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GPU 1만 8천 장 확충 계획…업계선 기대와 우려 공존

[컴퓨터월드] 우리 정부가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실행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AI 패권 경쟁에서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고성능 GPU 1만 8,000장을 확충하고, 이어 국가 AI 컴퓨팅센터 내의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 비중을 높여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수많은 상용·오픈소스 AI 모델 및 중국의 딥시크(DeepSeek)에 맞먹는 한국형 자체 AI 모델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는 대형 사업 기회가 열리는 것과 정부의 큰 취지 및 방향성에 대해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아직 국가 AI 컴퓨팅센터의 구체적 사항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졸속 시행된다는 점, 그리고 비수도권 내 구축으로 확정된 것, 고성능 GPU의 다량 수급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들어 우려도 표하고 있다.

지난달 7일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설명회 현장 (사진: 김호준 기자)
지난달 7일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설명회 현장 (사진: 김호준 기자)

국가 AI컴퓨팅센터 올해 서비스 조기 개시 목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7일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설명회’를 개최,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사업 방향을 공유했다. 정부는 2조 원 규모의 민관합작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 국내외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산업 및 연구개발(R&D) 지원부터 국산 AI 반도체인 NPU 활용 확대, 나아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주요한 정책 목표로 포함됐다. 사업에서의 SPC는 공공 51%, 민간 49%의 지분 구조로 운영되며 민간이 주도적 운영을 맡는다.

정부는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구축함으로써 AI 3대 강국(AI G3) 도약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SPC 설립을 통해 올해 서비스 조기 개시와 2027년 센터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국산 AI 반도체 도입률 50% 달성도 주요 목표다. 경영은 민간기업이 담당하되,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산하 ‘AI컴퓨팅 인프라 특별위원회’에서는 정책적 지원 방안 모색에 집중한다.

과기정통부 이주식 정보통신산업정책과장은 “우리 정부는 국산 AI 반도체 도입 확대를 핵심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첨단 AI 반도체 중심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점차 국산 비율을 높여 오는 2030년까지 50% 도입을 목표로 할 계획이다”라며 “AI 연구개발 및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저렴한 요금 정책을 적용하고, 대학·연구소·스타트업을 위한 지원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AI컴퓨팅센터는 2030년까지 1엑사플롭스(EF)급 성능을 내는 규모로 구축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첨단 GPU를 1만 8,000장 확보한다는 목표다. 센터 구축 부지는 비수도권 지역으로만 한정된다. 수도권 전력난과 지역 간 균형발전을 고려하는 정부의 취지다.

구체적으로 SPC 참여 희망 기업은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해야 하고, 데이터센터 및 AI 컴퓨팅 서비스 구축·운영 기업이 컨소시엄을 꾸리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더불어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뿐만 아니라 기존 데이터센터 활용도 가능하다. 또 1개 컨소시엄을 선정하지만, 공모 요건을 충족하면 단일 기업도 참여할 수 있는 형태다.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추진 체계안 (출처: 과기정통부)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추진 체계안 (출처: 과기정통부)

공모에 신청하려는 민간 참여자들은 지난달 말까지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추후 사업참여 계획서 지침과 세부 사항을 담은 공모지침서도 중순 이후부터 제공됐다. 정부는 이달까지 질의 접수를 거쳐 오는 5월 19~30일 사업 참여 계획서를 접수받는다. 이후 투자·대출 심사 대상자 및 우선 협상 대상자가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해당 사업에는 국내외 클라우드 기업과 통신사, AI 기업 등 다수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고, 그룹사 기술력을 보유한 SI 기업들도 컨소시엄 형성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비수도권 내 센터 설립이 확정되면서 대구시와 포항시 등 지자체들도 사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역 이미지 제고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같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참여자 구분 (출처: 과기정통부)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참여자 구분 (출처: 과기정통부)

