실 지난 2016년 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세계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을 갖는 게 현실이다. ETRI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명준 원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명준 원장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게 책무”

- ETRI 원장으로 발탁된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취임하면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ETRI가 개척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선언했다. 변화에 휩쓸려 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탈바꿈의 주체가 되는 ETRI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또한 경영목표로는 창의도전연구활성화(Creation of Concept)로 미래성장을 준비하고 글로벌 톱 수준의 R&D 성과창출(Internationalization), 개방·공유·협업 기반의 연구문화 정착(Management by Culture), 국민생활문제 해결 및 중소기업 지원 확대(Innovation Partner)를 내걸었다. 그것은 곧 국가의 중장기 미래전략방향과 연구원을 ‘미래사회를 만들어 가는 국가 지능화 종한 엽구기관’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비전과도 부합된다. 특히 ETRI와 SW정책연구소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목표를 성실하게 달성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사실 김명준 원장은 ETRI에서 30년여 동안 데이터베이스 연구실장에서부터 SW연구부장, 그리고 SW 및 콘텐츠 연구소장 등에 이르기까지 주로 시스템SW 분야와 관련된 연구개발에 매진해 왔다.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파일시스템, 리눅스 운영체제 기술 개발, 그리고 그의 역작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바다 DBMS’ 등은 그의 대표적인 개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바다DBMS는 민간기업에 기술이전을 했고, 현재 글로벌 시장에 수출도 하고 있을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명준 원장이 지난 2019년 초 ETRI 원장으로 발탁되고, 그 해 4월 1일 취임했을 당시 주변 거의 모든 관계자들이 박수로 환영을 한 배경일 것이다. SW가 중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걸맞은 인물, 즉 “될 사람이 됐다. 최적의 적임자”라는 평가였던 것이다.


국제표준특허 1천 건 곧 달성

- 지난 2년 6개월여 동안 그 책임을 다 하고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그 성과라면.

“ETRI는 그 동안 ICT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그 책임이 있었다고 본다. 지난 2016년부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즉 인공지능(AI)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따라서 이젠 ETRI의 주된 책임은 국가를 지능화하는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ETRI를 인공지능 중심 연구소로 탈바꿈시켰다.”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연구 성과는 무척 많다. 우선 작년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고 올해는 ETRI 연구자상을 받은 인공지능연구소 박전규 박사의 비대면 교육용 인공지능 외국어 학습기술이 있다. 일명 ‘펭톡’이라고 하는데, 전국의 초등학교에 모두 보급돼 학생들의 영어교육을 돕고 있다. 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정형 자연어 음성인식을 하고 비원어민의 발음을 평가하는 기술이다. 이와 관련 ETRI는 비대면으로 음성인식, 대화처리를 자연스럽게 진행하며 영어, 한국어 등을 학습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많이 사업화 했다. 예를 들어 EBS의 ‘AI펭톡’, 세종학당재단의 ‘AI세종학당 선생님’에 이 기술이 들어가면서 비대면 교육용 AI학습 도구로써 많은 활약을 펼칠 전망이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ETRI의 자랑거리는 인공지능 반도체 알데바란(AB9)이다. 연구진은 1초에 40조 번이나 계산할 수 있는 40테라플롭스(TFLOPS)급 연산능력을 가진, 그러면서도 사용전력은 단 15와트밖에 안 드는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처리 장치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28나노 공정으로 칩을 작게 만들고 기존 상용 제품보다 전력 당 연산능력을 최대 25배까지 높였다. 500원 동전만한 칩이 형광등을 하나 켜는 수준의 전기로 매우 똑똑한 인공지능 계산이 가능한 셈이다. 올해 포털사, 자동차 회사, 로봇 제조회사 등 여러 기업들에서 이 기술을 활용한 여러 상용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덕분에 수백만 원 대에 달하는 GPU를 대체, 보완하게 됐다.”

