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오픈소스컨설팅 애자일 컨설팅 고문 / Head of Agile Transformation
[컴퓨터월드] 예전에는 한 가지만 잘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어느 특정한 분야의 전문 지식(Vertical Special Knowledge) 하나만 전문가 수준이 되면 그 분야에서 나름 인재 대접을 받으면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때는 굳이 여러 분야의 지식을 어렵게 습득할 필요 없이 한 우물만 파도 성공할 수 있었다.
‘I자형 인재와 T자형 인재 그리고 파이형 인재’
이렇게 한 가지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인재를 I자형 인재라고 한다.
디지털 시대 및 애자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 가지 전공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유사시 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즉,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의 특성을 모두 보유한 사람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인재를 T자형 인재라고 지칭했다. 예를 들어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과 깊은 과학기술적 지식을 보유한 사람이 T자형 인재에 해당된다. 이런 사람을 융합형 인재라고도 부르는데 이 시대에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고 이어령 교수가 대표적인 T자형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이어령 교수는 인문학적 감성과 과학적 이성 모두를 겸비한 사람으로 그의 아내는 그를 일컬어 “시인과 수학자가 동거하는 희귀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런 T자형 인재도 모자라 세상은 최소 2개의 전문 분야를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이런 인재를 파이(π)형 인재라고 한다. 부카(VUCA)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모든 것의 변동성(Volatility)이 더욱 높아지고 불확실 해지며(Uncertainty) 복잡해지고(Complexity) 애매해져(Ambiguity)감에 따라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에 대한 눈높이도 더욱 높아졌다.
현재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는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다. 그는 2023년 메이저리그 MVP 투표에서 1위 표 30장을 싹쓸이하면서 만장일치로 MVP로 선정됐다. 이는 2021년에 이은 두 번째로 한 선수가 두 번 이상 만장일치로 MVP로 선정된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사례이다. 참으로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오타니 쇼헤이는 두 개의 칼을 잘 쓴다는 이도류(二刀流)로 불리면서 야구에서 투수와 타자로서 각각 최고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23년 타자로서 타율 3할4리, 44홈런, 95타점, 102득점, 20도루, 투수로서 10승, 평균 자책점 3.14, 167탈삼진을 기록했다. 당시 그는 팔꿈치 인대 파열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적을 올려 만장일치로 MVP가 됐다.
또한 그는 훌륭한 인성과 성품을 보유해 훌륭한 제너럴리스트의 품격을 갖추었고 야구라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투수로서, 타자로서 최고의 성적을 올려 최고 수준의 스페셜리스트 자격을 갖춘 완벽한 파이형 인재라고 할 수 있다.
금년에는 어깨 부상으로 인해 타자로만 활약을 하는 일도류지만 시즌이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도 홈런 31개를 치면서 홈런 1위, 타율 2위, 타점 2위, 출루율 2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I자형 인재, T자형 인재 그리고 파이형 인재를 거쳐 2015년 이후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시작되면서 이제는 한두 개의 전문지식도 모자라 여러 개의 전문지식을 가진 다재 다능한 인재를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IT업계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때 예전에는 업무분석가(Business Analysist), UI/UX 디자이너, 프로그램 개발자, 테스터 등 역할이 나누어져 제각각 하는 일이 달랐는데 모바일 앱 생태계가 대세를 이루면서 이제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잘할 수 있는 인재를 찾기 시작했다.
애자일 시대에 필요한 ‘빗형 인재’
이런 확장된 융합형 인재가 요구되는 이유는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기술과 기술이 융합하고 또 기술과 산업이 융합하면서 보다 다방면의 전문성을 두루 갖춘 빗(Comb)형 인재를 고용해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제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는 요즘 엄청난 연봉을 조건으로 이런 빗형 인재를 영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민첩성(Business Agility)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현대와 같은 애자일 시대에 있어서 이런 빗형 인재는 애자일한 의사결정과 실행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빗형 인재를 풀-스택(Full-Stack) 인재라고도 한다.
그런데 사람이 영화 속의 슈퍼맨도 아니고 어떻게 풀-스택 인재가 될 수 있을까? 물론 7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하는 사람이 있듯이 사람의 노력에 따라 여러 가지 전문성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풀-스택 인재가 더욱 많아지는 이유는 바로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다수의 풀-스택 인재 배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람들은 챗GPT를 사용함으로써 자료조사나 외국어 번역 등 엄청난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됐고 심지어 컴퓨터 프로그래밍뿐 아니라 전문 분야 디자인 그리고 작곡, 글 쓰기, 그림 그리기와 같은 창작 영역에서도 챗GPT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챗GPT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풀-스택 인재가 되는 시간을 더 단축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챗GPT를 잘 사용하는 전문 기술이 또 하나의 풀-스택 인재의 전문분야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사회/기업/규제/국제 환경이 더욱 변동성이 많고 불확실하고 복잡하며 애매해지는 부카(VUCA) 현상에 빠지고 MZ세대, 잘파(Zalpha)세대와 같은 새로운 생각을 가진 세대들이 경제 사회의 주체가 되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시시각각 변하고 또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인재상을 필요로 한다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개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 다양한 일반 상식을 가진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동시에 한 가지도 아닌 여러 방면의 전문 기술을 가진 스페셜리스트가 돼 빗형 인재, 풀-스택 인재가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일반 상식이 풍부한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의 특정 전문 지식을 가진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보다 먼저 가슴이 따듯한 하티스트(Heartist)가 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인공지능과 같은 다양한 능력만을 가진 풀-스택 인공인간이 되는 것보다 먼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것들을 가진 순수인간이 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