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컨설팅 김대일 애자일 컨설팅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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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월드]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3년에 미국의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라는 IT 저널리스트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IT doesn’t matter(IT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라는 제목으로 컬럼을 실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컬럼은 IT 분야에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니콜라스 카는 이 컬럼에서 IT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산업혁명 시대의 전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전기는 중요하지만 경쟁우위 요소가 아니다

그는 산업혁명시대 초기에는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이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보다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지만 이제는 모든 기업이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는 더 이상 경쟁 우위의 요소가 아니다. 때문에 전기에 전략적 투자를 하는 기업은 없다고 말하면서 전기는 여전히 기업에 있어서 필요하기는 하지만 더 이상 전략적 투자의 대상이 아니고 비용 절감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부분 기업이 Y2K 문제 해결을 위해 IT에 많은 투자를 해 정보화를 이기 때문에 IT도 더 이상 기업의 경쟁 우위의 요소가 아니라고 주장을 했다. 전기와 마찬가지로 IT를 사용해야 하기는 하지만 IT에 더 이상 전략적 투자를 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IT 비용을 최대한 절감해 다른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이 컬럼의 핵심 내용이었다.

당시 이 컬럼은 21세기를 맞이해 Y2K 특수와 인터넷의 확장에 힘입어 IT 산업의 부흥기를 맞은 IT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나 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과 같은 IT기업 수장들은 앞다투어 니콜라스 카의 견해에 전면적으로 반박하면서 ‘IT doesn’t matter(IT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가 아닌 ‘IT does matter(IT는 중요하다)’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러면 20년이 지난 2023년 현재, 니콜라스 카의 ‘IT doesn’t matter’의 논리는 과연 유효했을까?

2000년대의 인터넷 시대, 2010년대 모바일 시대를 거치면서 IT는 다양한 형태로 변신했다. 특히 2015년 이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 IT는 디지털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하면서 금융/제조/자동차/건설/항공/유통/운송 등 모든 업종을 망라한 기업들이 모두 하나같이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하고 있다.

은행은 손 안의 지점, 디지털 뱅킹 시스템을 통해 고객을 응대하고, 택시 업계는 손 안의 택시, 디지털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운송하고, 유통업계는 손 안의 슈퍼마켓, 디지털 상거래 시스템을 통 모든 물품을 고객에게 배달한다. 이렇듯 21세기의 세상은 온통 디지털로 통한다.

21세기 시장은 모든 분야가 디지털로 탈바꿈하고 있다.
21세기 시장은 모든 분야가 디지털로 탈바꿈하고 있다.

만일 디지털을 IT의 범주로 간주한다면 20년 전 니콜라스 카의 ‘IT doesn’t matter’는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을 비즈니스(Business)의 범주로 간주한다면 그의 주장은 또 옳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20년 전 니콜라스 카의 주장인 ‘IT doesn’t matter’가 맞는지 당시 IT 회사의 수장들이 주장한 ‘IT does matter’가 맞는지를 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Digital does matter(디지털은 중요하다)’라는 명제가 절대 불변의 진리라는 사실을 철저히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 기업들은 산업 분야와 업종에 상관없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파도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이 파도를 넘지 못하는 기업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그 누구도 ‘Digital does matter’에 반박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은 단연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DX)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창조와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저 하던 방식에 디지털 기술만 도입하는 것으로는 결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완성할 수 없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에게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가치를 민첩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과 디지털 기술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Way of Working, WoW)이 바뀌어야만 한다. 그리고 조직 문화와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창조와 혁신이 실현될 수 있다.


디지털 시대, 애자일 전환이 중요하다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19~20세기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 조직, 프로세스 그리고 사고방식(Mindset)을 이젠 새로운 방식, 즉 애자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애자일 전환(Agile Transformation, AX)이라고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Digital does matter’는 강력하게 주장하면서도 ‘Agile does matter’에는 아직 매우 인색하다.

맥킨지의 조직 건강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 이전에 애자일 방식을 도입한 조직의 93%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월등한 성과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애자일 방식을 도입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성과 비교.
애자일 방식을 도입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성과 비교.

또한 이 보고서에 의하면 글로벌 시가 총액 상위에 속해 있는 기업 중 70% 이상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은 최근에 등장한 디지털 혁신 기업들이다. 이들이 몸담고 있는 산업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조직적 구조, 운영방식 및 기업문화에서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역동성’과 ‘안정성’을 갖춘 애자일 조직이라는 점이다.

이는 애자일 방식이 21세기에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경쟁 우위의 요소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최근에 애자일 전환이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기업의 또 다른 경쟁 우위의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애자일 전환은 디지털 전환만큼 우선 순위에 있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은 디지털 전환을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의 근간이 되는 애자일 전환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는 20년 전 니콜라스 카가 던졌던 화두 ‘IT doesn’t matter’대신에 ‘Does agile matter?(애자일은 중요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다.

이 질문에 어떤 사람은 ‘Agile doesn’t matter’ 또 어떤 사람은 ‘Agile does matter’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20년 뒤가 아닌 바로 불과 몇 년 뒤에 극명히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새 시대의 파고 속에서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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