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제공 인프라 구축 완료…앞다퉈 서비스 출시에 박차

[컴퓨터월드] 지난 1월, 금융위원회를 통해 API 방식의 이하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이 전면 시행됐다. 지난해 금융 분야 28개 주요 업체들이 본 허가를 받은 데에 이어 약 1년 만이다. 그동안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의 본 허가를 얻은 기업은 55개사로 늘었으며, 빠르게 마이데이터 서비스 체계를 갖춘 17개 기업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국내 데이터 생태계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 업계는 지난해 대부분의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을 마무리하면서 서비스 출시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아직 마이데이터 관련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타 산업계에서도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승자독식 노리는 디지털 플랫폼 경쟁

마이데이터는 데이터의 관리 주체를 기존의 기업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주체인 개인이 원할 때 특정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데이터들을 제3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 데이터의 활용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쉽게 말해 고객의 명확한 동의가 있다면 고객에 대한 정보를 다른 기업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이미 유럽이나 호주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서는 몇 년 전부터 관련 제도 마련에 집중해왔으며 이미 일부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코로나19가 야기한 비대면 문화가 급격히 확산되고 금융사들이 앞다투어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금융 분야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선점을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디지털 플랫폼 선점의 핵심이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기업 서비스에 흩어져있던 금융 정보들을 모아서 제공할 수 있다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19년 시행된 개방형 금융결제망(오픈뱅킹)에서도 증명된 바다. 금융결제원이 구축한 오픈뱅킹 시스템은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주요 금융기관들이 타 기업이 보유한 고객의 계좌 잔액 조회나 단순이체, 거래 내역 조회 등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주로 이용하는 은행 앱 하나만 설치하면 다른 금융사에 있는 본인의 금융 정보들을 조회하거나 일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해당 앱의 사용률과 금융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기업은 타사의 금융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로 구축하던 펌뱅킹 대신 금융결제원의 오픈뱅킹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인프라 관리 비용이나 수수료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금융 마이데이터) 허가 현황 (출처: 신용정보협회)

사업 주체 다양해지면서 서비스 다양성 늘어

오픈뱅킹 시스템이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구축된 것이었다면,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은 적절한 자격만 갖추고 있다면 분야에 관계없이 다양한 기업들이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오픈뱅킹은 초기에 16개 일반은행과 2개 인터넷전문은행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고, 이후 저축은행같은 제2금융권 은행들과 투자사 등으로 서비스 제공 범위가 확대됐다. 실제로 지급결제 기능을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셈이다. 반면 마이데이터 사업에는 주요 은행이나 보험‧투자‧증권사 등은 물론, 새롭게 떠오르는 핀테크 기업이나 통신사, SI 기업 역시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오픈뱅킹이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연결하고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시행된 반면,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금융정보를 원활히 교환하고 활용하려는 목적에서 시행됐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이미 해당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핵심 금융사들이다. 가령 신한은행은 고객의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돕는 마이데이터 브랜드 ‘머니버스(MoneyVerse)’를 출시했다. 머니버스는 고객의 금융 수익‧소비 패턴 등을 분석해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곳에 숨어있는 포인트를 찾아주거나 관심있는 투자 정보까지 알려준다. 하나은행은 그룹사들의 서비스들을 결합해 통합 제공하는 ‘하나 합’을 내놨다.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자신의 투자 정보를 분석하고 재테크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부자 되는 투자 노하우’ 서비스나, 현재 소득 수준과 소비 패턴을 분석해 장기적인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미리 하면 쉬워지는 은퇴 준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핀테크 기업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기존에는 기업이나 고객 정보를 스크래핑 방식으로 읽어와야 했지만,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 시행되면서 API 방식으로 데이터를 읽어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전자공시시스템 오픈DART(OpenDART)는 국내 8천 개 이상의 기업 정보를 API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오픈DART 홈페이지에서 API를 연동할 수 있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어, 투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편리하고 빠르게 유용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한편, 건강 분야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대표적인 자산관리 전문 앱 ‘뱅크샐러드’는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자사 서비스를 크게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뱅크샐러드와 같은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에도 고객의 다양한 금융정보들을 통합 분석해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왔다.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기존 스크래핑 방식을 API 방식으로 전환해 데이터 수집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운영 비용을 절감했다. 최근에는 자산관리 서비스로 다진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건강 분야까지 진출해, 건강검진 정보나 예방접종 내역 등을 확인하거나 맞춤형 건강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국내 APIM 제품으로 파이프라인 구축 완료

지난해 마이데이터 사업의 주요 목표는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마이데이터와 관련된 시스템 구축 수요의 대부분은 서비스 출시보다는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 기업들에게서 나왔다. 이에 따라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API 방식의 연계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호황을 누렸다.

