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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업체 난립->과당 경쟁->저가 수주->수익성 악화->인력 부족 악순환 구조
SW 제값주기와 품질경쟁력 강화로 고리 끊어야 한 목소리

국내에서도 위대한 소프트웨어 개발은 가능할까? 가 선정한 세계적으로 위대한 소프트웨어를 보면서 가져 보는 의문이다. 본지는 이러한 의문을 푸는 방안으로 소프트웨어 업계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를 직접 만나 그 해답을 찾아봤다. 결론은 한국인 특유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들어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단서가 따랐다. 국내의 소프트웨어 산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꿈도 꿀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환경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며, 이의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신은영 기자 epah@comworld.co.kr

2006년 IDC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은 2010년까지 연평균 8.7% 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국내 IT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매우 낮다. 전세계 IT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인 반면 국내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영세 SW 업체가 대부분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 참여한 업체들의 매출 및 인력 규모가 대부분 협소하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05년도를 기준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총 사업자수는 7500여개이다. 이 가운데 매출액 10억 미만의 중소기업이 전체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또 15인 이하의 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약 65%, 10명 이하는 4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잇다.
이러한 현상을 낳은 요인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신고제로 되어 있는 현행 제도로는 어중이떠중이가 몰려들 수 밖에 없어 시장의 질서를 흐릴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에 대한 규정이 없어 심지어는 무자격자나 페이퍼 컴퍼니 등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핸디소프트의 안유환 부사장은 "소프트웨어가 고부가가치의 지식 기반 산업이라고 하지만 누구나 진입이 허용되는 아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진입장벽을 높여 시장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영세 기업 위주의 업체 난립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과당 경쟁으로, 과당 경쟁은 저가수주로, 저가 수주는 자금 사정 악화로 이어지고, 자금 사정 악화는 우수 인력들의 소프트웨어 업체 기피 현상을 낳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3D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미라콤 아이앤씨의 이재광 마케팅본부 본부장은 "어렵게 키워 놓은 인력을 경쟁사나 대기업에서 빼가는 일이 보편화됐다"면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또 알티베이스의 김기완 대표이사는 "과거에는 인력 양성 방법으로 소프트웨어 기본 기술을 가르쳤는데 요즘은 돈이 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경향"이라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볼때 발전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국내에서 빚어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 실태에 일침을 가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이처럼 인력 부족에다 자금력도 열악해 새로운 기술 개발 및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력 열악해 기술 개발 여력 없어
금융기관들은 투자 손실을 우려해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자금 조달 실태에 관한 조사 결과는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얼마나 자금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를테면 소프트웨어 기업의 특성상 대부분의 자산이 무형자산인데 금융기관의 투자 평가는 제조업 중심으로 되어 있는 점을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두고 "산업의 특성 및 현실을 감안한 투자가 아쉽다"면서 "SW 업체에 대한 별도의 금융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부분의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가 SI 업체의 단순 용역 하청 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환경 때문이다. 특히 대형 SI 업체 중심의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는 이들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에게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SI 업체에 얽매인 탓에 소프트웨어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정부 공공 프로젝트의 진출에 애로를 안고 있는 점이 그 예이다.
웨어밸리의 김병철 상무는 "정부는 국내의 우수 제품에 대해 GS를 인증해주고, 이를 획득한 제품을 공공기관에서 우선 구매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공공 프로젝트는 대부분 SI 업체들이 수주를 하고 있어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이러한 제도로 별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신석규 센터장은 "SI업체들이 정부 프로젝트를 독식하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들은 분리발주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시간과 비용 등을 들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GS 인증제품의 우선구매 조항은 강제가 아닌 공고 사항이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 대안으로 "정부 차원에서 구매자 면책제도나 성능 보험가입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소프트웨어 공공시장 진입 어려워
이처럼 대형 SI 업체들이 좌우하는 정부공공 기관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입지는 아직도 매우 미비하다. 특히 정부의 최저가 입찰제도는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라는 게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우리보다 기술과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제품이 입찰에 참가하여 수주하는 경우를 자주보게 된다"며 최저가 입찰제도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또 올해 정부 프로젝트 입찰에 응모했던 모 업체의 임원은 "정부 프로젝트 담당자가 직접 모종의 뒷거래를 요구했는데 응하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가장 실력 없는 업체가 1위로 선정되는 것을 지켜봐야했다"며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 과연 미래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알티베이스의 김기완 대표이사는 "일반 기업에서 쌓은 실적을 앞세워 공공기관으로 진출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그 장벽이 너무 높아 꼭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 관행으로 소프트웨어의 산업의 발전에 저해 역할을 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이에 따라 2005년 12월에 '소프트웨어산업발전전략 보고회'와 2006년 3월 '소프트웨어 공공구매 혁신토론회'로 소프트웨어 제값주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안고 있는 악순환 구조는 이처럼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풍토 때문에 빚어진 문제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다 시장규모가 너무 협소하다는 사실도 문제의 진원지로 꼽힌다. 업체를 모두 먹여 살릴 만큼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외산 제품이 전체 시장의 83.1%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외산의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국내 업체들의 불안전한 사업구조와 제품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지기 때문이다. 국산 업체들도 이런 평가에 동의한다.
정부기관이나 산업계에서는 물론 이러한 문제의 타개 방안으로 해외진출을 강조하고 있다. TTA의 신석규 센터장은 "국내소프트웨어 업체들도 규모가 크건 작건 간에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품질을 높일 수 밖에 없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세중나모 인터랙티브 김상배 대표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국가의 위상과 제품의 브랜드가 동일하게 평가되는 분위기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면 국가 경쟁력을 크게 높여야 한다"며 해외 시장의 공략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해외 진출에 필요한 정보취득을 비롯해 자금 조달, 전략 부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업체들의 해외 진출 지원 방안으로 KIPA에서 IPARK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정보통신수출지원구센터(ICA)나 국제협력 진흥원에서도 지원하고 있다.



