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정보화의 근본은 진료 전산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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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축척된 서울대학교병원의 진료경험과 최첨단 분당서울대병원 전산시스템의 결합은 국내외 병원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서울대병원의 업무와 진료경험을 기반으로 2003년 5월 개원에 맞춰 처방전송시스템(OCS),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전자의무기록(EMR)시스템 등을 자체 개발했다. 물론 개원을 위해 임용한 의사들과 간호사, 그리고 일반직원들 모두 OCS, PACS, EMR 시스템 개발에 동참했다. EMR 시스템은 부서별, 과별로 운용되는 개별 시스템이 아닌 국내외 병원 최초의 통합 EMR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개원과 동시에 병원의 거의 모든 업무를 전산 처리했다. 다행히 컴퓨터에 친숙한 젊은 의사들 덕분에 병원의 일반 업무와 진료업무를 쉽게 전자화 할 수 있었다.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CIO)은 현재도 최첨단의 정보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최대 역점 사업은 '실시간실행 및 자원관리시스템' 구축이다. 하규섭 실장으로부터 분당서울대병원의 정보화에 대해 들어봤다.
윤성규 기자 sky@rfidjournalkorea.com

"내가 전자의무기록의 국내 최초?"
정신과 전문의로서 IT와의 인연과 분당서울대병원 CIO로 부임하기까지의 과정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정도 될 것 같은데, 1970년 대 후반 RTV라는 자격증이 있었다. 전기전자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 자격증을 땄다. 의대에 입학하고도 전기전자 기기, 부품 등을 찾기 위해 세운상가에 자주 들렀다. 당시 8비트 애플 MSX 컴퓨터도 조립해 보았다.
전공 1년차인 인턴 때였던 1987년, 월급을 모아 IBM XT PC 2대와 도트프린터 1대를 구입했다. 그 때 돈으로 한 500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한대는 병원에, 한대는 집에 설치했다.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정신과 전문의라는 것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 특성상 PC가 중요하다. 외과나 내과 전문의들은 의무기록을 하는데 A4 용지 한 장 정도로 간단한 편이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는 보통 A4 용지 20~30장 정도다. 이 분량을 3번 이상 작성해야 한다. 매번 연필로 규격에 맞는 용지에 기록해야 했다. 의무기록을 한글 워드로 작성하면 처음 작성할 때 수고를 빼면 여러 번 작성해도 수정과 변경만 하면 간편했다. 프로세스도 많이 단축시킬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이런 시도는 용납되지 않았다. 정신과 선배들는 의무기록을 한글워드로 작성한 후 도트 프린터기로 프린터 한 것을 성의 없다고 꾸중했다. 인간의 정신을 다루는 분야인데 연필로 차트를 작성하면서 환자와 교감도 하고 환자와 더 친밀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설득과 이해를 구해 결국 도트프린터로 프린터 하는 용지를 기존 용지로 대체하고 직접 사인하는 것으로 했다. 요즘 말하는 전자의무기록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의사가 아니었나 싶다.(웃음)
다른 전문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정신과 전문의 업무 특성상 병역과 증상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중요하다. 통계 처리도 많았다. 당시 선배들은 통계처리에 계산기를 사용했다.
1990년 이후 대부분의 의사와 교수님들은 의무기록 작성에 컴퓨터를 활용했다. 1997년인가 98년 당시 서울대의대 김주환 교수님이 정신과 자체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에 2년 정도 연수 갔을 때도 실험보다는 진료를 맡아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했던 경험이 있다.
이런 인연으로 미국연수 후인 2001년 서울대학교병원 전자의무기록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했다. 2003년 5월 분당서울대병원 개원을 위해 조직된 전산업무담당 개발팀장도 맡았다. EMR도 기획하고 디자인하다보니 병원 전체의 업무나 프로세스를 잘 알게 됐다. 이런 인연이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의 기획조정실장(CIO)을 맡게 된 것 같다."

