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렌탈 하헌식 사장

한국렌탈 하헌식 사장
한국렌탈 하헌식 사장

[컴퓨터월드] 올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글자 그대로 엄격한 처벌로 해당 기업에게는 큰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1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하거나 2명 이상 부상자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고귀한 생명을 지키는 일은 지상 최고의 과제이다. 문제는 이런 법령이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 실효가 있냐는 점에 있다. 기업들이 중대재해 예방에 진심으로 노력하게 할 요량으로 법을 제정했을 텐데, 채찍만 강조하고 당근은 커녕 경영의 불안요소만 가중되었다.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있으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모호하다. 구체적인 안전 정책,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는 기업은 일방적인 처벌로부터 지켜주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노동부 출신 공무원을 영입한 대형 로펌을 쓸 수 없는 기업은 불공평한 처분을 당할 수 있다.

또한 중대재해는 외상 없이 생기는 직업병에 대해서는 판별이 어려워 후일 법적 분쟁 소지가 다분하다. 근골격계 질환이 대표적인 예이다. 무리한 힘의 사용, 반복적인 동작, 부적절한 작업자세, 진동과 온도 등의 요인으로 근육과 신경, 힘줄, 인대, 관절 등의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하루에 총 2시간 이상의 반복, 머리나 어깨 위로 손이나 팔꿈치가 올라가는 작업, 쪼그리거나 무릎을 굽히는 작업, 한손으로 4.5Kg를 들거나 동일한 힘으로 쥐는 작업 또는 하루 10회 이상 25Kg이상을 드는 작업 등이 해당한다. 이런 일이라면 제조, 건설 현장만이 아니라 농림수산업, 서비스업 등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고령화로 종사자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요양보호시설은 ‘20년 현재 82,544개, 입소정원이 약 30만명에 달한다. 여기서 근무하는 45만명의 요양보호사는 보호대상자의 체위 변경, 목욕 등으로 무리한 힘을 쓰는 일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중년 이상의 여성 근로자가 많다. 요양보호사의 문제는 보호자가 우려하는 서비스 저하, 보호대상자의 2차 사고로도 이어진다.

5만여 명의 근로자가 개인사업자 개념으로 상/하차, 입출고, 분류, 운반, 적재작업을 하는 택배업도 근골격계 질환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이 아닌 위탁관계 기업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설령 고용관계라도 평생 직장이 아니라면 어느 시절의 고용자가 책임을 져야 할까? 체조 운동, 휴게시간 보장, 검진 등과 같은 수동적인 개선방안만으로는 근본 해결이 쉽지 않다.

근골격계 보호를 위해서는 능동적 대책이 필요하다. 해결책으로는 외골격 또는 웨어러블이라 불리는 로봇이 제격이다. 근골격 로봇은 군사용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여 재활치료용, 제조, 건설, 농업용 등 다양한 상용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21년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산업 로봇분야에서 우리나라는 근로자 1만명당 로봇 대수가 932대로 2위인 싱가포르 605대, 3위 일본 390대, 4위 독일 371대를 크게 앞서고 있다. 세계 평균 126대의 7.4배에 달한다.

제조 현장에서는 명실상부한 로봇 강국이다. 하지만 정작 작업자를 보호하고 근력을 보강하는 근골격 로봇의 보급은 통계도 잡히지 않을 만큼 미미한 단계이다. 초창기 제품은 거동이 부자연스러웠지만 최근 나온 제품은 운전이나 상시 착용에도 거추장스러움이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 우리는 지난 90년대에 정보화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1인 1 PC시대를 주창한 바 있다. 이제는 1인 1로봇시대를 선도하여야 하는 시점이다.

외골격 로봇은 나이 차별 없는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에 의하면 20대 전반에 비해 50대 후반은 근력이 75% 감소한다. 외골격 로봇은 이 격차를 메꾸는 기능을 한다. 외골격 로봇은 이러한 중고령층 고용 지원만이 아니라 삶의 질도 개선시켜준다.

주변을 둘러보면 오랜 육체 노동 끝에 후유증으로 치료나 수술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요즘 이런 고통의 대물림은 끝내야 한다. 정부의 1인 1로봇 지원정책은 국민 삶의 질을 올리고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는 한편, 덤으로 로봇산업의 발전까지 이룰 수 있다. 외골격 로봇 도입을 위한 정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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