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및 공공기관의 정보자원 현황 통계’ 살펴보니
국산 DBMS 20%, 운영체제(OS)는 1.7%에 그쳐
[컴퓨터월드] 정부 기관의 소프트웨어(SW)의 국산화 채택률이 42%에 불과한 가운데 외산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행정 및 공공기관의 정보자원 현황 통계’ 자료에서 지난 2023년 기준 소프트웨어의 국산화 현황을 살펴보면 국산이 10만 181개(42.29%), 외산이 13만6,686개(57.71%)로 외산이 비교적 많았다. 소프트웨어 유형별로 살펴보면 DBMS, 운영체제, WEB/WAS, 백업, 정보보호, 관제의 외산 비율이 각각 80.01%, 98.22%, 66.17%, 74.36%, 26.88%, 5.95%로 정보보호와 관제를 제외한 대부분 소프트웨어가 외산 소프트웨어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민간이 아닌 디지털 대전환 시대 국산 소프트웨어 산업을 견인해야 할 정부가 외산에 종속돼 남의 논에 물 대주기를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이냐”는 불만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측에서는 기업들의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 예산 증액과 더불어 소프트웨어의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국산화율 중요한 이유
소프트웨어 국산화는 단순히 기술의 자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디지털 기반 시설은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고 있으며, 데이터 보호, 정보 보안,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등에서 SW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국산화율이 낮을 경우 공공기관에서 수집, 처리하는 민감한 데이터가 외국산 SW에 의존하게 돼 데이터 유출 및 관리의 리스크가 커진다.
또 외산 소프트웨어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락인(lock-in)’ 효과로 인해 외국 기업의 플랫폼과 기술에 장기적으로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술 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나 기업의 정책에 따라 국내 주요 정보 시스템 운영이 좌우될 위험성을 수반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에서 먼저 SW 국산화율을 높여 독립적인 기술 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운영 유지보수 비용 또한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산 기업들이 이에 대한 허점을 이용해 갑질과 횡포를 일삼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 A씨는 “한 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하는 정보화사업 운영유지보수 비용만 적게는 8~90억 원에서 많게는 300억 원을 사용한다”며 “단순하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국산 채택률이 외산보다 적다면 그 많은 유지보수 비용 중 50% 이상이 결국 해외 기업 배불리는데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공공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국내 중소기업 상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소프트웨어를 채택하기 위해 ‘상용소프트웨어 제3자단가계약 업무처리기준’을 마련했다”며 “일반적이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개발돼 하나의 상품으로 출시되고 판매를 목적으로 완성된 상용소프트웨어를 각 수요기관의 장이 직접 납품요구할 수 있도록 단가만을 정해서 계약하는 제3자단가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3자단가계약은 중소기업인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소프트웨어 인증서 및 프로그램 등록부, 중소기업확인서 등을 확인해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제3자 단가계약 신청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납품업체에 대해서는 ‘상용소프트웨어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을 통해 다수공급자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각 수요기관의 장은 구매금액에 따라 2단계 경쟁 등의 과정을 거쳐 납품대상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2단계 경쟁은 ‘상용소프트웨어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에 의거하는 평가방식을 따르도록 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산 소프트웨어 우대 항목을 선택해 평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계 기관에서 R&D 예산을 늘려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정부 기관들이 쉽사리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연히 호환성이 첫 번째일 것이고 두 번째가 가격, 세 번째는 안정적일 것에 초점을 둘 것이다”며 “과거에 비해 국산 점유율을 끌어 올린 것은 맞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다만 국산 소프트웨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기존에 운영해왔던 시스템 구조의 흐름을 깨지 않고 안정적이고 보다 개선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현재 R&D 예산 투자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 측에서는 이에 대한 부분을 감안해 적절히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 행정안전부의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 공공부문에서 사용되는 SW의 절반 이상이 외산 제품이다. 중소기업은 공공사업 참여를 통해 레퍼런스를 쌓고 이를 토대로 민간 사업을 비롯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소기업을 포용해줘야 할 정부 기관들이 여전히 외산 사용 비중이 높다는 것은 앞으로 세계 디지털 패권을 다툴 의지마저도 없어보인다는 지적이다.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보안 소프트웨어 등 주요 부문에서 국산화율이 부족함을 나타낸다. 특히, 데이터와 직접 연관된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국산화율이 낮다는 점은 국가적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국산 클라우드 솔루션에 의존하는 경우만 보더라도 데이터의 물리적 위치와 접근 권한에 대한 통제권이 국내에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해외 정책 변화에 따라 예기치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사항만 고려하더라도 외산 SW는 국가가 자체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보안 취약점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자립성을 더욱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주요 국가 SW 국산화 정책 사례 참고해야
우리나라 연구기관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SPRi)’가 지난 2021년 발간한 ‘디지털주권과 소프트웨어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이미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소프트웨어 자립을 위해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미국은 클라우드 컴퓨팅, AI 등 디지털 전략을 통해 주요 기술의 자립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자국 기술 기업을 보호하고 촉진하기 위한 반독점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데이터 보호 법안을 통해 자국 기업들이 디지털 경제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EU의 경우 가이아-엑스(GAIA-X)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 내에서 독립적인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 기업들의 데이터 보안과 디지털 주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자국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다양한 법적·기술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렇듯 주요 국가들은 공공기관의 SW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규제를 결합해 자국의 디지털 생태계를 보호하고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경우를 세밀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난 2015년 30.7%에 불과했던 국산화를 2019년 46%까지 국산 SW 비중을 끌어올리며 자국 SW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경우 국산화율이 25.7%에서 23.6%로 소폭 낮아진 바 있다. 다만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경우 43%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2019년도에 자국산 점유율을 40% 이상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
게다가 중국은 정부 주도의 ‘신형 인프라 구축(New Infrastructure Plan)’을 통해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경제 핵심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국산 SW 생태계를 확립하고 외산 SW의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자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또 중국은 SW 데이터의 국내 저장을 의무화해 자국 데이터를 자국 내에서 관리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자국 데이터 보호와 SW 경쟁력 강화를 병행하는 중국의 사례는 우리나라가 참고해볼만 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소프트웨어 국산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공공부문에서 외산 소프트웨어를 대체하기 위해 국산화율 목표를 세우고, 기술 개발과 관련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많은 공공기관들이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을 이유로 외산 소프트웨어를 선호하고 있다.
