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사 최초의 전사 아카이브 시스템
오디오와 이미지, 텍스트 정보까지 '한눈에', VPN 이용해 어디서나 선곡 가능

2005년 12월, KBS는 'KBS 오디오 아카이브 시스템'이라는 명칭의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을 오픈했다. 이 시스템은 뉴스 아카이브 시스템(2003년)과 생활정보 아카이브 시스템(2004년)에 이은 세 번째 디지털 저장소이지만, 기존 시스템과는 출발부터 의미가 다르다. 뉴스 아카이브처럼 제작 시스템에 종속돼 있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아카이브만을 목적으로 구축, 전사적인 아카이브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김달 기자 kt@rfidjournalkorea.com

2005년 7월, KBS는 방송콘텐츠팀이 수립한 오디오 아카이브 시스템의 기본계획에 따라 다우기술을 사업자로 선정,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아카이브 시스템만 놓고 보면 이번이 세 번째지만, 기존 시스템과는 달리 아카이브만을 목적으로 한 통합 시스템으로 국내 방송사에서는 가장 먼저 시도된 프로젝트였다.
2000년대 들어서 방송 환경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으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KBS를 비롯해 MBC, SBS 등 국내 주요 방송사들의 방송 제작 환경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바뀌어 나가고 있었다. KBS가 오디오 아카이브를 생각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시대 변화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 필수 요소 '아카이브'
디지털로 제작되고 있는 KBS 라디오 방송을 예로 들면, 아날로그 방송처럼 음원이라 할 수 있는 음반을 자료실에서 빌려와 턴테이블이나 CD플레이어를 이용해 내보내지 않고 사내 표준인 WAV로 인코딩하는 작업을 거쳐야 방송이 가능하다. 그리고 인코딩 작업은 반드시 제작시스템 내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장소나 시간상의 제약도 많았다. 따라서 동일한 음반이더라도 수량에 한계가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오디오 DMB가 추진될 경우 이와 같은 문제는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임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KBS 뉴미디어본부의 서용수 차장은 오디오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목적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KBS의 오디오 DMB 제작 시스템을 포함한 디지털 오디오 제작을 지원하기 위해서 방송 콘텐츠 통합 관리 기반의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둘째, 디지털 제작 시스템과 연계할 수 있도록 범용성과 확장성을 갖춘 API를 제공함으로써 네트워크를 통한 전사적인 아카이브 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아카이브 데이터를 포함해 콘텐츠관리시스템(CMS) 내의 모든 콘텐츠에 대한 검색 방법을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특화된 오디오 제작 시스템을 지원한다.

뮤직플레이어 등 프로그램 직접 개발
KBS는 오디오 아카이브 데이터베이스 서버와 CMS DB서버 및 검색엔진 서버로 썬 파이어 V490을, 아카이브 관리서버로 HP DL360을 각각 채택했다. 또 디스크 저장장치와 스토리지 관리 솔루션은 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 제품을 이용했으며, 검색엔진으로는 엑스퍼넷의 '엑스퍼서치(ExperSearch)'를 선택했다. KBS는 5개월간의 시스템 구축과정에서 기존의 콘텐트관리시스템의 기능을 강화하고 KBS 뮤직플레이어와 콘텐츠 업무지원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총 487본을 개발했다.
서용수 차장은 "콘텐츠관리시스템을 이미 활용하고 있었던 만큼 솔루션보다는 개발에 시스템 구축 초점을 맞췄다"면서 "KBS 뮤직플레이어의 경우 아카이브 서비스를 위한 업무 플로우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플레이어 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과거 방송콘텐츠팀의 자료 관리 차원에서 별도로 이뤄지던 음원자료 관리가 현재는 프로듀서 등이 참여하면서 음원에 대한 해설 정보 등 다양한 정보까지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잘못된 정보는 수정, 입력할 수 있다.
KBS 오디오 아카이브 시스템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1차적으로 오디오 DMB와 연계돼 오픈됐다. 서용수 차장에 따르면 CD 자료와 배경음으로 쓰이는 효과 자료, 이미 방송된 라디오 방송자료, 취재 과정에서의 인터뷰 자료 등 오디오 자료와 앨범 정보 등 음원과 관계된 이미지 자료 등 20TB 규모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서 차장은 "KBS는 그동안 LP나 릴 테이프에 보관돼 있는 음원 자료를 CD에 담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는데 CD로 돼 있는 자료들은 모두 디지털화 하고 있다. 음원 관련 정보들과 같은 메타데이터의 경우에도 XML 데이터로 만들어 임의의 곡을 선택하면 해당곡에 대한 관련 이미지와 텍스트 정보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KBS는 이와 같은 아카이브 시스템내의 데이터를 향후 100TB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상파 시스템과의 연계가 최우선과제
오디오 아카이브 시스템이 문을 열자, 가장 눈에 띄는 효과를 얻고 있는 곳은 제작 시스템을 사용하는 일선 프로듀서들이다. 아직 라디오와 오디오 DMB 분야에 한정돼 있기는 하지만 과거 사내에서 그것도 해당 제작 시스템안에서만 선곡 등의 작업이 가능했는데 현재는 PC와 인터넷만 있으면 VPN을 이용해 어디서든 가능하도록 업무 환경이 바뀌었다.
또 언급한 것처럼 제작 시스템에서 곡을 선택하면 그 곡과 관련된 이미지와 텍스트 등 음원 관련 정보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TV나 지역방송국 프로듀서의 경우는 뮤직플레이어를 통해 음원을 검색한 후 해당 파일을 내려 받아 방송에 활용하고 있는데, 아카이브 시스템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는 점만 제외한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손쉽게 이용하고 있다.
KBS의 오디오 아카이브 시스템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서용수 차장의 말처럼 올 한 해는 운영해봐야 하고 지상파와 연결한 뒤 나온 정량적 효과를 측정한 후에나 가능하겠지만 현 시점에서만 바라본다면 '성공적 구축'이라는 것이 1차적인 평가다.
KBS가 성공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방송사내의 제작과 IT라는 서로 다른 시스템의 접점이 디지털 아카이브라는 점에서 양쪽이 성공적으로 결합하고, 유관 부서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를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아카이브 시스템에 관한 한 KBS는 아직 보강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우선, 오디오 아카이브 시스템에 대한 백업 시스템이다. KBS는 현재 오디오 아카이브와 관련해 별도로 백업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통합 과제 시스템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백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일 백업의 경우 야간에 시작된 작업이 아침에도 끝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어서 오디오 아카이브 시스템만을 위한 독립된 디스크 백업을 고려하고 있다.
둘째, 콘텐츠 교환과 관련한 KBS만의 표준이 지난 2월 마련된 만큼, 이 표준에 맞춰 인터페이스와 디스크를 보강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음악과 효과, 라디오, 영상 등 7개 분야로 각 분야별 50~100개 정도의 표준 항목에 맞춰 통합 아카이브를 만들어야만 한다.
셋째, 지역방송국의 경우 아직 아날로그 제작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음원 파일을 내려 받아 활용해야 하는 만큼 지역국과의 네트워크 인프라 개선도 과제다. KBS는 네트워크 대역폭을 늘리거나 캐시 서버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역시 지상파 시스템과 연결하는 것이다. 제작 시스템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인 만큼 요구가 없는 한 임의로 연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자료에 대한 교환 표준이 마련된 만큼 1~2년 내에 연결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사내 교환 표준을 100% 따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강하는 한편, 음원 저장 스토리지의 용량을 늘리고 시스템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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