“이밖에 ETRI는 국민의 생활안전, 편의, 국방을 통해 더 강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트한 119전화 응답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소방청과 협업하여 대전의 가수원센터에서 실증을 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들이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쓰이는 전기, 통신 등 지하공동구에 대한 안전을 위해 AI로봇 기반 시설물 안전관리 무인화와 자동화에 힘쓰고 있다. 또한 CCTV를 통한 범죄 없는 세상을, 고령인을 위한 근력보조 시스템과 홈서비스케어로봇 등을 적극 개발해 사회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

사실 ETRI는 국제표준특허 1천 건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표준 특허는 우리 기술을 전 세계인이 함께 쓸 수 있도록 UN산하 기구가 정해준 기술이다. 이 기술은 소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도 할 만큼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기술 한 건당 100억 불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은 곧 ETRI의 무형자산이 최소 11조 원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ETRI가 주로 확보한 국제표준 특허는 차세대 비디오 압축표준(VVC) 분야 33건과 5G 이동통신(NR) 분야 17건 등 시장 수요가 높은 표준특허가 다수 포함돼 있어 향후 상당한 특허 기술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30년을 함께 해 온 ETRI의 산증인

- 원장님은 ETRI에서 연구원으로서 국가 산업 발전에 노력해 온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성과라면.

“개인적으로는 관계형 DBMS인 ‘바다’이다. 이것은 순수 국내 기술자들이 개발한 것으로서 바다 Ⅰ에서 Ⅳ까지 개발했다. 대용량 컴퓨터시스템을 대상으로 많은 이용자가 동시에 대량의 데이터를 다룰 때 데이터를 테이블 형태로 저장, 관리, 검색하는 시스템이다. 대한민국이 국산 DBMS로 시장에서 반듯하게 경쟁하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티베이스, 리얼타임테크, 큐브리드, 코난테크놀로지, 마크베이스 등이 DBMS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특히 산·학·연에 걸쳐 DBMS 연구개발 인력을 약 200명 이상 양성한 결과를 얻었으니 이것이 또한 무척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 더 말씀을 드리면 한국형 공개 소프트웨어 표준 플랫폼인 ‘부요(Booyo)’의 개발이다. 이것을 개발함으로써 우리나라 공개 소프트웨어 활성화에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

 

- 부임 후 주로 어떤 정책을 펼쳐 왔고, 그 결과는.

“연구원이 40년 넘게 전자, 통신 관련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면,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해 과감히 탈바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ETRI는 정보화, 인터넷 보급의 성공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인공지능을 제일 잘 다루는 나라가 되도록 대한민국을 ‘국가 지능화’ 하는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9년 4월, 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직원들과 함께 ‘ETRI 전환방안’을 만들고 연구원 비전을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국가 지능화 종합 연구기관’이 될 것을 밝혔다. 변화에 휩쓸려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탈바꿈의 주체가 되는 것이 ETRI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작년 6월에 발표한 ‘AI 실행전략’과 ‘ETRI 중장기 기술발전지도 2035’, ‘전주기 통합 사업관리 체계’, ‘AI 아카데미’ 발족도 같은 맥락이다. 저는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만족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국가 지능화’를 달성할 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ETRI에 ‘χ + AI’ 혁신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더욱 주력하고 있다. 이 네 가지는 제가 직접 설계하고 직원들과 같이 상세 설계하여 실행시킨 것으로 현 ETRI 경영을 위한 4개 기둥이다.”

“처음 AI를 강조했을 때 비전공 연구원들이 불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파고를 예로 들며 AI는 좁은 의미의 단순한 기술이 아닌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제(機制)임을 설명했다. 슈퍼컴퓨터, 네트워크 등이 필수적으로 수반되고 초지능, 초연결, 초성능, 초실감 모든 기술들이 융합되어 AI 서비스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설득 과정 끝에 연구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 같은 탈바꿈 과정을 통해 연구원은 지능화 혁명 시대를 선도할 준비를 어느 정도 마쳤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ETRI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기술이라 할 수 있는 AB²CI(인공지능, 빅데이터(블록체인),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을 다양한 산업 분야와 연구 주체를 융합하며 지능정보사회 진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개발은 ‘바다DBMS’

- ETRI는 설립 당시 목적이 있었겠지만, 그 동안 정권에 따라 여러 차례 본의 아닌 변신을 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ETRI가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연구개발 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하는 길이라면.

