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줄어든 투자…솔루션 세분화·해외 진출로 반전 노려

[컴퓨터월드] 2003년 상반기 전사적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 시장은 465억 9천만 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9.1% 성장했다. 이같은 성장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 속사정은 달랐다. 2002년 같은 기간의 라이선스 매출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탓에 상대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2003년 상반기 시장을 2001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3.1% 줄어들었다. 그나마 중하위권 업체의 선전이 라이선스 시장의 회복을 이끌었다.

2003년 당시 본지가 뉴소프트기술, 영림원소프트랩, 지앤텍, 한국오라클, SAP코리아 등 국내 주요 ERP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상반기 국내 ERP 소프트웨어 시장은 465억 9천만 원 규모를 형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1% 상승한 수치였다. 컨설팅·유지보수·교육 등을 포함하면 942억 2,7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ERP 소프트웨어 시장이 성장세를 보인 것은 2002년에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02년 ERP 소프트웨어 시장은 2001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1% 감소했다. 따라서 2003년의 성장은 회복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라이선스 시장 규모는 2001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실제 2003년 시장 규모는 2001년과 비교할 때 3.1% 줄어들었다. 일시적인 회복세는 중하위권 업체들이 선전하고, 외산 공급업체의 부진을 국산 벤더가 메워주었기 때문이었다.

2001~2003년 ERP 부문별 매출 추이 [단위: 백만 원]
2001~2003년 ERP 부문별 매출 추이 [단위: 백만 원]

라이선스 매출, 2001년에도 못 미쳐

2003년 상반기 ERP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IT 부문 투자 부진에 따른 시장의 어려움이었다. 2003년 상반기 한국경제는 북핵위기, 고유가 등 대외 악재와 내수 부진, 가계 대출 등 내부 요인이 겹치며 1, 2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1997년 외환 위기 후 첫 마이너스 성장률이었다.

IT산업도 경기침체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기업들의 IT 투자가 위축되며 상당수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비용 대비 효과적인 투자를 고려한 기업의 결정이 2003년 하반기에 내려지리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확실치 않았다.

기업의 투자 부진을 일부 상쇄한 것은 중기 IT화 지원사업이었다. 중기 IT화 지원사업은 정부가 2001년부터 중소기업의 IT화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진행한 사업이었다. 정부는 2001년 8천 개 기업을 선정했으며, 2002년, 2003년에 각각 1만 개, 1만 2천 개 기업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었다. 2001년 7월 당시 업체당 지원 금액은 2천만 원, 사업 총예산은 1,280억 원이었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중기 IT화 지원사업도 예산이 축소되며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듯했다. 이로 인해 중기 IT화 지원사업에 초점을 맞췄던 기업들은 심각한 매출 부진에 허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상반기 ERP 시장의 두 번째 이슈는 ‘세분화’였다. 전통적으로 제조 기반의 회사가 도입했던 ERP 제품이 금융권, 건설, 병원, 유통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ERP 벤더들은 이런 추세에 맞춰 업종별로 전문화된 ERP를 출시하거나 특화된 특정 템플릿을 공개했다.

건설 전문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창해소프트는 건설 분야에 특화된 확장형 ERP ‘Css(Construction Standard System, 건설표준시스템) ERP’와 건설 전문 템플릿을 개발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식음료업과 전기전자, 제약 부문 템플릿을, 지앤텍은 물류 전문 템플릿을 개발했다.

이밖에 코인텍을 비롯해 국산 ERP 업체들의 수출 성과가 가시화됐고, 제품 고도화를 통한 중견 및 대기업 시장 진입에 속도가 붙고 있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영향으로 수요 확산이 지속돼 입지도 강화되고 있었다.

한편 웹 ERP가 대세적 흐름을 형성하며 국산 ERP 업체들 사이에서 차세대 플랫폼으로 닷넷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통합·확장성 등이 주요 기술 트렌드로 주목받으며 확장형 ERP의 수요가 현저히 증가하기도 했다.


오라클·SAP, HR 등 유관 솔루션 판매 기대

2003년 상반기 최고 라이선스 매출을 기록한 SAP코리아였다. SAP코리아는 전년 동기 대비 6.5% 증기한 100억 1,6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 SAP코리아는 금융, 중공업, 자동차 하이테크, 소비재 쪽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대우조선에 HSE와 APO를 제외한 ‘마이SAP 비즈니스 스위트(mySAP Business Suite)’의 전 모듈을 공급해 조선업종에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 외에도 대교, ASE코리아, 화승, 동부제강 등 40여 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었다.

