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 별로 서비스 분석하는 'SCP'브로드밴드 서비스의 새로운 세계 연다

지난 달 24일 시스코 코리아는 시스코 서비스 컨트롤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솔루션을 소개했다. 이 솔루션은 시스코가 지난해 8월 'P 큐브'라는 회사를 인수한 결과물이다. P 큐브는 광대역 서비스 관리, VoIP 요금 징수, 양방향 게임, 주문형 비디오 솔루션을 보유한 벤처기업으로 99년 실리콘밸리에 문을 연 뒤 미래의 광대역 네트웍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를 꾸준히 고민해왔다.
시스코 시스템즈 아태지역 본부의 서보광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는 "서비스 컨트롤 솔루션인 SCP(Service Control Platform)는 기업의 IP 네트웍에 애플리케이션 별로 QoS를 적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서비스 품질에 차별화를 주어 다양한 등급의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솔루션"이라고 말한다.

P2P 등 불량 접속 효과적으로 차단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고객은 늘어나면서도 매출은 떨어지는 기현상을 겪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시장은 더욱 그렇다. 성숙기에 있는 시장일수록 가격 경쟁이 심하고, 가입자를 늘리는 것으로는 더 이상 수익성을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서보광 이사는 "하나로나 데이콤이 10메가 회선을 임대한다고 했을 때 그 파이프 안에 어떤 트래픽이 오가는지를 사업자가 전혀 모른다. 그런데 실제로 까뒤집어 보면 80%의 대역폭을 20%의 가입자가 쓰고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며, 그 이유가 바로 P2P 트래픽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컨트롤 솔루션은 SP의 이런 해묵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SP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갖도록 한다. 예를 들어, P2P를 많이 이용하는 가입자는 아예 서비스 접속을 막거나, 일정 이상의 대역폭을 못 쓰게 하거나, 또는 특정 시간대에만 허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컨트롤을 개인, 그룹, 국제회선 별로 다양하게 할 수도 있다.
서 이사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 홍콩에서는 P2P를 이용해 동영상 파일을 긁어모아 장사를 하는 사용자 집단이 있었는데, SCP로 대역폭 사용을 제한해버림으로써 고객들의 불만을 일시에 해소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또, 이른바 인디펜던트 브로드밴드 사업자라고 부르는, SP들의 국제회선에 접속해 인터넷 전화를 거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VoIP 사업자들의 접속을 차단함으로써 수익과 연결되지 않는 국제회선 사용을 걸러낸 적도 있다. 싱가포르 텔레콤은 이를 통해 국제회선 사용료(Peering Cost)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정도라고.

회선유지비 절감은 기본, 고수익 서비스 개발의 견인차
하지만 서보광 이사는 회선 유지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새로운,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진정으로 SP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KT가 6백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데 킬러 애플리케이션 하나를 개발해서 100만 가입자에게 월 2천원씩 받고 팔 수 있다면 경쟁사 고객 수십만 명을 뺏어오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줄 솔루션이 SCP라는 것이다.
SCP의 핵심 기술은 딥 패킷 인스펙션(Deep Packet Inspection). 정상 패킷과 비정상 패킷을 구분하는데 있어 IP 주소만이 아니라 가입자 정보까지 볼 수 있어 지능적인 애플리케이션 트래픽 관리를 구현할 수 있게 한다.
서 이사는 "현재의 장비들은 가입자가 어느 정도의 시간동안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정도만 알 수 있다. 하지만 SCP를 이용하면 가입자 별로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얼마나 썼는지 알 수 있다."고 차이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가입자마다, 애플리케이션 별로 대역폭 정책을 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돈을 내도 만족도가 훨씬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장점을 이용해 웹 접속과 이메일 사용을 아주 빠르게 하고 FTP나 P2P는 사실상 쓸 수 없을 정도로 대역폭을 할당해 초저가형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임으로써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 서 이사의 설명이다.

서보광 이사는 "이제 요금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SP가 진짜 중요한 서비스를 갖고 있다면 고객은 돈이 좀 더 들어도 그 SP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스코는 다음 달에 10GE를 지원하는 SCP도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은 신인증 프로그램 등 SP 시장의 분위기로 볼 때 SCP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라며, 다음과 같은 출사표를 던졌다. "이제 SP가 상상한 모든 것이 서비스가 된다. 브로드밴드 사업도 이동통신 사업처럼 부가서비스로 탄탄한 수익성을 확보하는 시대가 지금 열리고 있다."
김재철 기자 mykoreaone@info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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