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종합금융증권 - IT 직무제

동양종합금융은 작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IT 직무제를 도입했다. 외국에서는 보편화된 제도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도입된 사례가 없어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직무제는 기존 사원, 대리, 과장 등으로 서열화 된 조직체계를 IT 조직 내에서 담당하는 직무를 중심으로 개편한 새로운 관리제도다.
직무제에서는 프로그램 전문가(AE), 업무분석 전문가(AA), 품질보증 관리자(QA), 비즈니스 이후 아키텍트(BA) 등의 이름으로 역할이 구분돼 있다. 그리고 각 직무에는 이후 방향과 레벨이 정해져 있다. 가령 직무제에서 상위에 위치해 있는 테크니컬 아키텍트(TA)가 되기 위해서는 IT 자원관리 담당자를 거쳐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DBA, 서버 운영, 네트워크 운영 등의 경력이 있어야 하는 식이다.
프로그램 전문가로 입사한 사람이 TA가 되기 위해서는 DBA나 서버·네트웍 운영 경험을 쌓아 IT 자원관리 전문가 자리에 이르러야 하고, 여기서 다시 일정 경력을 쌓으면 TA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동양종합증권은 작년 4월 IT 부서를 대상으로 직무제 도입을 확정짓고 부분별 도입을 시작했다.

'안하면 안 된다' 판단
국내에 직무제 도입이 저조한 이유는 국내 여건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직무제 도입을 위해서는 외부적으로는 직무에 따른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평가, 급여, 교육훈련, 변화관리 등이 균형을 갖춘 틀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틀을 만드는 것부터 작업의 난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고용 및 급여와 직결돼 적용 당사자와 노동조합의 반발 등 고려 사항이 많아 쉽사리 도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종합금융증권이 직무제에 매달린 것은 '안하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정인수 상무는 "2003년부터 직무제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며 "현 조직의 생산성과 향후 밀려들 시스템 용량을 고려했을 때 직무제 도입이 최선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한다. 직무제 도입이 아니면 인력으로 때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들었다고 한다.
동양증권은 2003년 초부터 내부적으로 직무제 도입에 착수했다. 당시 직무제라는 공식이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내부직원들에게 직무형태로 업무를 부여했다. 하지만 당시는 아직 세부적인 직무제 적용 틀과 방법론이 도출되지 않아 적용에 어려움이 컸다. 정 상무는 "당시에도 직무제가 적용은 됐지만 기존 작업에 직무가 녹아 있는 형태는 아니었다"며 "기존 유지보수 방법론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아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3년의 성숙기 거쳐 올 5월 본격 적용
2003년부터 부분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동양증권의 직무제는 3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점점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춰 올 5월에는 전면 적용을 앞두고 있다. 작년 4월부터 직무와 임금이 연동되고 직무별 성과 측정이 이뤄지는 등 구체적인 틀은 작동했으나 부분적으로 적용됐다.
정 상무는 "작년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기였다면, 올해는 전체 프레임웍을 완성해 본격 적용을 앞둔 시기"라고 말했다. 그동안 하나하나 만들어온 최종 버전이 현재 시범적용 중이다. 단지 현재 대형 시스템 증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현 작업이 마무리되면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그 시기가 2월 중순쯤으로 잡혀있고 2개월 정도의 안정화 기간을 거쳐 5월부터는 직무제가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직무제를 준비해 오면서 동양증권이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기존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새로운 방법론과 절차를 준비해야 했다는 점이다.
직무제를 현실적으로 바꿔야 하고 기존에는 없었던 산출물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기존 시스템과 형태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지만 기존 유지보수 서비스를 전면 중단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직무제와 실제 수행 작업이 따로 작동돼 고심하기도 했다.
동양증권은 직무분리, 정의, 직무간 역할 등을 부분적으로 적용해가면서 틀을 마련했고, 직무 룰과 약속, 규약, 통제 또는 지원조직을 하나하나 세팅해 갔다. 그 과정에서 전문 컨설팅 업체의 컨설팅과 부분적으로 ITIL도 도입해 활용했다.

직무 구분 및 성과 측정까지 완비
동양증권의 직무제는 모두 25개 직무로 구성되어 있다. 외국 직무제의 경우 100여개가 넘는 직무로 세분화되지만 국내 여건에 맞게 직무를 새롭게 정의했다. 제일 윗단의 EA를 기점으로 과거 부장 레벨에는 IT전략 관리자, 품질보증 관리자(QA), 비즈니스 아키텍트(BA), 데이터 아키텍트(DA), 테크니컬 아키텍트(TA) 5개 직무가 구분되어 있는 형태다. 각 직무에는 2~4까지의 레벨을 두어 직무능력을 평가하고 절차를 밟아가도록 했다.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무조건 프로그램 전문가(AE) 레벨1을 수여받는다. 여기서 AE로서 레벨4까지의 직무 능력을 인정받으면 개인의 선택에 따라 업무분석 전문가(AA)나 DBA, 서비스데스크 운영전문가, 계약 조달 전문가, 인력관리 전문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각 선택에 따라 향후 도달하게 되는 부장 레벨의 직무가 달라진다.
컨설팅 단계에서 같은 직무는 동일 임금 방안을 제시했으나, 국내 여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직무와 레벨간 조정 작업을 했다.