“우선 핵심 원천기술들을 연구하면서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고 고도화하는 노력이 우리 연구원이 꼭 해야만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창업 기업들도 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을 받아 네트워크 장비, 통신 소자, AI스피커, 무인자율차, 고성능 서버, 원격의료, 금융 등 무궁무진한 응용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핵심원천 연구를 진행하는 정부출연연구원과 시장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 이를 돕는 정부부처 및 지자체와 소통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책임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발된 기술을 지역 사회에서 실제로 적용하거나 응용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할 때 비로소 기술들이 먼 이야기가 아닌 일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ETRI 연구진은 자동차 제작업체와 공동연구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이를 대전시와 대덕특구에 적용해 순회하는 데 활용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당장 필요한 연구뿐 아니라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다른 기관의 인재양성에 협력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대학에서 졸업생이 배출되기까지 기다리기보다 연구원, 기업 등에서 인재들을 재교육하면서 상호 교류를 점차 확대해야 상호 협력 상승 작용이 커진다. 이렇게 국민들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기술을 활용하고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해야 우리가 4차 산업혁명 기술들에서 세계적 선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류는 우리가 살아나가는 경제, 사회, 그리고 기술 수준과 환경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기술 측면만 요약한다면 바다 DBMS의 경우 80~90년 초 기술국산화, 90년대 ~2000년 초는 시스템 설계 구현, 2000년대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응용 및 서비스 개발 시기를 거치면서 성장 발전했다. 2010년 후반부터는 빠른 추적자에서 기술 선도자로 전환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소통과 협력의 조직문화를 선도하는 ETRI가 되길 바란다”      김명준 원장은 ETRI의 미래 모습과 관련, 소통과 협력이 있는 조직문화를 지닌 기관으로서 신선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가득한 젊은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기관이 되는 게 마지막 바람이라고 밝혔다.
“소통과 협력의 조직문화를 선도하는 ETRI가 되길 바란다”      김명준 원장은 ETRI의 미래 모습과 관련, 소통과 협력이 있는 조직문화를 지닌 기관으로서 신선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가득한 젊은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기관이 되는 게 마지막 바람이라고 밝혔다.

국가 지능화 연구기관으로 탈바꿈

-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주변 강대국들의 공격적인 기술경쟁 구도에서 우리나라는 ICT 인프라와 활용, 일부 ICT HW 제조분야에서 역량이 우수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AI·플랫폼·빅데이터 등 SW 분야, 즉 AI 기술 및 산업역량은 우수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인류역사상 최대의 혁명 기술이자 국가혁신성장을 위한 핵심동력이 될 AI 시대를 얼마나 빨리 준비하느냐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지능화 혁명을 성공적으로 선도하기 위한 ‘AI 강국 코리아’의 견인 역할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ETRI의 비전인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국가지능화 종합연구기관’ 은 여전히 유효하다. ETRI는 비전과 같이 AI 서비스를 통해 산업의 돌파구(Breakthrough)로 삼고자 한다. 제가 생각하는 지능화는 향후 전 산업에 AI가 비타민처럼 녹아드는 것이다. 이로써 산업혁신 성장이 가능해 지고 퀀텀점프로 뛰어오를 수 있다고 본다.”

“SW 산업으로 좁혀 말씀 드리면 첫째 전통적 SI산업은 대기업참여제한제도로 중견 기업들의 근육이 튼튼해져 해외로 나갈 수 있게 성장했다. 둘째 패키지 SW 솔루션 기업들은 이미 수출기업들로 진화했으니 세계 시장 개척에 더욱 투자를 해야만 한다. 셋째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기업이 됐으니 그들이 뛰어놀 수 있는 규제나 제한을 풀어야 한다. 즉 SW 산업은 축적의 시간을 보내고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산업으로 성장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산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AI 연구인력, ‘기존 500명 + 재교육 900명 = 1,400명’

- 소프트웨어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ETRI역시 AI 중심의 지능화 연구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연구 인력을 확보해야만 한다고 보는데.

“이건희 회장 재임 시절, 삼성 임직원들이 매년 10월마다 ETRI를 방문하여 연구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상용화를 이룰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는 등 교류를 계속해왔다. 본인이 운영하는 기업뿐 아니라 원천연구를 통한 국가 산업 생태계와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 주도의 과학기술 투자로 국책연구소가 대기업과 함께 Fast-follower 전략을 전투적으로 추진했지만 이제는 민간기업들의 역량도 수준급으로 올라서며 각자의 역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민간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파고 속에서 블루칩이 될 수 있는 분야에서 사업화, 상용화를 이루기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따라서 국책연구소와 민간기업, 그리고 스타트업간 역할이 다른 것을 파악하고 각 기관이 미처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틈새시장을 노리거나 유통, 서비스를 담당하는 등 자생력을 기르며 건전한 산업구조를 이룰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TRI는 1,900명의 연구원 가운데 500명은 AI 전문가들이고, 500명은 AI가 필요 없는 연구를 한다. 나머지 약 900여명은 AI 교육을 통해 각자 전공분야와 AI를 융합해 새로운 창의적 연구를 권하고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즉 지난 2020년 ‘AI 아카데미’를 만들어 내부에서 15명의 강사를 선발(지난 10월 6명 더 추가 선발), 그 해에 380명을, 그리고 올해는 상하반기에 각각 300명씩 인공지능 교육을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SW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처럼 SW 인력 부족 문제는 직원들의 재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는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소프트웨어의 가치 및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현실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이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알고 산업을 주도할 인물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 3월에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만 하는데,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 가운데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후보자는 없다고 지적한다. 현 대통령도 목소리만 높였을 뿐,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구색 맞추기만 한 것 같다는 인상이다.