상반기 라이선스 매출 2위는 한국오라클이었다. 두산중공업, 동부건설 등 건설사와 쌍용자동차, 삼표산업 등을 고객사로 둔 한국오라클은 전년 동기 대비 1.3%의 매출 증가율로 SAP코리아를 바짝 뒤쫓고 있었다. 한국오라클은 상반기 성과를 놓고 “안정적인 영업력과 지원조직력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오라클이 새롭게 주목한 분야는 ‘전략적 인적자원관리’였다. 당시에는 성과 중심의 인사관행이 중요해짐에 따라 해당 분야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었다. 오라클은 8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10개 프로젝트를 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오라클의 뒤를 이어 더존디지털웨이에서 분사한 더존다스가 41억 1,600만 원의 매출로 전체 시장 점유율 8.83%를 기록했다. 더존다스는 당시 경영본부·사업본부·개발본부·기술연구소 등 4개 본부 형태로 조직을 편성, R&D 인력 및 고객지원인력 강화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전자와 전기, 자동차, 레미콘 등의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IT 지원사업과 관련해 더존ERP ‘M’과 더존ERP ‘X’ 두 가지 제품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해외시장에서는 더존 중국 현지법인을 통해 중국법인이나 중국에 지사가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벌였다. 중국 현지법인은 특장차 제조업체인 라얼 등 25개 업체에 더존 ERP 시스템을 구축했거나 구축하고 있었다.

삼성SDS는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40억 5천만 원으로 4위를 기록했고, 그 뒤를 34억 9천만 원의 매출을 올린 KAT시스템이 이었다. KAT 시스템은 ERP와 기업지식포털(EKP)이 합쳐진 주력 제품 카리스마 프리미엄을 제조/유통기업에 공급하고 있었다.

지앤텍은 장치와 조립, 금융 및 서비스를 세분화한 업종을 공략해 상반기 27억 4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앤텍은 비전21을 기본으로, 위니즈를 핵심 제품화하기 위한 점진적인 기초작업과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남애전자 중국공장과 LG CNS 차이나법인에 OEM으로 위니즈를 공급, 향후 기반 조성 후 독자적인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었다.

500억 이상의 중견기업에 초점을 맞춰온 소프트파워는 탑엔터프라이즈 외에 지식경영탑그룹웨어, 탑KMS, 탑EKP로 구성된 지식경영통합솔루션과 탑CRM, 탑SCM을 상용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3년 상반기 ERP 업체별 시장 점유율
2003년 상반기 ERP 업체별 시장 점유율

국산ERP, 해외 진출 늘어

소프트파워는 “해외시장의 경우 지난해부터 꾸준히 시장을 개척해 왔다”며 “그 결과가 올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파워는 당시 일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일본 유수의 기업과 ERP뿐 아니라 프로세스큐의 판매에 관한 협의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2003년 창립 10주년을 맞은 영림원소프트랩은 기업별 맞춤 제품군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매출액 1천 억 이상의 중견기업에는 각 업종의 특성에 맞춘 업종별 템플릿 K시스템 프라임과 원가관리가 가능한 K시스템 슈프림을, 100억~1,000억의 기업은 K시스템 프라임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영림원의 주력 업종은 식료품, 전자부품, 자동차 부품, 화학 업종이며 이들 업종에 대한 템플릿을 보유했다. 영림원은 그해 쥬얼리 업종에 새롭게 진출하며 서광보석, 피제이 주얼리와 계약했다.

아울러 영림원은 일본 SI 업체와 특정 업종의 일본어 버전을 공동 개발·영업하기로 협의하고 제품을 개발 중이었으며, 2003년 내로 현지 중견기업 시장에서 첫 고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SK케미칼과 삼양사가 화학섬유사업을 분리해 통합한 휴비스의 중국법인 ERP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을 발판으로 현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한편 코인텍은 일본 내 파트너사인 MK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당시 MKI는 영업과 마케팅을 대폭 강화해 하부대리점망을 구축 중이었으며, 코인텍은 기술지원을 위해 10명의 기술인력을 현지로 파견했다. 또한 50여 명의 인력을 신설된 코인텍의 ‘이글ERP’ 전담 사업부에 배치했다.


해외 진출과 산업별 유사 솔루션 제공으로 반전 노려

더존다스는 하반기에 ‘네오-XP’와 더존ERP ‘M’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더존ERP ‘M2’를 주력제품으로 내세울 계획이었다. 특히 네오-XP의 타깃을 구축 기간이 부담스러워 ERP 도입을 망설이는 기업으로 잡아 시장 확보를 시도했다. 네오-XP는 단순 소프트웨어 솔루션뿐 아니라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통합한 종합 패키지 형태로 공급됐다.

기존 채널은 솔루션 파트너와 컨설팅 파트너로 구분했다. 솔루션 파트너는 테크니컬 파트너와 채널 파트너 같이 차별화를 둬 영업/구축 및 컨설팅에 있어 전문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매출 신장을 기대했다.

