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0여개사 구축ㆍ100억원 규모, 계층형 스토리지 구축이 주류

ILM은 특정 솔루션이나 제품이 아닌 '개념'이다. 이 때문에 ILM 시장의 그 구체적인 범위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드 디스크와 백업, 가상테이프라이브러리, 스토리지 자원관리 툴 등 데이터 관리와 관련된 스토리지 솔루션 모두가 ILM 시장의 구성요소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더 나아가 스토리지 외 모든 IT 인프라 자원을 포괄하는 전사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본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ILM 시장은 전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직까지 사례는 전무하며, 스토리지 인프라 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전체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국내 ILM 시장은 아카이빙, WORM 등 컴플라이언스에 대응하는 솔루션들이 시장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계층형 스토리지 구축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본지는 ILM을 구축하는 핵심 솔루션인 가상화와 아카이빙, WORM 등의 레퍼런스를 중심으로 시장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시장을 전망해 본다.
김상욱 기자 ks@rfidjournalkorea.com

한국EMC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코리아, 한국HP, 한국IBM 등 스토리지 업체를 조사한 결과 2005년 국내의 ILM 레퍼런스는 가상화 솔루션, 아카이빙, WORM(Write Once Read Many)을 기준으로 약 3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규모는 하드웨어를 제외한 컨설팅, 소프트웨어, 서비스 만으로 100억원대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컨설팅ㆍS/Wㆍ서비스만 100억원 규모
30여개 레퍼런스 사이트의 구체적인 ILM 구축 내용을 보면 절반 이상이 컴플라이언스 등으로 그것도 인프라 구축 수준이었다. 특히 TCO 절감과 ROI 향상을 목표로 추진된 프로젝트가 다수였다.
한국IBM 가상화 솔루션 담당 박대선 과장은 "IBM은 가상화 솔루션인 'SAN 볼륨 컨트롤러'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14개 레퍼런스를 확보했지만 이 가운데 ILM 사례로 볼 수 있는 것은 단 한 개도 없다"며 "가상화 솔루션이 ILM을 구축하는 계층형 스토리지 솔루션에는 포함되지만 ILM을 구현하겠다는 고객 요구와 정책에 따라 추진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계층형 스토리지(tried storage) 솔루션인 '유니버설 볼륨매니저'을 공급하는 HDS는 작년에만 강남구청, 국회도서관, 중앙고용정보원, 대한적십자사, 동해시청,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약 10여개의 레퍼런스를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국IBM은 생산기술연구원 등 5개 사이트에 가상화 솔루션을 공급했으며, 한국썬은 공공부문에서 가상화 솔루션의 레퍼런스 2개를 확보했다.

