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인 8테라플롭스 연산 성능 보유
2010년까지 페타플롭스급 슈퍼컴 사용환경 확보

2004년 7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슈퍼컴퓨팅센터는 새로 구축한 리눅스 클러스터 기반의 슈퍼컴퓨터인 '하멜(HAMEL)'의 시험 운용을 끝내고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2003년 12월부터 IBM과 함께 구축 작업에 나서 7개월여 만에 공개된 하멜 시스템은 인텔 제온 2.4GHz CPU 512개, 256개의 계산노드, 메모리 786GB를 갖춘, 최고 2.85테라플롭스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슈퍼컴퓨터. 이에 따라 KISTI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IBM p690 기반의 슈퍼컴퓨터 3호기에 이어 하멜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2005년 5월 현재 국내 최대의 연산 성능을 보유하게 됐다.
김달 기자 kt@infotech.co.kr

1962년 한국과학기술정보센터로 출발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지난 2001년 산업 및 과학기술계 지식정보 연구기관인 산업기술정보원과 연구개발정보센터가 통합해 발족된 연구기관으로 2004년 과기부 산하 혁신본부 체제로 개편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KISTI의 중장기 비전은 과학기술 지식정보인프라의 선도연구개발 및 서비스 혁신을 통해 고객의 가치창조를 추구하는 국가과학기술 지원 중심기관으로 성장하는 것. KISTI는 이러한 비전 달성을 위한 네 가지 목표를 설정했는데 그 중 하나가 세계 5위권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는 동시에 국가 그리드와 e사이언스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99년 ETRI로부터 슈퍼컴퓨팅센터를 인수한 KISTI는 현재 슈퍼컴퓨터 운영 및 운영기술을 개발하고 활용 환경을 최적화하며, 슈퍼컴퓨터 사용자들을 관리하는 등 실질적인 슈퍼컴 운영업무를 맡고 있는 슈퍼컴퓨팅사업실을 비롯해 슈퍼컴퓨팅응용실, 초고속연구망개발실, 슈퍼컴퓨팅연구실, 그리드연구실, 초고속연구망사업실 등 6개 부서로 슈퍼컴퓨팅센터를 구성, 정규직 연구원만 60명을 배치, 운영하고 있다.
슈퍼컴퓨팅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주요 컴퓨팅 시스템은 파워4 1.3GHz 32way의 IBM p690 4대와 파워4 1.7GHz 32way의 p690 17대를 이용한 대용량컴퓨팅시스템과 NEC SX-5/8B와 NEC SX-6으로 구성된 벡터형 슈퍼컴퓨터, 그리고 지난해 구축한 하멜 시스템 등이다. 센터의 올해 예산은 기본사업비만 130억원 정도, 자체 사업과 외부 수탁사업을 포함하면 전체 예산은 200억원에 이른다.

