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분야 성공에 힘입어 기업 시장 공략 박차

[컴퓨터월드] 리눅스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운영체제다. 인터넷에 오픈소스로 공유되면서 누구든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2002년에 리눅스는 비용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호환되는 애플리케이션 부족과 기술적 지원 등의 문제로 지금처럼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물론 컴퓨터 전문가들은 리눅스에 대한 위험 부담때문에 당시 사용을 꺼려했지만 리눅스가 갖고 있는 문제는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2002년 리눅스 시장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해소해야 할 기술적 장벽

미 국립퍼시픽노스웨스트연구실이자 미 에너지부 연구소는 차세대 인텔 64비트 칩과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서 1,400개를 장착하고 초당 8.2조 번의 계산을 처리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설치를 계획했다. 퍼시픽노스웨스트연구실의 이 계획은 유닉스에서 파생돼 9년이라는 기간 동안 저렴하고 자유로운 소스 코드 액세스가 보장되는 리눅스라는 OS가 컴퓨터나 기술 컴퓨팅 분야에서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퍼시픽노스웨스트연구실 분자과학컴퓨팅시설의 기술 책임자인 스캇 스타덤은 “리눅스는 앞으로 5년 안에 거대한 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에너지부 연구소는 자체적으로 사용할 리눅스 슈퍼컴퓨터 개발비용으로 HP에 2억 4,500만 달러를 제공했다. 그러나 정부 기관과는 달리 대부분 기업들은 자신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리눅스에 맡기는 것을 꺼려했다.

과거 IBM의 컴퓨터 과학자로 근무했던 스타덤은 이들의 이러한 못미더워하는 심정을 이해한다며 “국립연구소와 같은 국가 기관은 종종 처음 등장한 기술의 시범 사용처가 되기도 한다. 만약 내가 일반 기업의 IT 관리자였다면 여전히 리눅스를 이리저리 재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덤은 리눅스가 앞으로 몇 년 안에 핵심 세력으로 부상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퍼시픽노스웨스트연구실은 리눅스를 운영하는 1,400개 프로세서짜리 슈퍼컴퓨터를 설치할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파일과 웹 페이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줌으로써 시스템 관리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또 그 안정성과 공개 소스 코드를 좋아하는 연구계통 종사자들이나 반 윈도우즈파인 기술 리더들의 관심을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눅스는 기업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술적 지원 부족

먼저 리눅스에 대한 기술적 지원이 문제였다. 소프트웨어가 여러 가지 버전으로 나오면 그것은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호환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포메이션위크 리서치가 2002년 3월 기업의 OS를 책임지고 있는 기술 전문가 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 중에서 리눅스를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대답은 1/3 미만이었다.

영화제작 업체 드림웍스SKG의 에드 레오나드 애니메이션 사업 본부장은 “소프트웨어를 리눅스로 이식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업체들이 수없이 많다”고 지적하며, 그 이유를 윈도우즈와 유닉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2년 1월 드림웍스는 기존에 사용 중이던 2만 5,000달러짜리 SGI 유닉스 워크스테이션 600대를 그 가격의 1/5밖에 되지 않는 리눅스 PC로 대체하기로 HP와 계약을 맺었다.

드림웍스는 2,000개의 CPU를 장착한 리눅스 기반의 서버팜(farm)을 그래픽 렌더링용으로 설치했다. 애니메이션 사업부가 40명의 소속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로 하여금 200여 명의 사용자를 지원하는데 도입하고 있는 이 기술지식은 리눅스를 그 어떤 기업에서보다 훨씬 가치있는 ‘후보OS’로 격상시켰다. 에드 레오나드 사업본부장은 “만약 20%의 컴퓨팅 파워만 더 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다소 거칠다하더라도 상관없다. 그 기술이 다소 정제되지 못했어도 그것을 손질하면 된다”고 말했다.

 

웹 서빙, 파일 공유용으로 주로 활용

리눅스는 1991년 인텔칩에서 동작하는 유닉스 버전을 만들어보자는 꿈을 가졌던 핀란드의 프로그래머 리누스 토발즈에 의해 개발됐다. 리눅스가 동작하는 서버가 가장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분야는 웹 서빙과 파일 및 프린터 공유,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개발 분야였다.

