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관리· 기술역량을 가진 조직으로 키워야"
여관에 있다가 호텔로 옮겨온 것…위치통합만으로도 안전성·가용성 등 통합운영 효과 충분
점차 H/W, S/W, 서비스 통합으로 이행 및 기획·개발·예산을 독자 운영하는 독립기관화 해야

당초 일정보다 다소 늦었지만, 지난해 11월 4일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정식 정부조직으로 탄생했다. 조직, 업무, 예산 등 부처간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에 통합전산센터 구축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어려운 사업이다.
초대 통합전산센터장으로 정통부 임차식 국장이 지난해 11월 15일 개소식과 함께 부임했다. 임 센터장은 사무관 시절 국가전산망조정위원회의 주요 멤버로 행정전산망 사업을 포함한 국가기간전산망사업, 타이컴 등의 주전산기 개발 사업 등을 입안하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해왔을 뿐만 아니라, 이의 산업화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따라서 현재의 '코-로케이션(위치통합)'사업 수준에서 서비스통합에 이르기까지 각 부처와 공공기관간의 이견을 조정하고 발전시키는데 적임자라는 평가이다. 한마디로 그간의 경험이나 이력으로 보아 최적의 인사라는 것이다. 그만큼 임 센터장에 거는 관련 업계의 기대가 크다. 임 센터장을 만나 통합전산센터의 현안과 향후 모습 등에 대해 들어본다.
박종환 기자 telepark@rfidjournalkorea.com

정부통합전산센터 구축사업에 대해 임 센터장은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IT분야의 대표적인 혁신사례일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세계 어느 정부도 시도조차 해 보지 못한 사업이다. 세계 최고의 IT강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만큼 어려운 사업임에 틀림없다. 정부 각 부처 및 공공기관의 전산자원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떠나서 2개 정부부처간 업무영역 가지고도 수없이 대립과 이견을 보여왔던 터라 총 47개 기관의 IT 자원을 통합한다는 것 자체는 임 센터장의 말대로 혁신적인 사례에 속한다.
그렇다면 통합을 가능케 한 동력은 무엇일까?
"정부혁신정책 주요현안 보고시 대통령의 지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8월 31일 있은 보고 자리에서 "참여정부 임기 안에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 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각 부처의 반대에 대해 "전산관련 전문가가 고위직에 올라갈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는데 굳이 반대해야 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조직을 구성할 때 사람들의 역량을 철저히 평가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민간기업도 아무리 CIO의 역량이 뛰어나고 계획이 좋아도 회사의 문화와 CEO의 결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전산화의 특성을 감안할 때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결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예산과 조직 편성이 공무원들을 움직이게 만든 동력이기도 하다.

SI 업체 기피할 정도로 어려운 사업
전산 자원의 통합은 전략적인 차원을 떠나 물리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대전의 제1센터로 이전 예정인 기관들을 위한 이전 2단계 사업자 선정에서 수의계약을 해야만 했다.
사업자 선정을 위한 1차 발주에 민간 SI사업자들이 응찰을 기피한 것이다. 결국 지난해 12월 6일 마감한 2차 입찰에 LG CNS(삼성SDS) 컨소시엄만 단독으로 참여, '한번의 유찰 이후 2번째 발주에 단독 응찰일 경우 수의계약을 한다"는 규정에 따라 당초 예산 218억에 근접한 213여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민간 SI업체들이 이전 사업에 응찰을 기피한 이유는 전산자원 통합의 어려움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이다. "사업적 실익은 없고, 위험성만 따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임 센터장은 "민간업체에 실익이 돌아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사업인 만큼 이전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다는 측면만 봐도 엄청난 부가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금성 면에서 당장 큰 실익이 없다는 표현일 수 있다. 진짜 속내는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이전 사업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산 자원과 똑같은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통합센터에 구축한 다음, 일시에 운영을 통합센터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무중단 사업이다. 이에 따른 부담이 실익에 비해 컷을 것으로 안다"고 밝힌다.
이와 더불어 대체 시스템에 대한 하드웨어 업체와의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이유로 들었다.
이전 하고자 하는 현재 업무를 중단없이 유지하기 위해서는 똑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미 하드웨어가 단종되어 해당 시스템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가 하면, 가격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임 센터장은 그동안 전산망조정위원회에서의 활동과 전산망과, 산업기술과, 소프트웨어진흥과장 등 업무의 일관성에서 얻은 경험, 그리고 개인적인 철학 때문에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덤핑 발주라는 시각은 곡해라는 지적이다. "제대로된 시스템에 제값주는 것이 산업발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결국 발주업체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국가전산망 완수를 위한 A,B,C 기반 갖춘 셈
오는 2007년 말까지 제2센터를 포함한 통합전산센터 구축을 완료해야 하는 임 센터장의 각오와 감회는 남다르다.
국가전산망사업 초창기 전산망조정위원회에서 근무하던 시절 전산망조정위원회 멤버간에는 "국가전산망사업을 완수하기 위한 조건으로 A, B, C 기반을 이루어내자"는 사명이 있었다고 한다. 전문기관인 NCA(한국전산원), 의사결정기구인 NCB(전산망 조정위원회), 그리고 정부의 정보자원을 통합관리할 NCC(통합전산센터)를 완성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미완의 사업으로 남아있던 정부통합전산센터 구축이 현실화되어 이제 완성단계에 있어 이에 따른 감회가 깊을 수 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제 막 시작된 각 부처의 정보시스템을 안전하게 대덕 센터에 이전해 조기에 안정화 시켜야 하고, 제2센터 구축도 추진해야 한다.
입주기관의 시스템 운영이나 보안에 대한 불안도 해소시켜야 하고, 각 부처에서 모여든 직원들의 사기와 전문성도 높여 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정부통합전산센터에 대한 명확한 비전 제시와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춰나가야 한다. 임 센터장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인 셈이다.