SW 산업 성장 열쇠는 '유지 보수료'와 '분리 발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국내 소프트웨어 패키지 산업의 성장 열쇠로 유지 보수료의 책정과 SI 업체의 프로젝트 일괄 수주가 아닌 분리 발주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유지보수 문제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점에서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게 소프트웨어업계의 주장이다. 유지보수를 아예 인정하지 않거나 그 금액이 터무니 없이 낮은 것이 국내 현실이기 때문이다.
회사설립 14년째로 국내업체 중 유일하게 세계 소프트웨어 기업 매출 순위 306위에 랭크된바 있는 핸디소프트가 과거 매출의 8%를 차지했던 유지보수 비용을 12%로 올리는데 엄청난 노력을 펼쳤다는 사실은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계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분리 발주 제도는 SI 업체가 주도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특히 소프트웨어의 제값받기를 실현하는 핵심 고리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규제개혁위원회 등의 눈초리를 의식해 그 실행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관련 업계는 설명한다.

선택과 집중 전략 구사해야
벤처 창업지원 센터와 같은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몇몇 기업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에 필요하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미라콤 아이앤씨의 이재광 본부장은 "될성 싶은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미리 싹둑 잘라야 한다. 그래야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석규 TTA 센터장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에 공감한다"면서 "이제는 무분별한 창업지원정책보다는 옥석을 가려 집중 육성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가모델을 만들어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나 업체를 선별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에서는 현재 자격 미달 소프트웨어 사업자의 난립을 방지하고 경쟁력 없는 사업자를 정비하는 방안으로 소프트웨어 사업자 신고 요건의 강화나 등록제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육성 정책 이외에도 M&A로 회사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핸디소프트의 안유환 부사장은 "M&A는 정부가 직접 관여하기 보다는 분위기를 형성해 주고, 민간업체끼리 추진하는 것이 옳다"면서 그 방안으로 "이를테면 해비타트 등의 민간 에이전트에 이관하고, 정부는 M&A나 창업지원 자금 등에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분야 집중 육성 필요
이와 발맞춰 여러 소프트웨어 분야 가운데 경쟁력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은 선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들어 이미 외산이 주도하고 있는 ERP 시스템 등 보다는 X- 인터넷이나 BPM 등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논의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일부 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술개발로 성공을 일궈내기도 했다. 알티베이스, 핸디소프트, 세중나모인터랙티브 등이 대표적이다.
국산 DB 업체인 알티베이스의 성공요인은 철저한 시장분석이었다.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메인 메모리 DB에 적극 투자를 했다. 판매 수익의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정도였다.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앞으로 경쟁력있는 기술 개발에 전적으로 매달린 셈이다. 알티베이스의 김기완 대표는 "특정 분야에 지속적으로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확실한 주도권을 잡고 있다. 우리가 벤처의 표준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핸디소프트는 시장 흐름에 맞는 솔루션에 집중해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케이스이다. 기업 경영의 효율적인 수단으로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이 부상할 것으로 판단, 핵심 솔루션의 개발에 적극 나선 것이 주효한 것이다. 안유환 핸디소프트 부사장은 "BPM은 DBMS 시장이 확대된 것처럼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연평균 50.9%가 성장하고 있으며 2007년도에는 78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중나모인터랙티브는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일반인에게 생소한 시기에 웹 저작도구 제품인 '나모웹에디터'라는 제품을 출시해서 국내시장을 선점했다.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성공한 업체도 있다. 미라콤 아이앤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라콤 아이앤씨가 주력하는 사업은 MES(Manufaturing Execution System) 솔루션. MES는 기존의 ERP 시스템을 보완하는 시스템으로 그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꼽힌다.

"기본에 충실하자"
소프트웨어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국내에서 탄생 가능한 위대한 소프트웨어 분야는 현재 표준화 되어 있지 않은 분야나 카페, 블로그 등 웹서비스 기반의 기술이다. 또한 게임이나 모니터링 툴 등과 같이 발빠르고 다이나믹한 분야는 한국인의 성향에 적합,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밖에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유비쿼터스에서 네트워크 응용 소프트웨어도 가능성이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로 꼽혔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수십년동안 지적되어 온 해묵은 과제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해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아직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있으며, 대충대충 만들어도 팔린다는 환경에서는 결코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어떠한 정책 하나로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근시안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비전을 갖고 투자해야할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TTA의 신석규 센터장은 이런 문제를 푸는 방안으로 "기본에 충실하자'고 제안한다. 산업계는 정말 쓸만한 품질 좋은 제품 개발에 열을 쏟고, 정부를 비롯한 발주처에서는 양질의 국산 소프트웨어를 정당한 가격에 도입하는 풍토가 빨리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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