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40%대 그쳐…업계 “분리발주 체감 어렵다”

[컴퓨터월드] 정부가 상용 소프트웨어 분리발주(現 명칭: 상용SW 직접구매)를 독려하고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일선 국내 SW 업계의 목마름을 채워주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지지부진한 상용 SW 분리발주율을 70%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W 업계 목매는 ‘분리발주’ 뭐길래

상용 SW 분리발주는 공공기관이 IT 시스템을 구축할 때 필요한 상용 SW를 개발업체(SI 업체)가 아닌 발주기관이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현재 명칭은 ‘상용 SW 직접구매’로 바뀌었으나, 아직도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분리발주’라고 부른다. SW 가격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SW 기업이 직접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과거에는 SI 업체가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필요한 SW를 함께 통합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가격 부풀리기, 특정 업체 종속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정부는 SW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상용 SW 분리발주 정책을 도입했다.

상용 SW 분리발주의 주요 필요성으로는 가격 투명성 확보, SW 기업의 시장 접근성 확대, 발주기관의 선택권 강화, SW 유지보수의 효율성 향상이 있다. 발주기관이 직접 SW를 구매하면 경쟁 입찰을 통해 가격이 공개되므로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방지할 수 있으며, 기존에는 SI 업체를 통해서만 SW가 납품됐지만 분리발주를 통해 SW 기업이 공공기관에 직접 납품할 수 있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특정 SI 업체가 선정한 SW를 사용해야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발주기관이 다양한 제품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으며, 발주기관이 직접 SW를 보유하고 있으면 유지보수 시에도 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상용 SW 분리발주 대상으로는 운영체제(OS), 데이터베이스(DBMS), 보안 소프트웨어, 업무용 소프트웨어 등이 있다. 윈도우(Windows), 리눅스(Linux) 등의 OS와 오라클(Oracle), MySQL, MS SQL 서버 등의 데이터베이스, 백신, 방화벽, 접근제어 등의 보안 SW, ERP, CRM, 협업 툴 등의 업무용 SW가 포함된다. 이 외에도 정부 지침에 따라 공공 사업에서 분리발주가 적용될 수 있는 SW 품목이 정해진다.

상용 SW 분리발주는 공정한 SW 시장 조성, SW 기업의 직접 판매 기회 확대, 공공기관의 예산 절감, SW 유지보수의 효율성 증가 등의 기대 효과를 가진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SW 시장이 활성화되고, 기업들이 공공기관과 직접 거래할 기회를 확보함으로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또 공공기관이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직접 구매한 SW의 유지보수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상용 SW 분리발주는 공공기관과 SW 기업 모두에게 이점을 제공하는 제도이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게 현시점이다.


분리발주 …평균 40%대 그쳐

본지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상용SW 분리발주율을 점검한 결과 평균 수치는 43.1%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각각 △2019년 28.6% △2020년 42.6% △2021년 44.8% △2022년 47.5% △2023년 44.5% △2024년 50.6%로 나타났다. 다만 2024년의 경우 당해연도 3분기(9월)까지만 종합된 자료로, 4분기까지의 데이터를 합산해 계산하지 않아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해당 자료는 비율(%)만 공개했을 뿐 정부 기관이 얼마나 예산을 투입해 연도별로 총 몇 건을 구매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자료상으로는 2019년 28.6%에서 2020년부터 40% 이상으로 껑충 뛰었지만, 이후에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다.

상용 SW 직접구매율 점검 결과 (자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상용 SW 직접구매율 점검 결과 (자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다만 정부에서도 지난 2020년 12월 직접구매 대상 사업 확대 및 제외사유 검토 강화(‘소프트웨어사업 계약 및 관리감독에 관한 지침’ 개정)를 통해 5억 원 이상의 공공 SW 사업에서 3억 원 이상 사업으로 확대, 자체 발주 시에도 상위 감독기관이 직접구매 제외사유 적정성을 검토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 측에서는 체감이 되질 않는다는 의견이다.

SW 기업 대표 A씨는 “지난 2022년 대비 2023년도와 2024년도에는 분리발주를 통한 당사의 매출이 20% 이상 감소했다”며 “분리발주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체감적으로는 줄어든 느낌이 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 역시 “SW업계는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현재 너무 어려운 상태다”라며 “국내 중소기업의 매출 견인을 정부 기관에서 좀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겠느냐”라고 하소연했다.


실효성 있는 규제 마련해야

정부가 상용SW 분리발주 활성화를 위해 대응해야 할 방향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강제성 강화 및 실효성 있는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는 분리발주가 원칙이지만 예외가 많아 공공기관들이 통합발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정 금액 이상의 SW 도입 사업에서는 반드시 분리발주를 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명확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

둘째, 발주기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중요하다. 기관 입장에서 직접 SW를 구매하면 행정 절차가 늘어나고, 관리 부담도 커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SW 직접구매를 돕는 통합 구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달청이나 과기정통부에서 구매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SW 카탈로그를 운영해 검증된 SW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공공기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분리발주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공정한 SW 시장을 만드는 중요한 정책이라는 점을 인지하도록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분리발주 우수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분리발주를 적극 활용한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평가 가점 부여)를 제공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넷째,  SW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현재 많은 공공기관이 특정 외산 SW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산 SW는 선택받기 어려운 구조다. 분리발주를 활성화하면서도 국산 SW를 도입하는 기관에 추가적인 혜택을 주는 정책을 마련한다면 국내 SW 기업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일관된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 정부가 분리발주를 추진하다가도 정책 기조가 바뀌거나 규제가 완화되면 공공기관들은 다시 통합발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기업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리발주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를 없애는 것이다.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실질적인 지원책을 병행하고, 공공기관과 SW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대규모 상용SW 분리발주 계획 들려오기도

이런 가운데 대규모 상용SW 분리발주 계획도 들려오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조달청에 850억 원 규모의 상용소프트웨어 직접구매계획을 전달해 검토를 요청, 이후 관련 과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 취재 결과 조달청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뢰한 구매계획에 대한 내용을 검토 후 1월 7일 회신했다. 공단이 계획하고 있는 사업명은 가칭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통합징수 정보시스템 재구축 사업’이다.

다만 조달청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사업 공고가 나가기 전 협의하는 단계로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향후 사업 금액이 변동되는 등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직접구매계획에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83억 원을 투입, ‘2024년 건강보험 클라우드 표준 플랫폼 구축사업’을 통해 클라우드 표준 플랫폼을 구축하고 클라우드 네이티브 공통 기반을 검증, 클라우드 네이티브 표준 개발·운영 환경을 구축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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