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소프트 엄의용 일본법인장 겸 전략사업본부장

[컴퓨터월드] 엠투소프트가 일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2년 간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일본 내에서 많은 IT 프로젝트들이 중지되거나 보류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로나 종식이 다가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엠투소프트는 지난 2007년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공공‧금융‧의료‧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자사의 리포팅 솔루션을 납품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해왔다.

엠투소프트 엄의용 일본법인장 겸 전략사업본부장을 만나 엠투소프트의 일본 시장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엠투소프트 엄의용 일본법인장 겸 전략사업본부장
엠투소프트 엄의용 일본법인장 겸 전략사업본부장

1세대 IT 기업 기술력으로 성공적인 일본 진출 달성

엠투소프트는 2001년 한국정보공학에서 분사해 설립된 전자문서‧리포팅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모기업인 한국정보공학은 1990년 설립된 1세대 IT 기업 중 하나로, 설립과 함께 웹리포팅 솔루션 ‘미래로’ 개발에 착수해 1994년부터 본격적인 비즈니스에 나섰다. 미래로는 출시와 함께 정보통신부의 전신인 체신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에는 IR52 장영실상(과학기술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의 주목을 한 눈에 받고 있었다. 한국정보공학은 이후 미래로의 제품명을 ‘리포트 디자이너(Report Designer)’로 바꾸고, 더 강력한 기능을 탑재한 전문가용 제품을 추가로 출시하는 등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엠투소프트는 한국정보공학의 응용개발사업부에서 사내벤처로 시작해, 2001년 별개의 사업체로 분사했다. 당시 한국정보공학의 핵심 사업 모델이었던 리포트 디자이너를 바탕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분사 당시부터 우수한 비즈니스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엠투소프트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한편 공공이나 금융, 교육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빠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리포팅 솔루션 및 전자문서 시장의 주요 벤더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대표 제품이었던 리포트 디자이너는 지난 2011년 ‘크로닉스 리포트(CROWNIX Report)’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지난해 해당 제품의 8.0버전을 출시해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엠투소프트는 약 20년 전부터 일본 리포팅 솔루션 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현재는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설립 초창기부터 리포트 디자이너의 일본어 버전을 개발해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렸으며, 2003년부터는 혼다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내 중견‧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전자정부의 시범 사업으로 추진된 규슈 사가현 전자자치부 프로젝트에서 표준 리포팅 솔루션으로 선정되면서 일본 내 공공시장 공략에도 성과를 올렸다. 이에 따라 엠투소프트는 2007년 정식으로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비즈니스 추진에 나섰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본 내에서 대부분의 IT 관련 프로젝트가 다수 중지되거나 보류되면서, 엠투소프트 일본 법인 역시 비즈니스에 좋지 못한 영향을 받게 됐다. 하지만 화상회의와 같은 솔루션들을 활용해 빠르게 비대면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해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 내에서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 가속화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다음은 엠투소프트 일본법인장을 맡고 있는 엄의용 전략사업본부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일본 시장에 최적화된 기능과 서비스 지원

Q. 일본 시장에 진출하게 된 계기와 현재 상황은?
엠투소프트가 한국정보공학으로부터 독립해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펼쳐나가기 시작했을 무렵, 일본 시장에서 IT 컨설팅 및 대리점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e-코퍼레이션.JP(e-Corporation.JP)로부터 함께 웹리포팅 시장을 공략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따라 리포팅 솔루션 리포트 디자이너의 일본어 버전을 개발해 현지 박람회나 제품설명회 등에 참석하면서 일본 시장 공략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에는 리포트 화면 개발이 IT 업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사 제품과 같은 리포팅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덕분에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몇 개의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엠투소프트는 일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일본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일본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 투자를 받게 됐다. 그런데 투자사로부터 기존의 대리점 중심의 비즈니스 대신 직접 일본 법인을 세우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엠투소프트의 리포팅 솔루션은 일본 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들은 현지 법인이 없을 경우 해당 기업을 깊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동안의 성과를 토대로 일본 내 비즈니스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엠투소프트는 2007년 도쿄에 일본 법인을 세우게 됐다. 법인 설립 이후에는 기존 대리점 채널을 확대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영업 비즈니스도 병행하고 있다.