인사권 독립해 직무 평가 엄격하게
직무제는 기본적으로 기회를 제공하고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능력의 객관적 측정과 평가가 관건이 된다.
이를 위해 동양증권은 직무요건서를 정의해 직무마다 필요한 스킬과 레벨을 정의했다. 직무요건서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직무 레벨 업(동양증권 내부 명칭 : 그레이드 업)이 가능하다.
요건을 정의해 놓았지만 정성적인 판단을 요하는 부분이 많아 그레이드 업 여부는 직무평가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직무평가위원회는 정인수 CIO를 비롯해 각 팀장과 직무리더들로 구성되어 있다. 직무리더는 실질적으로 직무제를 이끄는 사람들로 하위 인력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3명이 임명되어 있다. 직무평가위원회는 공정한 평가를 위해 많은 보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프로그램 전문가 평가의 경우 과거 수행한 작업 가운데 산출물을 제출하라고 하여 이를 평가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내부에서 운영 중인 SLA 결과와 BSC를 연계한 점수도 이에 반영하고 있다.
평가를 엄격하게 하는 것이 직무제의 근본 취지가 아닌 만큼 개인별 능력 향상 방안도 마련해 뒀다. 사업연도 시작 초에 모든 직원은 '개인 직무 능력 향상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자기의 직무레벨 향상을 위해 어떠한 교육과정 수료와 노력을 할 것인지를 적어 제출한다. 직무리더가 계획서를 승인하면 연말에 계획서의 내용이 연말고과에 반영된다. 계획서 작성 제출 시기가 되면 직무에 맞는 다양한 교육 일정이 공지된다.
한편 그레이드 업은 본사 인사 정책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어 민감한 부분이다. 동양증권은 직무 업그레이드에 대한 인사권을 정인수 상무에게 100% 위임해 힘을 실어주고 직무제 확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Interview
정인수 CIO 동양종합금융증권
"직무제는 IT 혁신의 첩경"
2003년부터 직무제 도입을 추진한 배경은.
CIO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구성도 중요하지만 직원들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다. 10년 전 전산실은 60명 정도의 인원으로도 현업부서에서 요청하는 이런저런 요구사항들을 지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2층 정도의 건물이야 한 사람이 설계도 하고 못질도 하고 다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초고층 건물을 한사람이 다 만드는 것은 무리다. IT 전산실도 마찬가지다. 이제 IT 영역은 아키텍처, 디자인, 모델러, 감리 등 매우 다양한 영역이 존재한다. 분리된 업무가 너무 많아 동시 습득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갈수록 IT 부서는 적재적소에 특화된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육성에 한계가 있다. 역할을 나눠야 기술이 쌓이고, 경험이 축적되어야 더 중요한 역할을 맡길 수 있다. 결국 대안은 직무제라고 판단했다. 직무제 도입으로 각 역할에 따라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이후 진로를 달리 가져가야 IT 조직이 전략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증권사는 IT 내부 역량에 큰 의미를 부여해 자체적인 해결과 역량 축적을 중시여기는 풍토도 한 요인이었다.

직무제 외에 주력하는 내부 혁신은.
혁신이라는 방법론은 틀과 문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가능하다고 본다. 동양증권에는 직무제라는 틀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고 문화를 바꿔가기 위한 제도로 내부 SLA 제도와 내부 차지백(Charge Back)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내부 SLA 제도는 본사와 내부 IT 조직간 선진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내부 IT 조직을 회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단으로 보고 그 서비스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제도이다. 항목을 사전 정의해 두고 이를 급여와 연결시키는 방안으로 운용하고 있다. 2년째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 취약한 편이다. SLA 평가 지표를 장애지수와 만족지수로 구성하고 있으나 장애지수로 평가하고 있다. 장애지수가 30점 이하면 좋은 것이고, 60점 이상이면 못한다는 식이다. 이를 BSC와 연계해 직무 레벨 업그레이드에 반영하고 있다.
내부 차지백 제도는 현업에서 IT 부서에 개발요구를 할 때 IT 부서에서는 몇 명의 인원과 얼마의 리소스가 투입되므로 가격이 얼마라고 청구한다.
이를 의뢰한 부서가 수용하면 독립채산제로 운영 중인 부서의 비용에서 그 금액만큼을 청구하는 제도이다. 책임 있는 IT 프로젝트 제안을 위한 제도로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합리화에 효과가 있다. 이러한 제도는 매우 드문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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