인포메이션위크 리서치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리눅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80개 기업 중 2/3는 리눅스에서 자사의 중요한 소프트웨어가 동작하기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리눅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IBM, 오라클, SAP를 비롯한 기타 업체들은 자사 제품의 리눅스 이식 비율을 다소 높이고는 있지만 이들 애플리케이션은 대부분 리눅스상에서 동작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양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동작할 수 있는 리눅스의 역량과 영향력 있는 과학계통에서 인기가 높다는 사실은 곧 IT업체들로 하여금 리눅스를 유틸리티나 그리드 컴퓨팅과 같은 분산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용으로 검토하게 만드는 촉매 역할을 했다.

2002년 인포메이션위크가 조사한 리눅스 미사용 설문 결과 (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7월호)
2002년 인포메이션위크가 조사한 리눅스 미사용 설문 결과 (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7월호)

 

유닉스와 리눅스의 통합?

HP나 IBM, 썬의 최고참 기술자들은 자사의 유닉스와 리눅스 개발 노력이 통합돼 경제적인 단일 서버 플랫폼을 형성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썬의 소프트웨어 시스템 그룹 롭 깅겔(Rob Gingell) 수석 기술자는 “이들 집단이 서로 결합하게 된다면 훨씬 좋을 것”이라며, “우리 고객들은 우리가 단지 마이크로프로세서나 OS를 판매하는 업체로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 향후 10년 동안 우리는 단일한 명령체계(instruction set)와 하나의 JVM, 그리고 한 가지의 프로토콜 계통으로 그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IT 업체들이 그러한 계획을 가지고 고객들의 수요보다 앞서 나갈 수 있을까? 리눅스 하이엔드 애플리케이션이라면 일부 사용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시카고의 사설 온라인 여행 에이전시 오비츠의 수석 인터넷 아키텍트는 “업체들이 리눅스 클러스터나 그리드 컴퓨팅과 같은 전위적인 솔루션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는 전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비츠는 매월 100만 건의 여행을 예약한다. 고객이 자체 사이트에 올라온 항공요금을 검색할 때마다 오비츠의 애플리케이션은 자사 데이터 센터에 있는 360개의 인텔-리눅스 서버를 뒤져 저렴한 항공 운임을 검색해 그것을 항공사의 스케줄링 시스템으로부터 서버를 다운로드한다. 이 서버는 오비츠가 자사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되고 있는 썬 서버보다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검색용 파워를 필요로 할 때마다 신속하게 부응했다.

수석 아키텍트는 “시스템 규모가 늘어나더라도 애플리케이션 동작에는 전혀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약 이것이 썬 하드웨어였다면 그러한 혜택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고객들의 예약을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는 대형 썬 솔라리스 서버에서만 가동됐다. 그는 “1대의 기기에 방대한 프로세싱 파워와 램을 장착해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단일 서버에 CPU를 추가함으로써 혜택을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면 그것은 썬 솔라리스 서버가 제격이라는 말이었다.

 

엔터프라이즈 SW에 진출해야

리눅스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비즈니스 업계에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냈다. 인포메이션위크 리서치에서 리눅스를 웹 페이지 서비스용으로 이용하겠다는 기업은 80%였다. 또 60%에 가까운 응답자들은 리눅스를 애플리케이션 개방용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58%는 리눅스 서버상에서 파일공유와 프린터 네트워크를 운영한다고 답했다.

반면 리눅스를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대답은 1/3이 되지 않았고 슈퍼컴퓨터 클러스터용으로 리눅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대답은 11%에 그쳤다. 사용자들은 믿음직한 업무 처리 능력 때문에 리눅스를 신뢰했다.