슈퍼컴 활용영역 '전 산업'으로 확산
KISTI가 이렇게 슈퍼컴퓨팅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1차적으로 KISTI의 장기 비전과 관련돼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슈퍼컴퓨팅이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면 폭우를 조기에 예측해 재난을 막을 수도 있고,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안전한 토목 구조물도 설계할 수 있으며,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지뢰를 제거할 수 있다. 또 영화제작 과정에서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특수효과를 구현할 수 있으며, 자동차 충돌 실험, 대륙붕 석유탐사자료 분석, 신약 개발 등에도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다.
슈퍼컴퓨팅사업실의 김중권 실장은 "최첨단 과학 기술과 정보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슈퍼컴퓨터의 역할과 중요성은 해가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다"면서 "슈퍼컴퓨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정확도를 요구하는 항공 우주 산업에서부터 거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기상 정보 예측, 초미세 반도체 디자인 및 신물질 제조 등 다양한 첨단 과학 기술 분야, 오존 문제와 지구 온난화 현상의 규명과 예측 등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PC나 웍스테이션에 대한 활용 추세가 급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슈퍼컴퓨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중권 실장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계산과학이 기존의 이론이나 실험적 연구방식에 비해 큰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계산과학은 ▲실험시도 → 수정 → 재시도의 개발주기가 매우 짧아지고 소요 인력 및 경비가 극소화된다 ▲실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 비해 더욱 정교하고 완벽한 정보를 계산과학을 통해 얻을 수 있고 수정도 가능하다 ▲과학이나 공학 분야에서 계산과학을 이용해 원자 및 분자(극소규모), 우주(초대규모), 전자(초고속), 환경변화(초저속) 등 극단적인 상황도 연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국가경쟁력 좌우하는 '슈퍼컴퓨팅'
슈퍼컴퓨터는 이처럼 초고속 처리, 초정밀 해법 제시, 안전한 실험환경 제공 등의 장점을 보유한 까닭에 과학기술 개발은 물론 거의 모든 산업 분야로 활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슈퍼컴퓨터를 미래 과학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요소로 설정,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첨단 과학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며 ▲국가 위기관리 ▲과학 기술 인력 양성 ▲차세대 정보기술 선도 등을 통해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 복리를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ISTI의 활용사례들은 슈퍼컴퓨터의 활용 여하에 따라 국가경쟁력이나 기업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려준다.

한국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와 김주한 박사 연구팀은 '차세대 N-체 수치모의실험을 통한 우주 거대구조의 생성 연구'를 위해 IBM p690으로 구성된 슈퍼컴퓨터 3호기 '노벨'의 연산 자원 20%를 약 80일간 활용해 우주 생성과 진화 과정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동일 분야의 수치 시뮬레이션 중에서는 세계 최대로, 만약 일반 컴퓨터를 이용해 수행할 경우, 무려 6만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만도가 생산, 판매하고 있는 김치냉장고 딤채의 내부케이스를 슈퍼컴퓨터로 설계했다. 수많은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내부케이스가 숙성 및 보관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도록 설계했는데, 경쟁이 치열한 가전 시장에서 좋은 제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출시 시기라는 점에서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출시 시점을 앞당겼다.
이 외에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지하철이나 고속전철 등에 사용하는 대용량 전동기를 설계한다거나 신약 개발에 필요한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 계산해 시뮬레이션을 할 수도 있다(표 참조).

클러스터 비율 30% 이상까지 확대
현재 총 8테라플롭스 규모의 컴퓨터 용량을 확보, 운영하고 있는 KISTI는 국내 과학기술분야 슈퍼컴 자원의 약 40%를 공급하고 있다. 2004년의 경우 연간 작업처리건수 약 13만 2천건(2003년 대비 약 88% 증가), 연간 CPU 제공시간 약 399만 8천 시간(2003년 대비 약 95% 증가)으로 약 19만 6천명(2003년 대비 약 50% 증가)의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오는 2010년 국가과학기술 지원 중심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한 KISTI의 노력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KISTI는 우선 슈퍼컴퓨팅 시스템의 최적 활용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 선진센터들의 슈퍼컴퓨터 최적 활용환경 현황을 조사하는 한편, 슈퍼컴퓨터의 자원 활용 통계와 사용자 요구조건을 분석, 이 둘을 이용해 독자적인 슈퍼컴퓨팅 시스템의 최적 활용환경 모델을 도출해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시스템 튜닝을 시행할 계획이다.
둘째,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장애 감지율 100%화 ▲시스템·네트웍·기반시설 통합 감지 ▲실시간 장애감지 구현 등 종합상황실의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장애복구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유지정비보수 부품 확보율을 높여 최단 시간 내에 필요 부품을 이송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셋째, 2010년까지 페타플롭스급 슈퍼컴퓨터 사용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PC 클러스터 확보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고 그리드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국내외 슈퍼컴퓨팅센터 자원도 연계해 공동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넷째, 사용자들이 슈퍼컴퓨터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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