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산업 위축 우려…IDC 특화 새 건물 용도 신설 필요

박재현

[컴퓨터월드] 지난달 15일 SK(주) C&C 판교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IDC에서 운영되던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됐고, 서비스 사용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민간 기업의 IDC도 방송·통신시설로 분류해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관리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기본법)’을 입법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IDC 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지 않은 채 규제에만 무게를 두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2년 전 기본법 개정안을 입법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규제법’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며 국회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카카오, 네이버 등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무산된 것이다. 이 법은 IDC에 재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 사업자가 정부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위반 시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 또는 과태료를 내도록 강제한다. 필요한 경우 정부의 현장 조사도 가능하다. 한 마디로 국가가 기업의 IDC를 관리·감독하고 미흡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었다.

최근 벌어진 카카오 사태는 IDC 관리·감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다시금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국내 몇몇 클라우드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가 과해지면 오히려 산업 발전을 막을 수 있기에, IDC를 잘 관리할 수 있는 기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 IDC들을 살펴보면 등록된 건물 용도가 천차만별이며, 정부는 우선 IDC에 적합한 통일된 새로운 건물 용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제 의원실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기업에서 운영 중인 IDC의 건물용도가 ‘방통·통신’에 해당하는 곳은 26곳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업무용과 교육·연구용, 공장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민간 IDC 88곳의 건물 용도 중 업무용이 25곳, 교육·연구가 10곳, 공장이 7곳, 자료 없음이 20곳이었다. 등록된 IDC의 용도부터 기업별로 제각각이기에, IDC 관리에 대한 체계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IDC의 건물 용도 역시 업무용이었다. 대부분의 국내 IDC 운영기업은 건물 용도를 공장으로 등록해놓고 있다. LG CNS ‘가산 IT센터’, 삼성SDS ‘구미ICT’, LG유플러스 ‘가산IDC센터’ 등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처럼 IDC에 대한 통일된 관리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국내 클라우드 산업과 직결된 IDC 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해서는 안 된다. 물론 사고가 발생했고, 그 영향이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정도라면 규제 카드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사고가 나지 않게끔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 없이 우선 규제만 한다면,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과기부 역시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사항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이 “건축법상 방송시설이 아니라 IDC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건축용도 신설을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과기부 이종호 장관에게 질의하자, 이 장관은 “별도의 기준을 국토부와 협의해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유사시 대비 전력, 소방설비, 배터리, 시스템 이중화 설비 등에 대한 조치를 점검하는 동시에, 기존 IDC의 건물 용도 변경을 위한 지원책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IDC 관리체계를 충족할 수 있도록 기존 IDC에 얼마만큼의 설비투자가 이뤄져야 하는지 확인하는 등의 사전 작업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IDC 관리 기틀을 마련해 IDC 운영·환경이 고도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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