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74.7억 달러…중소·중견기업 성장 가능성 재확인
[컴퓨터월드] 최근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입 동향이 역대 동 기간 대비(10월 중) 최대 기록을 세우며 주목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월 ICT 수출이 208억 달러(한화 약 29조 2,344억 원)에 이르러 전년 동기 대비 39.9% 증가했으며, 무역수지 또한 74.7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2개월 연속으로 이어진 수출 성장세로,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 및 주변기기 등 주요 품목에서의 고른 성과가 주효했다. 특히 이번 기록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 ICT 산업의 경쟁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와 주요 ICT 품목 수출 호조
이번 10월 ICT 수출의 주요 품목인 반도체는 총 125.5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9.9% 증가, 역대 10월 중 가장 높은 수출액을 달성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힘입어 63.9%나 증가하며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시스템 반도체 역시 AI 투자와 시장 회복에 따라 13.1%의 증가세를 유지하며 전체 반도체 수출을 견인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반도체의 기술력이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휴대폰 수출도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완제품은 3.8억 달러로 전년 대비 47.2% 증가했으며, 부분품은 14.4억 달러로 15.9% 늘어나며 강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휴대폰 수출은 24년 3월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주요 제조국인 중국과 베트남에서의 생산 및 수출 증가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으며, 특히 신흥 시장에서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 수출도 대용량 저장장치(SSD)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년 대비 48.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확대에 따른 SSD 수요 증가는 글로벌 IT 시장의 변화에 발맞춘 성과로 평가된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다소 부진
디스플레이 부문은 다소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텔레비전과 개인용 컴퓨터 등 주요 가전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10월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18억 달러로 전년 대비 21.5% 줄어들었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출은 26.6% 감소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시장 전략을 재편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LCD 패널 또한 전년 대비 10.0%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려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디스플레이 시장 내 OLED와 QD-OLED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향후 이 부문에서의 경쟁력 회복이 기대된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러한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내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별 수출 실적 살펴보니…중국‧미국‧베트남 강세
지역별로는 중국(홍콩 포함), 미국, 베트남 등 주요 수출국에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은 82.9억 달러로 전년 대비 9.9% 증가했으며, 특히 반도체와 휴대폰의 수출이 강세를 보였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 ICT 제품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중국 내 스마트폰 및 반도체 수요 증가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중국의 경제 회복세와 더불어 AI 및 IoT 관련 기술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및 주변기기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점이 특징이다.
미국의 경우, 서버 및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인해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이 각각 66.3%, 143.8% 증가하며 총 23.6억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미국은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와 인공지능 관련 인프라 구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이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와 대용량 저장장치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글로벌 IT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베트남 역시 반도체와 휴대폰 수출 증가에 힘입어 34.2억 달러의 수출로 전년 대비 6.4% 성장했다. 베트남은 한국 ICT 기업들의 주요 생산 거점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의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공정이 증가하면서 한국 반도체의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이는 한국과 베트남 간의 경제적 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베트남 정부의 ICT 산업 육성 정책 또한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과 일본의 수출 실적 주목해야
유럽연합은 10월 ICT 수출이 9.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특히 휴대폰 수출이 122.9%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이는 유럽 내에서 한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연합은 한국의 ICT 제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요한 시장으로,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이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반면, 디스플레이 수출은 25.8% 감소하며 일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유럽의 경제 불확실성과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경우, 10월 수출이 3.2억 달러로 전년 대비 7.3%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10.6% 증가했지만, 휴대폰 수출 감소가 전체적인 부진을 이끌었다. 일본은 한국과의 기술 경쟁이 치열한 시장 중 하나로,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의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내 일부 제조업체들이 자체 기술을 강화하면서 한국 제품의 수출에 도전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이 증가한 점은 일본 내 한국 반도체의 기술력이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한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0월 수출 성과, 중소 및 중견기업 역할 컸다”
중소 및 중견기업 또한 이번 10월 수출 성과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이들 기업의 ICT 수출은 전년 대비 9.7% 증가한 53.4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컴퓨터·주변기기, 디스플레이 등 주요 품목에서 고른 성장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는 17.1%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중소·중견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으며,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소 및 중견기업의 성장은 특히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이들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니치 마켓을 공략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및 컴퓨터 주변기기 부문에서의 강세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ICT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 예를 들어 수출 금융 지원 및 기술 혁신 촉진 프로그램 등이 중소기업의 수출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 경쟁력 회복과 저가공세 대응해야
이번 10월 정보통신산업 수출의 성장은 반도체와 AI 관련 수요가 주도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력 우위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부문의 감소세와 일부 품목의 수입 증가 등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및 ICT 주요 품목의 수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와 같은 핵심 품목의 자급률을 높이는 전략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또 디스플레이 부문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품질 개선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와 같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높여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휴대폰 부문에서도 주요 지역의 수요에 맞춘 맞춤형 전략과 새로운 모델 개발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흥 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라인업과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플래그십 모델을 동시에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소 및 중견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술 지원과 수출 금융 지원 등 정책적 배려가 강화돼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지원과 더불어, 수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판로 개척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대기업의 협력 또한 중소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협력 모델을 통해 상생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ICT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