Q.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익히 알려진 대로 일본은 시장 진출 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나라다. 엠투소프트 역시 법인 설립 이후 약 3년 간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당시 일본 리포팅 솔루션 시장에서는 일본 기업이 개발한 제품이 독점에 가까운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었다. 후발주자인 엠투소프트 입장에서는 해외 제품이라는 페널티를 안은 채로 독점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법인 설립 이후 탄탄한 비즈니스 전략이 세워지면서 시장 지분율과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는 경쟁사 제품 대비 설치와 사용이 쉽고 새로운 기능 업데이트와 커스터마이즈, 기술 지원 등이 충실하게 지원됐기 때문이다. 당시 경쟁사의 리포팅 솔루션을 도입하려면 기술 전문가인 컨설턴트가 방문해 수십 개의 모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많은 시간을 들여 시스템 컨설팅을 수행해야 했다. 모듈 구성 자체도 무척 복잡해 사용자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반면 엠투소프트의 제품은 설치가 쉽고 편리한데다 가격 역시 저렴해 도입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커스터마이즈와 기술 지원도 특별한 장점 중 하나였다. 경쟁사가 일본 리포팅 솔루션 시장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보니 고객 하나하나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명한 전자기기 제조사인 샤프(Sharp)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신제품 출시에 맞춰 전사 OS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자 했다. 그런데 윈도우 신제품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리포팅 솔루션의 일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샤프는 해당 제품 개발사 측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샤프는 새로운 리포팅 솔루션을 도입하고자 했고, 당시 샤프에 제품을 납품하던 대리점이 우리 제품인 리포트 디자이너를 제안해 사용하게 됐다. 샤프는 지금까지도 우리의 크로닉스 리포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Q. 일본 시장 공략에서 어려웠던 점을 꼽는다면?
일단 일본어 자체가 상당한 장벽이었다. DB에 있는 데이터를 가져다가 엑셀 형식의 리포트 화면에 뿌려준다고 했을 때, 한글이나 영어는 무척 변환이 쉬운 언어에 속한다. 글자의 구성요소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고 기준이 확고하게 잡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어는 그렇지 않다. 일단 한자 자체가 무척 많고 복잡한 문자인데다, 사람 이름이나 지역명을 쓸 때 상용한자에 없는 왜자(倭字)를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문자를 쓸 때도 용도에 따라 전각과 반각을 혼재해 사용한다. 특히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숫자인데, 같은 화면 내에서도 숫자를 쓸 때도 전각과 반각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령 ‘10번지’와 같이 주소지에 들어가는 숫자에는 전각을 쓰면서 전화번호는 반각으로 쓰고, 모델번호나 형번을 쓸 때는 전각과 반각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전각으로 표시된 숫자는 문자로 인식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합계 계산과 같은 엑셀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같은 조직 내에서 표기법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도 문제다. 가령 공공기관에서 연호를 표기하는 방법조차 통일돼 있지 않다. 레이와(令和) 연호가 시작된 2019년을 표기할 때 어떤 기관에서는 ‘레이와 1년(一年)’으로, 어떤 기관에서는 ‘레이와 원년(元年)’으로 표기한다. 기관에 따라서는 더욱 간단히 ‘R1’이나 ‘R01’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라는 같은 조직 내에서도 특정 단어에 대한 표기법이 통일돼 있지 않고,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표기를 적용해야 하다보니 리포트 화면을 개발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 연구소 측에서 일본 고객의 복잡하고 번거로운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줬기 때문에, 많은 경우 오히려 일본 시장에서의 신뢰성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가령 상용한자에 없는 왜자는 클라이언트에 해당 한자에 대한 정보가 있는 폰트를 배포한다거나, pdf 등으로 변환해야 하는 경우 자동으로 이미지로 처리해서 옮기도록 하는 등이다. 연호 표기와 같이 민감한 부분도 기술지원 단계에서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전용 제품 개발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