美스타게이트·中딥시크 등 글로벌 AI 패권 경쟁 대응

정부는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을 포괄하는 국내 AI 산업 육성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AI 패권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뒤처질 수 없으며, 충분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확보해 대응해야 하는 시기다. 이제 AI는 국가 경쟁력 수준을 평가하고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국가 정부는 물론 각국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AI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기 출범과 함께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앞으로 4년간 5천억 달러(한화 약 716조 4천억 원)를 투입한다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과 오픈AI의 합작으로 추진되는 AI 인프라 프로젝트로, 엔비디아, 마이크로스프트(MS), 오라클 등이 파트너 기업으로 합류했다. 이 외에도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을 담당하는 AWS와 구글 등 미국 빅테크도 AI 사업과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도 AI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AI 업계에 큰 충격을 준 오픈소스 AI 모델 딥시크가 단적인 결과물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AI 산업과의 경쟁을 위해 자국의 핵심 기술기업인 알리바바, 화웨이, 텐센트 등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실제 알리바바는 AI 및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3년간 75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 속 우리 정부도 더욱 주도적으로 국내 AI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를 핵심 국정 아젠다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17일 제3차 AI컴퓨팅 인프라 특별위원회에서 “최근 AI 산업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고, 경쟁 구도도 기업 간 대결을 넘어 국가가 전면에 나서는 혁신 생태계 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AI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국가AI위원회가 출범했고, 세계 두 번째로 AI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 기반도 정비했다. 올해 AI 예산은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조 8,000억 원으로 기술 혁신, 생태계 조성, 인재 양성 등에 집중 투자한다. 국가 AI 역량 강화 방안도 수립해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대행은 “첨단 컴퓨팅 인프라는 AI 경쟁력의 핵심이다. 국가 AI컴퓨팅센터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고성능 GPU 1만 8,000장분의 AI 컴퓨팅 파워를 확충해 기업과 연구계를 뒷받침하겠다. 민관 협력을 통해 연내 고성능 GPU 1만 장을 우선 확보해 국가 AI컴퓨팅센터 서비스를 조기 개시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GPU 8,000장 상당의 슈퍼컴을 구축해 연구계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출처: 기재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출처: 기재부)

AI 경쟁력의 핵심축을 담당하는 데이터센터와 GPU 개수는 다른 선진국 대비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조사 결과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간 85개, 공공 68개 등 총 153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센터 수가 무려 5,381개에 달하고, 독일, 영국, 중국, 캐나다, 프랑스 등이 국가 데이터센터 확보 순위의 뒤를 잇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엔비디아 H100 GPU 보유량은 약 2,000개다. 미국 단일 기업 메타의 보유량인 15만 개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중국 스타트업인 딥시크도 A100 1만 장을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확보한 AI 컴퓨팅 인프라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측면을 미뤄 볼 때, 정부의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계획과 서비스 조기 개시 목표는 필수적인 상황이고, 향후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입지와 국내 AI 산업의 당락과도 이어질 수 있는 중차대한 사업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IT업계, GPU 확보 가능성에 의문…수익 창출 여부도 미지수

다만 IT업계 일각에서는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에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엔비디아 GPU 확보의 현실성과 수익 창출 여부에 대해 우려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1만 장이 넘는 GPU를 엔비디아에 주문하면 우선 수급자가 될 것이라며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부 계획처럼 GPU 1만 8,000 여장을 구입하는 데에만 해도 조 단위의 금액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다. 엔비디아로부터 우선 공급 권한을 얻을 수 있는지, 연내에 공급받을 수 있느냐도 문제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전력 확보, 부지 계약 등까지 고려하면 현 발표 계획보다 더욱 큰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최신 GPU 구입에 드는 예산을 정부가 아직 구체적으로 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탓에 정부가 사업을 졸속 시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정부가 서비스 조기 시행을 목표로 발표한 만큼, 사업 초기와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완료 전까진 기존의 민간 데이터센터를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아울러 센터가 완공되는 시점에는 최신 GPU 제품군과 그 수요·공급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의 현 계획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비판이다.

뿐만 아니라 수익 창출 여부에도 업계는 의문을 갖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사업에서의 수익 창출 가능성이 분명하지 않다. 사업 세부 내용도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며 “사업이 향후 지속되기 위해선 안정적인 수요 정책과 지원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2030년까지 활용 비율을 50%까지 높여가는 것을 목표로 잡은 국산 NPU를 놓고도 우려가 있다. 연도별 활용 목표치가 분명하지 않는다는 점과 성능에 대한 의문 등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한 회사가 글로벌 기업만큼의 대규모 투자를 할 수는 없다. 이에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과 이를 위한 SPC 설립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다만 엔비디아 GPU 확보에 드는 확실한 예산 배정과 사업 관련 기타 세부지원 사항 등을 명확히 제시했으면 한다. 이번 사업에 클라우드나 통신 기업뿐 아니라, 건설 업계와 다양한 솔루션 기업들이 참여하는 만큼,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이 우리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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