현재 공공부문 SW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다. 첫째, 국산 소프트웨어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공공기관이 외산 소프트웨어를 선택하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국산 소프트웨어의 기술력 향상과 유지보수 체계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국산 소프트웨어는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경쟁력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투자와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셋째, 공공부문에서 적극적으로 국산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유지보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서 국산 소프트웨어를 채택하면, 이는 민간 시장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산 소프트웨어 도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외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정책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SW 국산화율 제고 위한 정책 방향은
소프트웨어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공공부문 우선 채택 및 인증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의 소프트웨어 도입 시 국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국산 SW의 인증 기준을 마련해 이를 충족하는 제품에 대해 우선 채택을 권장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 외산 제품 대비 일정 기준의 경쟁력을 갖춘 국산 제품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SW 기업의 개발 의욕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기술력 강화를 위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국산 SW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분석 등 핵심 분야에서 국산 소프트웨어가 선진 기술과 견줄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국산 제품이 다양한 공공기관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산 SW의 안정적인 시장 확보 지원’도 중요하다. 공공기관이 국산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면서 겪는 유지보수와 관련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국산 제품의 사후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이를 위해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을 유도해 국산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환경에서 운용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국산 SW의 홍보 및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외 민간 기업에서도 국산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국산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민간 부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 국산 제품의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디지털 주권 확보’ 위한 장기적 비전과 대응 전략 필요
디지털 경제의 핵심은 데이터와 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에 있다. 따라서 데이터 보호와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SW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주권은 국가의 정보와 데이터를 스스로 보호하고, 이를 통해 자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는 데 기반이 된다.
특히 운영체제(OS)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경우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비율이 외산 제품 98.3%, 국산 제품 1.7%대로 압도적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 부분을 정부 기관에서 대대적으로 전환시켜야 국내 IT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책을 연구하는 업계 관계자는 “1조 원 정도의 예산을 투여해서 MS 윈도우나 리눅스 등의 OS를 비롯해 이에 기반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우리나라 기업들이 못 할 이유가 있을까”라며 “민간에서는 각자의 취향이 확고한데다가 선택 하나 하나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하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공공에서는 ‘시범사업’과 같은 형태로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해 인식을 변화시키면서 사례를 만들어 내면 민간에서도 조금씩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로 국산 운영체제가 개발된 바 있고, 이를 정부기관에서 도입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한글과 컴퓨터’가 개발한 ‘한컴 구름’과 ‘티맥스 데이터’의 ‘티맥스 OS’가 그 예다. 안양대학교의 경우 교내 컴퓨터실, 도서검색실, 전산개발, 행정부처 등에서 사용해 온 MS 윈도우 운영체제를 한컴 구름으로 일부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또 해군사관학교의 교육용 PC, 치안센터의 행정정보 조회 단말기, 육군본부의 지상전술C4I체계 단말 등 공공부문 특수목적 단말 OS로도 도입됐다. 우정사업본부도 지난 2019년 12월 OS 공급사들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티맥스OS 3천 개, 한컴 구름 OS 2천 개를 도입한 바 있다. 이렇듯 점차적으로 정부기관에서 국산 기술을 검증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판로 개척에 힘쓴다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정부기관들의 국산 이용은 보안성을 제고할 수 있어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OS와 DBMS 등의 외산 의존율을 낮추면서 국내 IT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디지털 경제에서 자립하고자 한다면, 외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정책적 지원을 넘어서는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 국산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강화해 외부 환경에 종속되지 않는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디지털 자립성을 확보함으로써 미래 디지털 경제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