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안하면 안된다.'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

올 증권업계는 CIO의 역할이 다른 어느 해보다 크게 부각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통합법 출현으로 신규 애플리케이션 개발 수요가 줄 지어 있고, 몇 년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결론도 내려야 한다. 신규 수요에 대한 원활한 지원과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적절한 방향성 설정은 향후 증권업계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CIO의 임무는 더욱 막중해진다. 증권업계 지난 몇 년간의 IT투자가 마치 올해의 한판승부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정인수 상무(CIO) 역시 이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긴장감 대신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올해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짤막하게 답한다.
이미 상당한 준비를 마쳤다는 자신감이다. 작년에 인프라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교체해 큰 짐을 덜었고 몇 년 전부터 준비해온 IT직무제는 전면실행을 앞두고 있다. 이 중 IT직무제는 국내 IT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로 평가되고 있다. 정 상무를 만나 올 한해 전망과 비전을 들어본다.
이강욱 기자 wook@rfidjournalkorea.com

동양종합금융증권 정인수 상무(CIO)는 자그마한 체구에 온화한 인상을 지니고 있다.
20년째 한 직장(1986년 동양종합금융증권 공채1기로 입사)에서 뿌리를 내린 우직함과 소탈함도 가지고 있다.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국내 IT업계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유능한 인재라고 평가한다. 무엇일까? 온화함, 우직함, 아니다. 온화한 인상 뒤에 있는 강단 있는 모습이다.

'IT와 비즈니스 사고'의 공유
IT직무제 도입과 정착과정은 정 상무의 강단을 잘 보여준다. 정 상무는 2003년 CIO 취임과 동시에 IT직무제 도입을 결정했다.
IT직무제는 기존 사원, 대리, 과장 등으로 획일적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IT조직 특성에 맞게 담당하는 직무를 중심으로 전면 재구축한 새로운 조직관리 기법이다. 대리, 과장 대신 프로그램 전문가, 데이터 모델러 등으로 호칭하고 그에 맞는 직무를 배정한다. 외국 IT조직에서는 보편화된 제도라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도입된 사례가 없다. 동양종합금융이 최초로 IT직무제 도입을 결정했다.
2003년에 도입 결정 이후 2005년 4월 부분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고 올 5월 전면 적용을 앞두고 있다. 전면 적용까지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정 상무는 전면 도입 이후 정착되기까지 대략 4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직의 근간을 바꾸는 작업인만큼 시간이 필요하고 그만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해 나갈 계획이다.
IT직무제는 도입결정에서 전면적용까지 3년, 전면적용에서 정착까지 4년, 도합 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 상무는 CIO 취임 초기부터 강력하게 이를 추진해왔다. 정 상무의 강단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내 많은 CIO들은 IT 실무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IT가 용어부터가 생소하고 어려운 특수 분야인 탓이다. 그래서 CIO가 현업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로서 제한적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정 상무는 경제학 전공으로 입사 초기에는 기업자금 조달 업무 및 리서치, 그룹기획 조정실 등 비 IT업무를 담당했다. 95년부터 IT 전략기획 및 온라인 시스템 사업팀장을 맡으면서 IT 분야까지 담당하게 됐다. 이런 배경으로 정 상무는 IT와 비즈니스간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프라 교체로 기반 다져
정 상무는 자신의 전공인 경제, 프로세스, 조직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기존 IT부서 약점을 보완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기술 중심적으로 운영되던 기존 IT조직에 관리 개념을 접목하고 있는 것. 정 상무가 IT직무제에 대해 그토록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배경이기도 하다.
동양증권은 작년에 네트웍 장비 및 대외접속 서버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서버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디스크 증설까지 진행해 대대적으로 인프라 시스템을 보완했다. 정 상무는 "거래가 3배가량 증가했고 시스템 교체주기가 도래해 투자가 불가피했다. 그리고 시장 역시 상승세를 보여 인프라 투자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메인 서버 교체가 진행 중이며 조만간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차세대, 출발점에서 다시 검토
정 상무는 올 초 중요한 시스템을 하나하나 분리해 나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분리된 시스템들을 공동 인프라 위에 올려갈 계획이다. 자원은 공동으로 사용하지만 단점이나 장애가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주문시스템 분리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문시스템이 다른 부분에 영향을 많이 주고 있어 분리를 결정했다.
플래닝을 마무리 지었고 일정도 확정 지었다. 정 상무는 "현 기술이 매우 꼬여 있어 하나하나 분리해 나갈 방침"이라며 "선물옵션(파생상품)은 3월말까지, 그리고 주식부분은 6월말까지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상무는 올해의 화두로 '시스템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것과 '인력 충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잡아 심사숙고 하고 있다. 일단 차세대시스템 준비는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지 그 방법론을 두고 고민 중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빅뱅 방식의 차세대로 갈 것인지, 단계적인 리모델링 방식을 택할 것인지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
정 상무는 "10여개 이상의 단위시스템 개발이 필요하고 기존 애플리케이션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검토해본 결과 '안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어떻게 갈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조만간 착수할 것이며, 상반기 중에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상무는 작년까지는 차세대 착수를 고민하지 않았다. 필요성을 덜 느껴서가 아니라 차세대시스템 도입 전제조건을 검토해 본 결과 현 동양종합금융증권 IT조직은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 전제 조건 중 하나가 '차세대시스템 구축 이후 당초 목적에 맞게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수인데 그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하는 부분이었다. 또한 차세대시스템은 상당한 리스크가 존재하는데 과연 그 이상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가? 하는 부분에서도 고민했다.
결국 현재의 상태를 유지해가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리모델링 방법으로 접근하기로 잠정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IT조직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IT직무제 확산에 전력을 기울였다.
올해 다시 차세대시스템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면밀한 검토과정을 거쳤지만 놓친 부분이 있지 않을까하는 판단에서 선입견을 버리고 원점에서 처음부터 다시 한 번 검토 과정을 밟아보기로 한 결정이다.

혁신은 틀과 문화를 병행해야
정 상무의 인력 충원 부분에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아웃소싱도 고려하고 있으나 증권사 업무 특성상 독립적으로 아웃소싱을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적어 큰 효과를 거두기가 힘들 것으로 판단해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정 상무는 IT조직 혁신은 틀과 문화를 동시에 가능하다는 소신이다. 일단 틀은 IT직무제로 잡았으니 이제 문화가 관건인 셈이다.
동양증권에는 내부 SLA 제도와 내부 가격제도(Charge Back) 등을 시행해 IT조직 문화 개선에 나서고 있다.
내부 SLA 제도는 IT부서에 회사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어 평가해보자는 제도다. 항목을 사전에 정의해 이를 점수화해 평가한다. 정 상무는 "2년째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 취약한 편"이라고 말한다.
내부가격 제도는 IT부서의 인력과 자원은 회사의 자산이라는 전제하에 IT부서에 개발을 의뢰하는 현업의 요구에 대해 가격을 산정해 개발이 완료된 이후 그 만큼의 비용을 청구하는 제도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각 부서는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어 무분별한 개발요구를 방지할 수 있고 IT 개발 우선순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 상무는 "CIO로서 미션 수행을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하고 직원들의 역량이 뒷받침돼야한다"며 "특히 증권사는 자체 문제 해결과 역량 축적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직무제를 비롯해 내부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증권 역시 정 상무에게 IT조직 인사권을 위임하는 형태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달리 CIO의 역량이 강조되고 있는 올 증권업계에서 정 상무의 안목과 뚝심이 어떤 성과로 나타날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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