“우리의 잘 갖추어진 ICT 인프라와 서비스, 국민의 활용능력,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등 HW 제조 역량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인프라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 5G 서비스 상용화와 광대역네트워크, 산업분야에서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HW 제조 역량, 활용분야에서 개인과 공공의 인터넷과 모바일 활용 및 전자정부 활용능력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우리가 과거의 성공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늘 실수하는 것이 하드웨어 제조 역량부문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 틀을 과감히 깨지 않고서는 혁신의 대가는 늘 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선 가장 파급력을 가진 SW 원천기술의 선제적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정부와 기업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 같은 문제 인식 아래 국가 R&D 혁신을 위해 고령화에 따른 건강문제, 저출산에 따른 생산성문제, 기후 온난화, 청정에너지, 도시교통 등 국민의 생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과 전략 등이 많이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

“SW가 중요하다는 것은 플랫폼 기업들의 성공사례들(포털, 메신저, 온라인게임, 쇼핑 등)이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제조업 기반의 국가에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 기반 경제로 대전환하기 위한 비전을 세우고 실행해야만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경

“인건비 걱정 없이 맘 놓고 연구하는 기관 될 것”

- ETRI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현안문제라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TRI는 예산구조가 다른 정부출연연구원과 달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정부출연금이 적다. 매년 조금씩 출연금을 늘려 안정적인 연구 환경에서 연구원들이 인건비 걱정 없이 맘 놓고 연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울러, ETRI가 속한 대전광역시의 지역 숙원사업이나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발 벗고 공동으로 나설 계획이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방사능가속기 등 이슈가 이미 지나가긴 했지만 해당 시설이나 기관들은 그 자체 기능뿐 아니라 지역사회 및 경제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덕 문화의 거리(스마트 스트리트), 대전시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협력사업, 신규 국책사업추진, 군(軍)관련 협력사업, 테스트베드 협력, 협력의향서 교환 등을 위해 대전광역시와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대전시와 과학의 거리(오픈형 공간) 조성, DISTEP(가칭 대전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을 조성해 지역혁신을 이끌고자 한다.”

“본원이 있는 대전 지역은 물론, 지역센터인 광주, 대경(대구), 서울(판교)에 있는 지역거점 연구센터의 규모 또한 점차 늘려 현재의 2배 가량 연구진을 키우고 지역의 특화된 연구와 지역 현안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드리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ETRI를 중심으로 생산적 지역혁신 클러스터를 만들고자 한다. ETRI는 연구단지에 갇혀 있는 폐쇄적인 기관이 아닌 언제든 국민들에게 열려 있는 국민연구소가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가까이는 대전시민, 넓게는 전 국민과 인류를 위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ICT 기술을 연구해 나가겠다.”


- 원장님께서 바라는 ETRI의 미래 모습이라면.

“소통과 협력의 조직문화를 선도하였으면 좋겠다. ETRI 하면 세계적인 연구 성과도 떠오르지만, ‘소통과 협력’의 대명사로도 본받고 싶은 게 저의 마지막 바람이다. 경험이 풍부한 책임급 연구진과 신선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가득한 젊은 연구진들이 시너지를 내고 행정, 지원 인력과도 시너지를 내며 건전한 조직 문화를 지닌 기관으로서 많은 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기관이 되기를 소망한다.”

“ETRI 내 세계적인 연구그룹을 적극 키우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목표를 세워 3년에 3~4개의 세계적 연구실, 세계적 연구그룹을 만들어간다면 10년 내 10여 개의 세계적 연구실과 연구그룹의 탄생이 가능해지리라 보고 있다. ETRI는 AI 강국 코리아를 이끄는 첨병으로서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국가 혁신성장을 지원하고 사람이 중심이 된 디지털 사회 실현을 위한 ‘따뜻한’ ICT 개발에 힘써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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