이번 조사에서 리눅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99%가 그 처리수준에 어느정도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그 중 84%는 대단히 만족한다고 답했다. 아이오와주의 모바일 홈 및 RV 제조업체의 데이브 에넨 기술지원매니저는 “이론은 서버를 통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인포메이션위크가 조사한 리눅스 이용 계획 설문 결과 (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7월호)
2002년 인포메이션위크가 조사한 리눅스 이용 계획 설문 결과 (출처: 컴퓨터월드 2002년 7월호)

 

수정능력과 저렴한 비용이 매력

리눅스는 수정이 가능하고 저렴하다. 기술관리자의 90%가 리눅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무료 혹은 저렴한 라이선스 비용을 말했다. 이런 이유로 리눅스의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됐다. 실제 인포메이션위크 리서치에서 리눅스를 이용 중이거나 향후 이용할 계획이라고 대답한 관리자의 85%가 2002년 리눅스 서버 라이선스를 늘릴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반해 윈도우즈 서버를 더 구입하겠다는 대답은 44%, 유닉스 라이선스를 늘릴 계획이라는 대답은 17%에 그쳤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중요한 업무 처리와 관련해서 리눅스를 외면하고 있었다. 호환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 외에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ISP, 호스팅 센터 등으로 확산

리눅스의 영역확대는 하부구조 애플리케이션에서 뿐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나 호스팅 센터와 서버 어플라이언스, 그리고 일부 PDA를 통해 확인되고 있었다. 썬은 2001년 리눅스 핸드헬드 장비를 3,500여 현장 엔지니어들에게 제공했다. 샤프 일렉트로닉도 2002년 리눅스를 자사의 핸드헬드인 자우루스에 추가했다. 리눅스의 이식가능한 코드는 핸드헬드 시장에서 특히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봤으며 핸드헬드야말로 아직 하드웨어 인터페이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또한 유닉스 서버를 리눅스가 동작하는 인텔기기로 교체했다.

당시 인텔의 폴 스텔리니 사장은 “앞으로 리눅스 아이타니엄(Itanium) 콤비를 무기로 통신 분야를 겨냥할 계획”이라면서 “이 분야는 썬이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통신 업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금융 서비스 시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해 통신 분야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인포메이션위크 리서치에서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할 계획이라고 대답한 응답자 중 80%가 대형 시스템이나 칩 업체들이 리눅스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만 한다면 리눅스 플랫폰에서 동작할 핵심 소프트웨어의 수를 늘리겠다고 대답했다. 또 41%는 2003년에 리눅스상에서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2002년보다 10%가 늘어난 수치였다.

 

비즈니스 컴퓨팅 속으로

2002년 당시 IT업체들의 문제는 대부분 고객들이 자신들로부터 리눅스를 구입하지 않는 데에 있었다. 인포메이션위크 리서치 조사 결과 리눅스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계획이라고 대답한 기술전문가는 8%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45%의 응답자는 리눅스를 전문업체로부터 구입할 것이라고 대답했으며, 30%는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하겠다고 답했다.

록히드마틴이나 GE파워같은 대형 업체들의 IT 문제를 자문해주고 있는 고성능 컴퓨팅 시설인 코넬이론센터의 최고기술경영자 데이비드 리프카는 “이것이 사용자들의 교육이나 지원에 대한 환상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리눅스가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상세한 예측성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거대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조차 리눅스를 연구사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연구하는 사람들이 리눅스를 좋아하는 것은 그 성능을 개성하기 위해 컴포넌트를 재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비즈니스에서는 그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한 측면에서 가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것에 아직 생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리눅스가 비즈니스 컴퓨팅으로 깊숙이 진출했다면 리프카와 같은 회의론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리프카는 윈도우즈로 코넬이론센터의 생산 클러스터를 작동했으며, 코넬이론센터는 마이크로소프트 SQL서버나 IBM의 DB2 유니버셜 데이터베이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주요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마이크로소프트 닷 넷 기술을 통해 엔지니어들은 사용자들이 계산 작업이 힘에 부칠만큼 늘어날 때 자신의 PC에서 컴퓨팅을 오프로드해 서버로 옮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리눅스는 그러한 유연성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리프카는 지적했다.

리눅스가 비용 면에서는 저렴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나 유닉스 업체들의 기술적 지원없이는 리눅스 환경을 유지보수하는 데 IT 스탭들을 다 뺏길까봐 걱정했다. 그는 “만약 스탭들이 버그를 수정하고 패치나 툴을 찾아내는데 업무시간을 할애하게 된다면 도대체 언제 본업에 충실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리프카와 같은 사람들에게 리눅스는 그만큼 인정받기가 어려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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