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5.8% 성장
한국HP, 한국IBM 등 벤더사 영업 전략 강화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표지

[컴퓨터월드]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은 2001년 첫 제품이 출시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던 중 2005년에 들어서며 점차 호전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해 1분기 x86 서버 판매 실적 집계 결과, 블레이드 서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신중했다. 당시 IT 업계에서는 블레이드 서버 확산을 위해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과금 정책 변화와 함께 제품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매출 증가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

블레이드 서버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들이 겪고 있는 집적도, 전력 공급, 관리 용이성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001년 출시됐다. 하지만 당시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닷컴의 거품이 붕괴된 데다 9.11테러까지 발생하면서 국내외적으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2002년 상반기에는 구 컴팩코리아가, 하반기에는 후지쯔가, 그리고 2003년에는 한국썬과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이제네라(시나이미디어) 등이 블레이드 서버를 연속해서 선보였다. 한국HP는 2세대 블레이드 서버를 공개했고, 삼성전자 또한 시장 진입 의사를 내비쳤다.

이 같은 벤더들의 움직임은 머지않아 블레이드 서버도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형성했다. 그러나 2004년에 이르러서도 시장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국IDC 조사 결과, 블레이드 서버는 2004년 폼 팩터(Form Factor)를 기준으로 한 x86서버 시장에서 고작 1%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05년에 들어서며 블레이드 서버 시장이 조금씩 호전될 기미가 보였다. 한국IDC에 따르면 2005년 1분기 x86서버 판매 실적을 집계한 결과 블레이드 서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증가했다. 하지만 당시 업계는 시장의 호전된 매출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2004년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점유율 1위를 기했던 한국IBM은 자사 하드웨어 포트폴리오에서 블레이드 서버가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 낮다며, 블레이드 서버가 x86 서버나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시점을 2006년 이후로 예상했다.
 

“초기 도입비용 감소에 대한 오해 풀어야”

블레이드 서버가 이처럼 부진을 면치 못한 이유는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당시 블레이드 서버는 초기 도입비용이 낮고, 확장성이 높으며 냉각 팬과 전원공급장치 등이 섀시에 장착돼 있기 때문에 중복 컴포넌트를 줄이는 등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전반적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항목이 바로 ‘초기 도입비용의 감소’다. 블레이드 서버의 구입이 곧 초기 도입비용의 감소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블레이드 서버는 다른 서버와는 달리 전원공급장치나 냉각 팬, 네트워크 인터커넥트 장비 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품목들도 함께 구매해야만 서버를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서버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사용자들이 놓친 부분은 블레이드 서버가 ISP와 같이 대량의 서버 사용 고객들을 위해 디자인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정 대수 이상을 운용해야 초기 도입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발열량이다. CPU의 발열로 인해 애초 의도와는 달리 블레이드 서버를 제대로 장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본래 목표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이 외면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IDC의 기본적인 수익 수조가 평당 임대료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설치 면적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블레이드 서버는 당시 IDC 업체 입장에서 탐탁치 않은 존재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이유로 블레이드 서버는 2004년 겨우 시장 점유율 1%를 차지하는 데 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고객인 IDC 매출 저조, 전원 공급량 대응 숙제

당시 블레이드 서버의 주요 목표 시장은 고성능컴퓨팅(HPC)과 통신, IDC였다. 이 중 가장 큰 고객이 돼야 할 IDC의 경우 집적도가 높아진 데 따른 매출 감소와 더불어, 전원 공급량 또한 블레이드 서버 도입을 가로막는 원인이 됐다.

2005년 국내 데이터센터들은 표준 랙당 42대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2웨이 블레이드 서버를 설치할 경우 집적도가 4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데이터센터 기준으로는 이렇게 많은 서버에 전력을 공급하고 효과적으로 냉각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의 과금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단위 면적당 요금체계에서는 서버 집적도의 증가와 전력소모량 증가로 데이터센터의 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수익성은 떨어졌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식으로 과금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다른 과제로 블레이드 서버를 이용한 성공사례와 비즈니스 모델이 늘어나야 한다는 점이 제시됐다. 당시 KRG 김영덕 연구원은 공공부문의 경우 대학 및 연구소에서 클러스터링 중심으로 블레이드 서버를 사용했으며, 제조업종은 단위 업무 중심으로 사용했을 뿐 데이터베이스(DB) 등 기간계 애플리케이션 부문에서 활용된 사례는 드물다고 발언했다.
 

