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최지웅 협회장
[컴퓨터월드]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그간 국내 클라우드 산업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했던 공공부문 클라우드 사업 예산 감축에 따른 행정·공공기관들의 클라우드 전환 의지 약화, 가시화되는 해외 빅테크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들의 국내 공공시장 진출, 그리고 국가정보원의 새로운 다층보안체계(MLS) 적용 추진 등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기도 하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협회장 최지웅, 이하 KACI) 최지웅 협회장을 만나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공공 클라우드 활성화 방안과 협회의 지원 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예산·인력 부족 문제 해결 시급”
Q. 현재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직면한 당면 과제를 짚어본다면?
A. 클라우드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경제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고 있다. 모든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중시한다. 지속가능성이란 단순 생존을 넘어 성장 가능 여부와 결부된다. 공공부문 사업에 특화돼 있는 우리나라 CSP들의 지속가능성은 공공 예산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고 많은 공공 전환사업이 발주돼야 CSP들이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공공클라우드 예산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한 성장환경이 뒷받침되더라도 해외 CSP 대비 국내 전문인력들의 수가 부족하고, 역량 차이가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예산과 인력 이 2가지 과제를 국내 클라우드 업계와 정부가 우선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예산을 투입해 수요를 늘리고 공급망을 확대해 궁극적으로 인력을 키울 수 있는 연결고리, 즉 클라우드 산업 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과기정통부의 ‘제4차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에도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부분들이 담겼는데, 실제 어떤 활동들이 중점적으로 수행될지 주목하고 있다.
Q. 향후 클라우드 시장 흐름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A.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AI를 중심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클라우드 네이티브 컴퓨팅 재단(CNCF) 및 엔비디아(NVIDIA)의 엔지니어들은 기업의 모든 워크로드를 컨테이너 기반으로 전환해야 AI를 제대로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연한 AI 활용을 위해 인프라 자체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AI 시장이 자동으로 함께 성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AI 서비스 수익 창출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학습을 위한 GPU 리소스를 컨테이너 기반으로 슬라이싱(Slicing)해 할당하는 기술들이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컨테이너 전문인력이 충분치 않아 해당 영역 발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 해외 빅테크들이 대량의 GPU 가속기를 선점해서 국내 인프라 기업들이 확보하기도 어렵다.
다행히 GPU 공급 이슈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하는 NPU(신경망처리장치),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국내에서도 활발히 형성되고 있다. 또 AI를 중심으로 PaaS 시장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앞서 말했듯, 엔지니어링 역량과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민관협력형 MLS 참조모델 만들어야”
Q. 최근 국정원이 MLS 적용을 발표하면서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A. 우선 국정원의 MLS 적용 발표 이후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혼동을 겪는 이유는 추진 기관과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주도의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는 공공기관이 클라우드를 도입했을 때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관리체계를 점검하는 것이라면, 국정원 MLS는 보호해야 할 데이터 등급 분류와 논리적 망분리가 주요 기준이다. 현재 MLS와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수행 계획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많은 사업자들이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지금은 MLS가 C(기밀), S(민감), O(공개) 등급으로 구분된다는 점만 공유되고 있다.
이런 업계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과 함께 명확한 분류체계가 제시돼야 한다. MLS 레퍼런스 아키텍처, 즉 참조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AI 학습에 O등급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는 건지, 퍼블릭 클라우드에 보관된 O등급 데이터라 할지라도 이를 소버린 형태로 제공해야 하는 것인지 등의 C, S, O 각 등급에 대한 정의와 범주, 아키텍처가 발표돼야 한다. 이를 통해 각 공공기관들도 어떠한 등급의 데이터와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을지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Q. MLS 참조모델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A. MLS 참조모델이 제시된 각 데이터 등급과 업무 유형별 SW 목록도 매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기관들도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타 기관들의 사례를 참고하고 AI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 통합플랫폼인 ‘DPG 허브’처럼 MLS 아키텍처도 빠른 시일내에 제시돼야 한다는 의미다.
KACI에서는 이 같은 MLS 참조모델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방침이다. 특히 ‘민관협력형 MLS 참조모델’을 강조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공공 클라우드 연관부처들의 정책 관점이 공급자 중심에 머무른 게 현실이다.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민간 기업들이 갖춘 참조모델을 공공에도 동일하게 적용시킬 수 있다는 점을 협의해 가야 MLS 적용도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MLS 가이드라인은 내년 초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첫 단추가 중요한 만큼 KACI에서는 민관협력형 MLS 참조모델 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Q. 국정자원 대구센터 PPP(민관협력형) 사업도 우려를 낳았는데.