더존다스가 주목한 해외시장은 중국이었다. 당시 중국 기업은 높은 투자수익률(ROI) 성취 및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향후 몇 년간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더존다스는 닷넷을 기반으로 XML과 유니코드에 대응하는 더존ERP ‘e’로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더존ERP ‘e’가 해외에 복수법인 및 사업장을 가진 중국 기업에 어필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었다.

더존다스가 종합 패키지 솔루션으로 새로운 기업 확보에 나섰다면, 소프트파워는 자사 포트폴리오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소프트파워는 2002년 발표한 ‘탑SCM’과 ‘탑CRM’ 솔루션을 상용화해 관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이 제품들은 탑ERP, 탑엔터프라이즈와 긴밀하게 결합돼 확장형 ERP에 대한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소프트파워는 대부분의 ERP 업체가 타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제품 간 통합을 고려하는 데 반해 자사는 고객 관계 관리(CRM), 공급망 관리(SCM), 그룹웨어 등을 자체 보유한 것이 강점이라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통합된 솔루션이 비용 절감, 업무 통합, 운영 용이성 등 차별화된 장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시장과 관련해 소프트파워는 중국, 일본, 영어권 시장에서 확실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중국에서는 교육, 컨설팅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ERP 솔루션의 특성을 고려했고, 이러한 부분을 총괄 담당할 수 있는 현지 유통망 확보에 주력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진행 중인 일본 총판 모집을 완료하고 실질적인 영업 활동을 위한 제반 사항을 마련했다. 미국에서는 프로세스큐의 시장 진입을 목표로 했으며 사업 안정화를 기반으로 전체 영어권 시장 확대까지 계획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한자문화권에 적합한 프로세스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빠르게 공수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가격 경쟁력·서비스 차별화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자 했다. 일본, 중국에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현지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영림원은 전자부품업종 중 컬러휴대폰 부품(LCD, 백라이트유닛) 업체들에 집중하고 있었다. 또한 음식료업과 쥬얼리업종 도 집중 공략 대상이었다. 영림업은 파트너사인 경남모직과 함께 섬유, 의류 업종의 템플릿도 개발해 시장을 지속 확대해 간다는 전략이었다.

코인텍은 일본 비즈니스에 핵심 역량을 집중했다. 이미 닷넷기반의 중대기업용 ERP ‘이글VC’를 일본 시장에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코인텍은 대기업 환경에 더 적합하고 확장성·통합성을 강화한 ‘이글ERP VC 2.0’ 발표해 시장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고자 했다.

이글ERP VC 2.0은 64비트 윈도우 서버 2003 및 SQL 2000를 지원하고, 대용량 데이터베이트 처리 프로세스를 강화한 솔루션이었다. 특징으로는 △시스템 성능 향상 및 안정화 △사용자 UI 개선 등이 있었다.

상반기 라이선스 매출 1위를 차지한 SAP코리아는 자동차, 하이테크 등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마이SAP 비즈니스 스위트’와 ‘마이SAP 올인원(mySAP All-in-One)’을 중심으로 기업 규모별 다양한 전략을 구상했다.

SAP코리아는 기존의 백엔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대기업 고객에게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통해 확장형 솔루션과 엔터프라이즈 포탈 등을 판매했다. 또한 매출액 2천억~6천 7백억 원 규모의 기업이 주 대상인 미드사이즈 시장은 기존 성공사례를 무기로 공략할 계획이었다.

중소·중견기업 시장은 마이SAP 올인원을 템플릿화할 수 있는 파트너사를 선정 및 협력해 고객을 확보할 방침이었다. 자동차와 하이테크 산업을 중점적으로 공략하되 기존의 ‘마이SAP 닷컴(mySAP.com)’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고자 했다. 이밖에 IBM, HP 등 하드웨어 업체와 정보를 공유해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삼성SDS, LG CNS, SK C&C 등 여러 SI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했다. 대규모 행사보다는 솔루션·산업 특화 세미나를 준비했으며, 삼성생명의 레퍼런스를 성공사례로 삼아 보험업계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었다.

SAP코리아에 이어 매출 2위를 기록한 한국오라클은 해당 산업의 요구사항에 적합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에서 복잡성을 없애고 완벽한 통합성을 강조했다.

한국오라클은 ERP를 중심으로 CRM, SCM 등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부문 통합의 강점인 비용 감소, 업무 통합, 운영 용이성 등을 부각시켰다. 특히 중소기업 시장에서 ERP 적용이 늘고 있던 만큼 성공사례를 발굴해 투자 대비 효과성을 앞세워 신규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었다.

아울러 한국오라클은 산업별 전문 솔루션을 통해 금융권과 제조산업을 공략했다. 이들 산업 분야는 요구사항이 많은 편이었는데 한국오라클은 고객사 구축사례 성과와 산업별로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해 비즈니스 및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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