ILM 컨설팅 수요 거의 없어
작년 ILM 시장은 컨설팅 수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HP 스토리지 사업부 장성훈 부장은 "제품판매 보다는 컨설팅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그 이유로 고객들이 ILM 컨설팅에 대해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솔루션은 제시하지 않고 '뜬 구름 잡는 식'의 내용만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LM이 계층적 구조의 스토리지 인프라 구축으로 TCO를 절감하지만, 아직까진 성능향상과 백업, 재해복구 차원의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가 고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며 고객들이 기존 인프라 자체를 바꿔야 할 만큼 큰 규모의 ILM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한국HP ILM 사업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솔루션 제품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후지쯔 역시 이러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 후지쯔는 올해 하반기에 아카이브 스토리지를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아직 시장규모가 작고, 컨설팅 시장 여건이 여의치 않아 내년쯤으로 시기를 연기한 상태이다.
반면 한국IBM ILM 서비스담당 윤석로 차장은 "제품 중심 컨설팅은 고객 상황과 진단에 왜곡의 우려가 있다"며 "특정 솔루션 없이 고객 요구에 따라 유동적으로 접근한 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ILM 컨설팅이 지나치게 개념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컨설팅은 세일즈가 아니다. 처음 분석에서부터 하나하나 틀을 세워 구체적으로 다가서면 현재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카이빙ㆍWORM 시장은 아직 초기
아카이빙과 WORM은 전자문서관리법 등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부각되면서 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레퍼런스는 소수에 불과하다. 작년 아카이빙 시장은 한국HP가 A제조사에 한 개의 레퍼런스, 한국썬은 미즈매디병원, 아산병원 등 3개, 넷앱은 KBS, 조선일보, H제조사 등의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WORM은 그 보다 더욱 작은 시장을 형성했다. 한국 EMC만이 WORM 기능을 지원하는 스토리지 시스템 '센테라'를 앞세워 다수의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한국EMC가 작년에 확보한 WORM 공급 사례는 기업은행, 우리은행, 한국씨티은행, 대법원, 한국전자무역진흥원(KTNET), 삼성의료원 등이다. 한국EMC는 "센테라는 출시 2년 6개월만에 국내에서 총 1000TB의 판매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년 국내 아카이빙과 WORM 시장은 이제 막 떠오르는 시장으로 누가 선두라고 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한국IBM, 한국HP, 한국썬 등은 작년에 WORM 기능을 구축한 레퍼런스를 단 한 개도 확보하지 못했으며, 아카이빙 사례 역시 평균 1~3개 정도에 불과해 이 시장이 얼마나 미미한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아카이빙은 광의적으로 백업과 그 기능이 유사하지만 비즈니스 가치가 줄어든 데이터를 핵심 업무 위주로 운영되는 DB에서 분리해 이를 복제한 후 운영 DB에서 그 내용을 삭제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일정 분량의 데이터만 운영 DB에 보관해 스토리지 비용을 줄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셈이다.
한국HP는 3년 전 포스코에 '링코 데이터베이스'라는 솔루션으로 이러한 시스템 인프라를 구현했다. 포스코는 3개월 간 데이터 액세스 상황을 조사했는데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는 전체의 30%도 안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국HP는 한달에 한번 DB아카이빙을 실시했던 지난 2개월간 액세스가 없는 데이터는 빼내 관리성과 성능을 향상시켰다. 포스코는 이에 따라 서버와 CPU증설로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한국썬은 올해 2차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강원랜드에 영상 아카이빙 시스템을 구축했다. 강원랜드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은 녹화된 스토리밍 비디오 데이터를 최소 2주 동안 보관해야 한다는 정책에 따른 것이다. 당초에는 시스템 전부를 대형 스토리지로 처리할 것을 고려했지만 비효율적인 요소가 많아 백업장치로 아카이빙을 구현해 효율성과 컴플라이언스 등의 요구를 충족했다.

ILM 기술력을 확보하라… M&A 활기
최근 스토리지 시장에서는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러한 인수합병이 ILM 기술력 확보하는 방안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를 벌이고 있는 업체는 EMC다. EMC는 2000년 이후 다큐멘텀, VM웨어, 레가토 등 20여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업을 인수했다. 이러한 기업의 인수비용에 들어간 비용은 40억 달러였다.
IBM과 HP는 올해 기업용 콘텐츠관리(ECM)업체인 파일네트와 DB아카이빙 소프트웨어 업체인 아우터베이 등을 각각 인수했다.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 역시 올해 아카이빙 소프트웨어 업체인 아카바스를 영입해 사업 확대에 나섰다.
넷앱 기술영업 김성태 차장은 "스토리지 벤더들은 ILM의 핵심 기술 확보 방안으로 인수를 비롯해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최근 인수 사례는 경쟁사를 없애는 차원이 아니라 기술력 흡수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인수합병 사례를 보면 ILM은 스토리지 시스템 관리 뿐만 아니라 ITSM, 데이터품질, ERP 등 각종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 관점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스토리지 벤더들은 이같은 인수합병이나 투자의 결실로 최근 ILM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선보인 신제품을 보면 아카이빙, WORM 기능을 핵심으로 하는 주류를 이룬 점이 눈에 띈다. 또 ERP의 SAP, 이메일의 MS 아웃룩, DB분야의 오라클 등과 제휴해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 관리 솔루션과 이기종 스토리지 관리, 컴플라이언스 규정에 대응하는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가장 많은 제품을 출시한 업체는 한국HP이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의료, 금융 등 산업에 특화된 신제품과 업그레이드 제품을 내놓았다. 신제품은 'HP 스토리지웍스', '컨티뉴어스 인포메이션 캡쳐', '가상화 시스템 SVS200', '애플리케이션 리커버리 매니저', '파일용 레퍼런스 인포메이션 매니저(RIM)' 등이다. 업그레이드 제품은 'HP 스토리지 웍스', '레퍼런스 인포메이션 스토리지 시스템(RISS)', 'DB용 RIM', '오픈뷰 스토리지 데이터 프로텍터' 등이다.
한국썬 역시 같은 달 '썬 스토리지텍 버추얼 스토리지 매니저' 신 버전과 '썬 스토리지텍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매니저', '스토리지용 매니지드 오퍼레이션 서비스' 등을 출시했다. 한국EMC는 2월 '센테라 CAS(Content Addressed Storage) 소프트웨어'와 'IP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레인피니티 NAS 가상화 플랫폼용 소프트웨어' 등을 발표했다.
한국IBM은 최근 ITSM 솔루션인 '티볼리'의 차기버전을 올 하반기에 출시한 데 이어 앞으로 ILM 과정을 간소화하고 통합하는 'IT 프로세스 자동화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내놓을 계획이다. HDS코리아는 올 하반기 콘텐츠 아카이빙 솔루션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 출시되는 아카이빙 플랫폼은 320TB 용량을 기반으로 디스크 웜 기능을 제공하는 전자문서 전용스토리지다.