A. PPP 사업은 양날의 검이라고 본다. 산업 활성화에 대한 측면도 물론 있지만, 한정된 데이터센터 상면으로 인한 CSP들의 클라우드 서비스 확장 및 가용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구글 클라우드에서도 이러한 형태를 퍼블릭 클라우드가 아닌 ‘디스커넥티드(Disconnected) 클라우드’로 이름 지었다. 연결이 분리되고 망이 이원화되면서 CSP 입장에서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패치와 업그레이드가 어려운 것은 맞다.
MLS를 적용한다는 관점에서는 중요가 높은 C, S등급 데이터는 PPP 사업에 따른 대구센터에 위치하는 것이 적합한 것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민간 퍼블릭 클라우드의 효과는 누리지 못하지만, 국내 클라우드 산업을 활성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게 PPP 사업이다. 옳고 그름을 딱 잘라 구분짓기 애매하다.
“경쟁력 향상 위한 서비스 품질 향상과 인력 확보 필요”
Q. 해외 CSP가 공공에 진입한다면 국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A. CSAP 하 등급이 본격 개방되고 해외 CSP들이 공공시장에 들어올 경우 이에 대한 대응방안은 국내 기업들이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선택은 고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에게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해외 기업들과의 직접 경쟁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기는 어렵다. 국내 기업들이 노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대규모 투자 단행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투자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이 문제 역시 상당부분 공공 예산과 얽혀 있다. 정부의 예산 지원 이외의, 다양한 엔지니어링 테스트와 같은 기업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의 사업이나 추가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해외 CSP 클라우드를 바로 이용하기에는 분명 부담이 있을 것이다. 물꼬가 트일 때까지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 시기가 오기 전까지 해외 CSP들과 경쟁하기 위해 IaaS뿐만 아니라 SaaS와 PaaS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자체적인 노력과 정부의 일정 부분 지원이 필요하다.
Q. 국내 PaaS 산업에 대한 지원은 어떠한가?
A. 국내 PaaS 산업도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PaaS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사업과도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현재 사업 속도도 계획보다 더디고 PaaS 인력은 물론 예산도 부족하다. 기관들에서 전환 의지가 있어도 예산이 부족해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KACI에서는 PaaS 지원분과위원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도 멀티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인식해 가고 있어, 시스템 장애를 대처하는 데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국내 우수 상용 PaaS 솔루션 기업들이 앞으로 크게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PaaS 산업이 성장한다면 애플리케이션을 컨테이너화하는 컨설팅 영역도 커져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KACI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다.
Q. 국내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반복 언급했다. 실제 현업의 상황은?
A. 해외 사업자들과 비교하면 국내 클라우드 전문인력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해외 CSP 한 곳에서 하나의 스토리지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인력의 수가 국내 CSP 한 곳의 전체 개발자 수와 맞먹는다. 국내 기업들은 매우 적은 인력으로 수많은 서비스를 개발·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비스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 기업들이 전문인력 채용과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Q. 정부 차원에서는 이런 인력 부족 문제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
A. 먼저 인력 인풋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 예전보다 공과대학을 진학하는 비율이 줄어들었다. 당연히 정부에서도 IT 인력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다방면으로 수행해 오고 있다. 다만 현업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정부 교육 수료생들이 콘솔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은 잘해도, 원천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원천기술에 대한 교육이 기본 학습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하고 싶다.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교육을 위해 온보딩 프로그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수반돼야 회사 업무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역으로 기업이 신입 인력에 대해 세밀하고 높은 품질의 집체교육을 수행하면, 역으로 정부에서 그 기업에 인건비나 교육비를 지원해 주는 방안도 긍정적일 것 같다.
“MSP 생태계 활성화 목표”
Q. 향후 KACI의 중장기 계획과 목표는?
A. 앞으로도 KACI는 현안에 적극 대응하며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CSP 채널 파트너사들의 활동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현재 공공에서는 기관과 CSP 간의 직접계약이 흔히 일어난다. 반면 해외 CSP들은 자사 MSP 활동을 북돋아 그들만의 생태계를 키워왔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에도 이러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MSP들이 공공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CSP들은 중요 개발 업무에 집중하고, MSP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력과 인력을 키울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 MSP가 공공사업을 수주해 함께 진행할 CSP를 선정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PaaS 사업자들도 특정 CSP 사업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SW 분리발주 형태로 계약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파트너사 중심의 공공사업 계약구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 우리나라 클라우드 산업 전반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