'월드 베스트 전산센터' 추구
임 센터장의 감회와 비전에도 불구하고 통합전산센터를 보는 관련업계의 시각이 꼭 고운 것만은 아니다.
제2센터 구축까지 총 3,760여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결국 상용 민간 IDC에 준하는 정부 IDC를 구축하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임 센터장의 반론은 단호하다. 우선적으로 오는 2007년 말까지는 업계에서 보는시각 그대로 코-로케이션(Co-location) 단계, 즉 '위치통합' 단계이지만, 미래의 모습은 단순 '위치통합'이 아니라 하드웨어 통합, 소프트웨어 통합에 이어 서비스통합까지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사실 통합전산센터는 현단계에서는 정보자원관리 전문기관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IT 리소스 매니지먼트(Resource Manage- ment)를 담당하는 역할이다. 이 역할만으로도 통합의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정부 각 부처에 산재되어 있는 IT 자원을 한곳에 모아 관리함으로써, 비용, 인력, 보안, 가용성면에서 혁신적이다. 마치 여관에 있다가 호텔로 들어온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예를 들어 통합운영을 하게 되면 현재 정부 전산자원의 시스템 당 연평균 다운시간 13.5시간을 53분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아키텍처 표준화를 통한 전산자원 활용을 개선할 수 있고, 정보화 인력의 부족 및 전문성 향상을 위한 인력측면의 구조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표준화된 운영절차 도입과 운영자동화를 통해 장애 및 재해에 보다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위치통합'의 단계를 지나면 단순 하드웨어 관리 수준에서 현재 각 부처가 담당하고 있는 전산업무 기획과 개발, 컨텐츠 관리는 물론, 이에 따른 예산 편성 및 집행, 통합서비스까지 구현하여 대국민 서비스를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월드 베스트 전산센터의 구축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안정성 확보(Safety), 경제성 향상(Save), 서비스 수준 제고(Service), 정보공동활용(Share), 역량 향상(Skill) 등 5S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 나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목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는 자원관리 차원에서만 각 부처 및 공공기관과 협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점진적으로 업무협의를 거쳐 조정해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임 센터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다. 처음에는 제1센터에 이전하기로 했던 서버가 약 1,000여대 수준이었으나 각 기관들이 점차 추가로 이전을 의뢰해 현재는 1,500여 서버가 이전될 계획이다.
따라서 애플리케이션 관리, 개발은 물론이고, 종국에는 각 부처의 IT 운영, 적용, 기획에 이르는 전반적인 컨설팅 기능까지 통합전산센터가 담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혁신적인 관리, 기술역량을 가진 조직으로 키울 것
임 센터장이 이 같은 전망을 내놓는 것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현재는 센터 자원에 대한 관리와 운영, 유지보수 예산을 각 부처가 편성하고 집행해 왔으나, 2007년부터는 센터가 직접 관할하게 된다. 당장 2007년 예산은 내년 5월경이면 편성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 '위치통합'의 단계를 넘어 '서비스통합'에 이르는 시기는 훨씬 앞당겨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정부통합전산센터도 독자적인 운영을 통한 독립기관으로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사실 통합전산센터장은 정부 전산자원 관리, 통합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CIO역할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공식적인 정부 CIO 역할은 정보통신부 장관의 임무이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센터장이 그 역할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CIO의 역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그에게서 들어봤다.
"국가, 정부 CIO의 역할이 개인적인 능력 보다는 국가의 풍토,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정책차원에서도 국민문화, 국민성과 연계되어 있다고 본다.
CIO의 역할과 책무를 이해하고 이를 용인해 주는 국가적 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제대로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통합전산센터를 혁신적인 관리, 기술역량을 가지는 조직으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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