컨설팅 수요 증가 추세
올해 들어 국내 스토리지 시장에서는 ILM 컨설팅 수요가 눈에 띄게 부쩍 증가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컨설팅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아카이빙 수요가 가장 많고 통신사, 대형 제조사 순으로 약 10여 사이트 정도이다. 만일 컨설팅에 이어 본격적인 ILM 구축에 나선다면 올해 말을 기점으로 국내 ILM 시장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HP는 현재 통신과 대형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아카이빙과 관련된 3개 사이트와 컨설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썬은 하이테크 제조업체 2개사, 제 2금융권 1개사와 컨설팅을 벌이고 있다. 한국IBM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3개사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가운데 특히 주목을 끄는 사례는 한국IBM이 컨설팅 중인 제2금융권의 A사다. 이 회사는 전사적 차원에서 기업의 데이터 인프라를 컨설팅에서부터 진행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IBM의 설명에 의하면 이 회사는 데이터 분석에서부터 전사적인 데이터 맵을 작성하고 메타데이터를 활용해 맵을 시스템화한 이후 이를 업무 중요도에 따라 각각 데이터에 따라 분류하고 스토리지에 적용하는 내용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 IBM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는 이 회사는 이후 RFP를 거쳐 2차 사업으로 하드웨어를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ILM 시장 200억원 예상
올해 ILM 시장은 이러한 컨설팅 수요에 힘입어 전년보다 2배 성장한 2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8월 현재까지 눈에 띄는 사례를 보면 대우증권이 2008년을 목표로 ILM 구축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또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차세대 시스템 사업의 하나로 ILM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계층적 인프라를 가상화 솔루션으로 구축한 사례로는 HDS의 LG전자 창원공장, SK커뮤니케이션즈, 범정부기반 인프라 구축사업 등이 있으며, 한국IBM은 대구대학교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카이빙은 한국HP가 대형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3개의 컨설팅을 완료하고 올 말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며, 한국썬은 원주기독병원과 현재 WORM 기능을 추가하는 시스템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EMC 역시 '센테라'로 신한은행, 농협, 우리은행, 대법원, LG CNS 등에 아카이빙과 WORM을 구축했다.
향후 ILM 시장은 스토리지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2008년에 이르면 올해 보다 2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국내에서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바젤Ⅱ, 전자거래기본법 등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대응하는 수요가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이나 상장회사 등은 회계데이터를 의무기간동안 온전히 보관해야 하며, 나아가 통화내역이나 이메일, 메신저 첨부파일까지 보관해야 한다. 또한 의료관계규정인 히파(HIPPA)규정은 의료기관이 환자의 병력기록을 사망 후 2년까지 의무보관토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썬 데이터매니지먼트 사업본부 김강렬 부장은 "일부 보험사, 금융사 등은 상법으로 기록을 보관해야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보다 세부적 사항이 올 하반기까지 추가될 것"이라면서 "만일 올 말 세부 사항이 발표된다면 기다리며 움츠리고 있던 고객들이 급격히 표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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