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월드] 지난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사업은 단연 행정안전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행정·공공기관 정보시스템 클라우드 전환·통합 사업(이하 클라우드 전환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2026년까지 전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정보시스템 1만9개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었다. 그만큼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가 AI 반도체 기반 K-클라우드 프로젝트에 예산을 몰아주면서, 클라우드 전환사업은 찬밥 신세가 됐다. 용두사미로 끝날 것 같은 모양새다.

클라우드 전환사업은 2021년 문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까지 강력하게 추진했던 사업이다. 전체 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와 정부 보유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게 핵심으로, 기관별 클라우드 전환 비용과 민간·공공 클라우드센터 초기 1년 이용료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행안부는 2021년 1차년도 사업에 570억 원(집행 예산 509억 원), 2022년 2차년도 사업에는 2,999억 원(집행 예산 1,786억 원), 2023년 3차년도 1,753억 원, 2024년에는 1,239억 원, 2025년 사업에는 2,179억 원 등의 예산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3차년도인 2023년에 계획되었던 1,753억 원의 예산이 342억 원으로 축소되면서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전환·통합 사업에 문제가 발생했다.

물론 1차년도와 2차년도 예산도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다소 축소되긴 했다. 그러나 사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3차년도 사업은 당초 예산 1,753억 원보다 1,444억 원이 줄어든 342억 원으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환 로드맵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컨설팅, 인프라 이용료, 전환 비용, 기관 클라우드 이용료 등을 감안할 때 2,167개에 달하는 정보시스템을 342억 원에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클라우드 전환·통합 사업에 참여하며 그간 많은 투자를 해온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이전이라는 정부의 정책을 믿고 인력을 확보하고 조직을 갖추는 등 많은 투자를 해왔다. 이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던 클라우드 업체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클라우드 전환사업을 주관하는 행안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사업 지원단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배정받는 공공기관도 현재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으며 자체 예산을 수립할 수 있는 일부 기관만이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 공공기관 클라우드 전환사업은 사업 초기부터 행안부가 자체 클라우드 센터를 고집하는 바람에 클라우드 업계의 반발을 사는 등 뒷말이 무성했다. 그럼에도 이 사업은 국내 클라우드 업계에는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공공기관들은 어차피 해야 하는 클라우드 전환을 빨리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정부가 현재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초거대 AI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AI 반도체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클라우드 전환사업은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다. 현재 공공기관에서 우선적으로 도입에 나서는 챗GPT와 같은 AI 신기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라는 기반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계획대로 클라우드 전환사업이 잘 마무리돼야 디지털플랫폼정부 역시 단단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고, 원했던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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