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참여 제도 완화만이 아닌 SW 산업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컴퓨터월드]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오류 사태가 결국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한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완화라는 앞뒤 맞지 않는 이상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분위기다. 최초 폐지에서 완화로 조정됐다니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정종길 기자
정종길 기자

정부 내의 이런 기류는 공공 SW 사업을 발주하는 정부 공공기관의 입장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즉 발주자 측에서 대기업의 사업 참여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다수 정부 공공기관 담당자들이 중요한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도록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쪽이 대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기업이 수행한 사업이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갔었는가를 따져보면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결국 업계에 오래 몸담은 이들은 “사업 공고가 나기 전에 대기업들이 제안요청서(RFP)까지 써서 ‘갖다 바치던’ 시절을 발주자들이 그리워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IT를 잘 모르는 담당자들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기업으로서도 이런 업계 환경은 결코 이득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기업들도 과거 낮은 수익성으로 속앓이하다 공공 SW 사업에서 손을 뗀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대기업 참여 제한 폐지를 위해 여기저기를 두드리는 데는 나름의 이유와 계산이 있겠지만 말이다.

IT 업계 대다수가 공공 SW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발주처인 정부 공공기관의 전문성 부족과 예산 후려치기, 무리한 사업 일정과 잦은 과업 변경 등에 있다고 지적함에도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혁신단은 여전히 대기업 참여 제한의 완화 또는 폐지만이 ‘혁신’으로 가는 길이라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혁신’을 기어이 밀어붙이겠다면 발주자 측에 제기되는 지적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균형 있는 모습이지 않을까.

공공 SW 사업에서의 ‘묻지마 사업비 삭감’ 문제 제기에도 기재부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아 왔다. 국가 예산은 어쨌든 아껴야 한다는 입장에 예외를 적용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참여 제한 완화를 위해 총리실 산하 규제혁신단이 나섰고, 의지만 발휘한다면 추가적으로 업계에서 제기하는 문제들도 충분히 다루면서 각 부처 간 조율까지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무리한 사업 일정과 잦은 과업 변경에 대한 추가 예산 배정 등, 그간 SW 산업이 토로해온 해묵은 문제들까지 규제혁신단이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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