통합 EMR시스템은 독창적인 모델
통합 EMR 시스템을 구현했는데, 어떤 시스템인가?
"우리나라와 미국의 보건의료체계 자체는 상당히 다르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병원의 EMR 시스템은 과별, 업무별로 나눠져 있다. 모니터 1~2대로 업무를 볼 수 없는 체계다. 우리는 모니터 2대를 보면서 진료한다. 처음에는 4대도 생각했다. 모니터 2대로 디자인 한 것도 획기적인 일이다. 모니터 하나는 OCS용, 또 하나는 EMR 용이다. EMR 모니터의 전체 화면도 윗 단은 일반 환자정보 배치, 좌측은 입력창, 우측은 조회창으로 구분했다. 이런 디자인도 6개월 걸린 독창적인 것이었다. 조회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디자인하는 데 6개월 걸렸다. 통합 EMR이라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이름 붙인 것이고 또 획기적이었다.
처음에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효과를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통합 EMR 시스템을 구축 한 이후 비로써 효율성과 생산성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개원후 5년여는 경영이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분당서울대병원은 3년 차인 2005년엔 흑자로 전환했고, 지난해엔 상당한 흑자를 기록했다."

정보시스템 관련 부서가 독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분당서울대병원은 '풀디지털병원'을 지향하고 개원됐다. 개원 초기에는 기획조정실과 의료정보실로 나눠 운영할 생각이었다. IT업무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원 초기에 생각했던 IT업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제 IT와 병원업무, 진료업무를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게 됐다. 병원경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영전략과 비전을 만드는 데의 기반은 IT다. 그래서 우리병원의 기획조정실은 '기획 및 정보실'인 셈이다.
기획조정실은 기획경영팀(기획부실장)과 의료정보팀(정보부실장)으로 구성됐다. 잘 알고 있는 이학종 교수님이 의료정보팀장이다. 의료정보팀에는 EMR, 정보보안, 정보교류, 임상진료데이터웨어하우스, 진료표준화, 유헬스, 임상진료지표로 나눠 교수님들이 각각 전담하고 있다. 이렇게 세분화해 의료정보팀을 구성하고 있는 병원도 없을 것이다."

진료·진단·치료도 원가관리 해야
풀디지털병원
병원 정보화에 앞선 만큼 새로운 시도가 많을 것 같다. 병원 정보화의 경향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까지의 병원 정보화는 일반회사의 경리나 총무업무, 그리고 부서간 문서나 필름 교류 정도의 전산화였다. 병원 본업인 진료 자체에 대한 정보화에는 등한시했다. 병원이 전산화되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고 있다.
이런 부가가치를 더욱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이 진료 자체에 대한 정보화이다. 의사 개개인만의 노하우나 경험이 개개인만의 자산이 아닌 병원 전체의 자산화 돼야 한다. 이런 자산화는 의사 개개인뿐만 아니라 병원 고객들에게도 엄청난 혜택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수준도 상당히 높일 수 있다.
100년의 축척된 서울대학교병원 진료 경험과 최첨단의 분당서울대병원 전산시스템의 결합은 서울대병원만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서울대병원도 세계적인 병원으로 거듭나는 기회인 동시에 국내 보건의료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04년 병원의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하는데, 지표 자체가 병상이나 의료진수, 시설 등 단순한 것이었다. 진료, 진단, 치료, 완치율, 퇴원률, 수익 등에 대한 만족도 평가 지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지표를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만들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료 환자를 예로 들면 환자들의 완치율, 개별 의사들의 진료, 진단, 치료, 수익 등에 대한 자세한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지표들이 시스템화 될 때 '풀디지털병원'이 될 수 있다."

올해는 어떤 분야의 정보화에 주력하고 있는가?
"분당서울대병원이 노인특성화병원인 만큼 RFID를 활용한 원격의료 정보화에 힘쓰고 있다. 또 진료 정보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국내 어떤 병원도 의사 한명이 한명의 환자를 진료, 진단, 치료하는 데 드는 원가를 정확하게 계산해 내지 못한다.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화 부분이 이 부분이다. 표준원가, 실질원가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야 병원은 효율적이고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이 곧 미래 병원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를 위해 우리는 차세대 EMR, 정보보안, 정보교류, 임상진료데이터웨어하우스, 진료표준화, 유헬스, 임상진료지표 분야에 주력하면서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 '원가관리시스템', '실시간실행및자원관리시스템' 등의 정보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약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기획조정실장(CIO)이다. 서울의대 정신과학교실 부교수이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우울증 클리닉 및 조울병 클리닉 담당교수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 간행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학회지인 우울조울병의 편집인이기도 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담당과 EMR개발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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