API 방식은 사실 국내 금융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었던 기술은 아니다. 오픈뱅킹이 시행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일부 기업들만이 CA나 IBM 등의 외산 API 관리(APIM, API Management) 솔루션들을 갖추고 있을 뿐 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실제로 APIM 분야의 글로벌 핵심 기업인 CA는 국내 사업을 사실상 철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픈뱅킹 시스템이 표준API를 통해 금융사들의 서비스들을 연결하는 데에 성공하면서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 금융분야 채널연계 전문기업인 디리아는 “기존에는 연계 인터페이스를 구축할 때 여러 가지 방법을 놓고 비교했는데, 요새는 대부분 표준API를 놓고 각 기관에 맞는 커스터마이징이 들어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디리아 ‘크루즈APIM(CruzAPIM)’

크루즈APIM은 디리아가 자사의 검증된 채널연계 분야 노하우와 API 기술력을 통해 개발한 APIM 플랫폼 제품이다. 국내 금융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API들을 비롯해 다양한 API 비즈니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됐다.

크루즈APIM은 클라이언트-서버 사이에서 양방향 송수신을 지원하는 API 게이트웨이 역할을 수행한다. 분산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면서 신규 API 추가가 용이하며, 자체적으로 API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기업들을 위해 API 프레임워크 구축도 지원한다. 특히 디리아가 갖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대량거래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도 유연한 로드 밸런싱을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 역시 데이터 공유에 표준API를 활용하기 때문에 APIM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글로벌 기업보다는 국내 기업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국내에서 API 시장이 주목받지 못하면서 CA를 포함한 주요 벤더들이 활동하고 있지 않았고, 금융 마이데이터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또한 적절히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디리아 관계자는 “과거에 CA가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선점한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연성 측면에서 국내 제품의 선호도가 높다. 국내 금융 환경은 해외 시장과 많은 차이가 있고 그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수요가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PI를 통한 서비스 연동 자체는 오픈소스에 대한 기술력이 있다면 비교적 어렵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앞다투어 해당 시장에 뛰어들어 공급이 늘기도 했다. 다만 공급이 늘어난 것과는 별개로 주요 금융사들의 수요는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채널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던 일부 기업들에게 집중됐다. 오픈소스를 활용해 API를 연동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기존에 운영하던 금융 시스템들과 매끄럽게 연동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융 도메인에 대한 지식과 경험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채널연계 및 오픈소스SW 전문기업 이액티브 관계자는 “규격화된 API에 맞춰 시스템을 연동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고, 새롭게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도 이 정도 기술에 대한 이해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더 깊게 들어가면 전문적으로 금융권 대외계 시스템을 구축하던 기업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마이데이터가 요구하는 것은 데이터 조회 수준의 연동이지만, 기존의 주요 기업들은 자금이체 같이 민감한 금융정보가 오가는 시스템까지 구축해본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액티브 ‘e링크(eLink)’

e링크는 기업 내부의 채널연계와 업무 시스템 연동, 대외 시스템 연동, API 연동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 업무를 단일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통합 인터페이스 프레임워크다. 이액티브가 보유한 다양한 금융기관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고객사에 최적화된 대외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e링크는 다양한 업무에 맞춰 구조화된 컴포넌트로 구성돼 있어 고객사가 원하는 다양한 인터넷 프로토콜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 중심의 직관적인 GUI와 통합 대시보드를 갖춰 운영 상의 편의를 더했다. 다중 서버, 다중 인스턴스, 다중 스레드 방식의 병렬 처리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안정성도 갖추고 있다.

예정보다 늦어진 오픈…서비스 출시는 초읽기

한편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활성화가 예상보다는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월부터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지난해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 수요의 대부분은 데이터 제공을 위한 인프라 마련에만 집중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금융사나 핀테크 기업들이 API 방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보험‧증권 기업들은 대부분 정보 제공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개인이나 기업의 금융자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은 충분히 갖춰져 있고, 이를 통해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은 갖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일부 기업에만 한정되고 있다. 기존의 대형 금융사들이나 이미 자산관리 등의 유사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들 말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아직 초기인 만큼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래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한 데이터 제공은 지난해 8월부터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12월에나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1월에야 본격화됐다. 기존 금융사들이나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탄탄하니 마이데이터 본격화 이전부터 서비스 출시를 준비할 수 있었겠지만, 아직 다른 기업들 입장에서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어떤 데이터를 얻고 자사 비즈니스에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분석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만간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데에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지난해 말부터 이미 데이터 제공기업 이외에도 표준API 연동을 위한 시스템 구축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오픈뱅킹의 전례가 그러했던 것처럼 단일한 플랫폼에서 모든 금융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 결국은 소수의 플랫폼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업이 격화된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스템 구축과 출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