Q. 일본 리포팅 솔루션 시장만의 특이사항이 있다면?
최근 우리나라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계약 등을 할 때 종이문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태블릿을 활용한 전자문서 환경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직접 손으로 작성해야 하는 종이문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일본 최대의 IT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은 AI 기반의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기술이었는데, 이는 OCR을 통해 주문서나 발주서 등 수많은 종이문서들을 전산에 입력하는 공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전자문서의 도입이 느린 이유는 일본 특유의 업무문화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는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고 해도 제조사가 “우리에게 주문할 때는 이 양식에 기입해서 보내달라”고 요구하면 고객이 해당 양식에 맞춰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조사가 청구서를 보낼 때도 자사의 기준에 맞춰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고객이 자신이 사용하는 양식에 맞춰서 발주서를 보내고, 제조사가 청구서를 보낼 때도 해당 고객의 양식에 맞춰준다. 만약 10개의 거래처에서 서로 다른 양식의 10개의 발주서를 받게 된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전산화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OCR 같은 기술에 대해 수요가 높은 것이다.

이처럼 독자적인 일본 시장의 요구사항에 대응해, 엠투소프트는 현재 두 개의 일본 전용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먼저 하나는 열람용 포털 제품인 ‘크로닉스 리포트 센터(Report Center)’다. 일반적인 리포팅 솔루션은 보고서 양식을 담은 폼(form) 파일과 DB의 데이터를 매핑해주는 역할만을 수행하고, UI단에서 보고서 조회 버튼을 누르면 해당 정보를 호출해 화면에 뿌려주거나 링크를 연동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포털 역할을 하는 웹페이지에 보고서를 등록하고 접근권한을 나누어 놓으면, 로그인한 사용자에 따라서 확인할 수 있는 보고서를 트리 형태로 보여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일본 법인에서 열람용 포털 제품 크로닉스 리포트 센터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크로닉스 리포트 런처(Report Launcher)’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엑셀에 대한 수요가 무척 높다. 우리나라는 오라클이나 마이SQL 같은 정식 DB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일본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도 엑셀이나 엑세스(MS Access)만 가지고 운영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들 역시 리포트 솔루션을 활용해 편리하게 보고서를 만들고 조회할 수 있기를 원한다. 크로닉스 리포트 런처는 고객이 보유한 엑셀이나 엑세스 파일을 크로닉스 리포트 디자이너로 만든 폼 파일과 매핑해 보고서 형태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반적인 정식 DB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수요가 높은 제품 중 하나다.


Q.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일본의 가장 특이한 비즈니스 문화는 상류(商流)라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고객사가 솔루션 구매 공고를 내면 다양한 대리점들이 유리한 제품을 가지고 가서 경쟁을 펼치지만, 일본은 각 고객사마다 제품을 납품하는 1차‧2차 대리점들이 존재한다. 이 상류의 흐름에 끼어들지 못하면 중견 이상의 고객사에게 제품을 납품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고객사와 대리점, 그리고 대리점과 연결된 솔루션 벤더들은 서로 신의를 무척 중요시하기 때문에, 단순히 제품의 우수성만 가지고 경쟁하는 것도 어렵다.

상류 문화 때문에 아무리 잘 만들고 국내 시장에서 유명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일본에 진출해 곧바로 매출이 일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일본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력과 끈기다. 일본의 작은 대리점들부터 차근차근 친분을 쌓아나가면서 고객사들을 만날 수 있는 상류의 흐름에 끼어들어야 한다. 여기까지 보통 3~5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 초기 몇 년 간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 한 가지는 지속가능한 고객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제품 사용 중 버그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보다 4~5배 정도 더 대응이 어려운 나라가 일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제품 사용 중 버그가 발생하면 기술지원 인력이 출동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단순한 문제라면 현장에 나가지 않고 전화 몇 통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해결되고 시스템이 원상복구되면 거기서 상황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본은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상세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문제의 발생 원인과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기능은 무엇인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작업을 수행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작성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책임자가 직접 고객사를 방문해 보고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SW는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용 중에는 결국 버그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일본 사용자들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은 제품을 계속 사용하더라도 유지보수 계약을 지속적으로 갱신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고객 지원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유지보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문제 상황에서도 항상 대응할 수 있는 고객 지원 체계를 잘 만들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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