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업계 고난의 행군 지속…공공시장 확대와 수출 판로 개척 절실
2023년 소프트웨어 수출, 전년 대비 26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컴퓨터월드] 국산 소프트웨어(SW)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정보시스템 관련 사업에서 국산 SW가 아닌 외산 SW를 채택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행안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인 ‘2024년도 범정부EA기반 공공부문 정보자원 현황 통계보고서’를 통해 SW의 국산화 현황을 살펴보면, 국산이 10만 181개(42.29%), 외산이 13만 6,686개(57.71%)로 외산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SW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까지 진출해 판로개척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IT 강국’ 말하기엔 지지부진한 국산 SW 수출

누군가는 대한민국이 IT 강국이라고 말하지만 국산 SW의 수출 상황은 웃지 못할 상황이다. 2024년 11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발표한 ‘SW산업 통계’의 연도별 SW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21년 180억 달러(한화 약 26조 1,270억 원)를, 이듬해 2022년에는 209억 달러(한화 약 30조 3,363억 원)로 증가세를 보였지만 2023년에는 다시 183억 달러(한화 약 26조 5,606억 원)로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공 쪽에서 외산 SW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이러한 점유율을 역전 시켜야 한다는 과제와 더불어 냉정하게 국산 SW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또한 수출의 필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최근 열린 ‘2025 KOSA인의 밤’ 행사에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조준희 회장은 “우리 SW 산업이 아직 국가의 주류 산업으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수출이 약하기 때문이다”라고 소회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SW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 A씨는 “여전히 우리나라의 SW 산업은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보다는 국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프로젝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글로벌 트렌드에 맞춘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물론 내수시장에 의존이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개발 인재 부족 △R&D 투자예산 부족 △사업 참여 경험 부족 등의 이유 때문이다. 대체로 국내에서 공공사업에 참여해 기본 베이스를 닦은 후 이를 토대로 대기업 사업 참여를 비롯한 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공시장 내 국산의 입지, 특히 중소기업이 설 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다. 국내 사업조차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 경쟁을 확보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기존에 공공사업 참여 경험을 충분히 보유한 기업들은 해외 진출 욕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지원해 줄 발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점진적인 선순환 구조를 통해 해결해 가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조언하고 있다.

연도별 SW 수출 현황 (단위: 억 달러) (출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도별 SW 수출 현황 (단위: 억 달러) (출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국산 SW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최근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증가했지만, 장기적인 SW 경쟁력 강화 전략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의 한국 SW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하드웨어(HW) 중심의 산업 구조에 기반을 두고 성장해 왔다. 이로 인해 SW는 HW를 보조하는 역할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기업이 SW 개발을 부차적인 업무로 취급하며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SW 개발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또 앞서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사고와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되는 사용자 경험(UX)과 인터페이스(UI)에 대한 이해 부족, 다국어 지원 미비 등이 국산 SW 글로벌 진출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R&D 뒷받침하는 지원·규제 완화 필요

정부의 규제와 정책도 우리나라 SW 산업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SW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며, 창업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 조달과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생태계가 부족하다. 또한 글로벌 표준과의 괴리감이 존재해 우리나라 SW가 국제 시장에서 호환성과 신뢰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SW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주요 경쟁국들은 강력한 브랜드와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또 중국의 경우 저가 제품 공세로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력은 갖추고 있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SW 개발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많은 우리나라 기업이 단기적인 수익성에 치중해 장기적인 R&D 투자를 소홀히 한다. 이러한 선택은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고 시장 경쟁력을 약화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해결 방안으로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전략적 사고의 강화가 제시된다. 이를 위해 현지화(Localization), 사용자 중심 설계(User-Centered Design), 다국어 지원 등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요소들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해외 진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정부도 SW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특히 초기 창업자들에게 자금 조달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기술 개발을 지원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우리나라 SW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펼쳐야 한다. 국제 전시회나 컨퍼런스에 참여해 기술력을 선보이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품질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인증 절차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CES를 비롯한 행사를 통해 각종 해외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기를 원하는 기업은 많지만, 이러한 박람회 역시 소규모 기업들 상당수가 참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정부 기관이 예산을 투입, 공동으로 부스를 조성해 참가하기도 하지만 이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도 기업에서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R&D 투자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R&D 투자 확대가 단기적 수익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AI,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중추적 역할 하는 개발자 확보·양성도 중요

우리나라 SW 산업을 이끌 가장 중요한 자산인 인재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이론 중심으로 운영되며, 실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의 신기술 도입은 신입 개발자 채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SPRi가 발간한 ‘SW 개발자 채용시장의 변화와 생성형 AI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시기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2021년 IT 직군 채용공고가 약 7,000건으로 급증했으나 이후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인해 신규 채용이 위축됐다.

2024년 상반기에는 스타트업 퇴사자 수가 입사자 수를 초과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하며 채용 시장이 더욱 냉각된 상태다. 특히 단순 반복 작업이 자동화되면서 ‘초급 개발자 5명의 급여로 고급 개발자 1명 고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수한 SW 개발자들이 높은 연봉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유출되는 현상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국내 SW 기업들의 인재 확보가 어려우며, 새로운 상품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W 교육을 이론 중심에서 실무 중심으로 전환시키고, 대학과 산업계 간의 협력을 강화해 학생들이 실질적인 프로젝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경쟁력 있는 근로 환경과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나라 SW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인재, 정책, 브랜드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 HW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SW 분야에서도 확장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