대형 벤더들 시장 활성화 위해 팔 걷어붙여

2005년 한국IDC ‘블레이드 서버 2005 컨퍼런스’ 현장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2005년 한국IDC ‘블레이드 서버 2005 컨퍼런스’ 현장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당시 블레이드 서버의 목표시장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점이 업계의 해결 과제로 부상하면서, 대형 벤더들은 블레이드 서버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2005년 7월 한국IDC가 주최한 ‘블레이드 서버 2005 컨퍼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HP, 한국IBM, AMD코리아 등이 참여했으며, 시장 현황과 업체별 제품 및 전략, 구축사례를 공유했던 자리로 업계에서는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 IDC 유럽 블레이드 서버 부문 다니엘 플레이처 분석가가 발표를 맡아 “2004년의 경우 새 서버 구입비용보다 서비스 관리 및 유지보수 비용이 60%로 절반을 넘었다”며 “2008년에 관리 비용이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블레이드 서버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블레이드 보급률은 계속 증가해 x86 시스템의 4분의 1을 블레이드 서버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여전히 IBM과 HP가 선도적으로 주도하는 가운데 델시스템이 빠르게 따라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업체별 블레이드 서버 주요 고객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업체별 블레이드 서버 주요 고객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한국HP는 유닉스처럼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철저한 고객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2005년 5월 서우컴퓨터, 이볼드, 대림I&S, CNP정보통신, 이엔지, 영우디지털 등 7개사 등이 가입한 ‘블레이트 엘리트 클럽’을 발족시켰다. 또한 블레이드 서버 아키텍처 기반의 가상화 솔루션 세미나 등을 계획했다.
 

한국HP ‘프로라이언트 BL45p’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한국HP ‘프로라이언트 BL45p’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한국HP는 자사의 블레이드 서버 제품군이 인텔 기반(BL20p, BL30p, BL40p)과 옵테론 기반(BL25p, BL35p, BL45p)으로 폭넓게 갖춰져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실제 2005년 5월에 출시된 신제품이었던 ‘프로라이언트 BL45p’는 듀얼코어 기술을 채택한 AMD 옵테론 8000 시리즈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32GB 메모리 용량, 4기가비트(Gb)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카드(NIC) 표준을 탑재했다. 당시 한국HP는 이 제품이 밀도, 전원배분, 냉각 성능 측면에서 혁신적으로 설계됐으며, 웹 및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다층 환경 및 생명공학 등을 위한 고성능 기술 컴퓨팅(HIPTC)에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IBM ‘LS20’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한국IBM ‘LS20’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한국IBM은 금융권 등 대형 사이트에서 스케일-아웃 컴퓨팅을 통해 IT 인프라가 단순화될 수 있도록 고객 지원 강화 전략을 내놓았다. 더불어 블레이드 서버 솔루션 안착을 위해 인텔, AMD, 기타 스위치 장비업체와의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도 계획했다.

특히 한국IBM은 ‘JS20’이나 ‘LS20’ 등을 내세워 리눅스 클러스터링을 기반으로 한 HPC 분야를 주로 공략하고, ‘HS20’이나 ‘HS40’의 경우 총소유비용(TCO) 절감과 유연한 전산환경을 유지를 놓고 고민하는 일반 기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한국후지쯔 ‘프라이머지 BX600’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한국후지쯔 ‘프라이머지 BX600’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한국후지쯔는 ‘BX600’ 모델이 최신의 제온 CPU를 탑재한 모델로서 단위면적당 최고의 성능비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부각시켰다. 후지쯔는 BX600이 높은 메모리 확장성 및 파이버 채널, 울트라320 스카시(SCSI) 인터페이스 지원 등 최신 기술을 다양하게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한국후지쯔는 BX600이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등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에 적합한 미드레인지급의 블레이드 서버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게임, 포탈 사업서 HPC 및 클러스터링으로 확장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는 기존의 게임과 포탈, IDC 시장에만 집중하던 사업에서 벗어나 새롭게 HPC 및 클러스터링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장했다. 당시 회사의 일차적인 목표는 고성능을 요구하는 하이엔드 컴퓨팅 분야의 수요처인 학교와 연구소 대상 시장 확대였다. 또한 당시 유니와이드의 매출 비율은 연구기관 80%, 민간기업 20% 정도로 나타났으며, 매출 비율에서 기업 부분을 더 늘리기 위해 영업과 마케팅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유니와이드 ‘하이퍼블레이드 익스트림블레이드’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유니와이드 ‘하이퍼블레이드 익스트림블레이드’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8월호)

한편, 유니와이드는 탄탄한 기술과 솔루션을 가진 클러스터 솔루션 업체들과 협력을 추진했다. 특히 제조업체의 시뮬레이션, 엔지니어링, 3D 애니메이션 등 여러 분야의 솔루션 파트너를 찾는 데 주력했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의 샌디아시스템즈나 기상청 디지털예보시스템 프로젝트를 함께 수주한 밸크리텍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외에도 정부의 리눅스 지원책과 당시 부상하던 리눅스 인식에 따라 기업에서의 리눅스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해, 리눅스 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 컨설팅 능력 개발과 인력 양성도 추진했다.

32비트와 64비트 컴퓨팅을 동시에 지원하는 AMD 옵테론 기반 서버 공급에 앞장섰던 유니와이드는 이 당시 대용량 메모리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서버 신제품과 인피니밴드를 내장한 블레이드 서버 개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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