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 다운사이징 프로젝트 대거 수주, 윈도우·리눅스도 서서히 수면위로

2000년 초중반 경 금융권을 중심으로 봇물을 이룬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서 하드웨어 시장의 제 1이슈는 단연 '유닉스 대세'다. 금융권의 핵심 업무 시스템인 계정계 플랫폼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다운사이징 또는 리호스팅 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으며, 제조 및 서비스 업계에서도 ERP 도입을 위해 회계시스템으로 사용하던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교체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최대 수혜자는 한국HP였다.

유닉스, 차세대 시장 '압승'

한국HP는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슈퍼돔' 등으로 수십여개의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특히 IBM 및 유니시스 등의 메인프레임 윈백으로 차세대 시스템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금융권을 살펴보면, 2004년 농협의 공제 신 시스템이 메인프레임에서 HP의 슈퍼돔으로 교체됐고, 2005년 KRX의 채권매매 시스템이 유니시스의 메인프레임에서 HP의 rx7620 등으로 다운사이징 됐다. 2006년에는 신한은행이 '뉴뱅킹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계정계 업무로 사용하던 유니시스의 메인프레임을 HP의 인테그리티 슈퍼돔으로 바꿨고, 삼성생명이 신 보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IBM 메인프레임을 HP 인테그리티 슈퍼돔으로 교체했다. 현재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도 차세대 보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메인프레임을 HP의 유닉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 외 2005년 아시아나항공, 2006년 금호타이어, 동국제강 등에서 ERP를 도입하면서 회계시스템으로 사용하던 메인프레임을 각각 HP의 rx8640, 인테그리티 슈퍼돔 등으로 플랫폼을 교체했다.

2002년 외환은행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존 IBM의 메인프레임을 IBM 유닉스 서버인 'p시리즈'로 교체했다. IBM 메인프레임을 쓰던 해양경찰청도 현재 유닉스로의 리호스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버 공급업체는 한국IBM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인 현대해상은 현재 사용하는 메인프레임을 한국썬의 유닉스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농협도 핵심 업무 플랫폼을 유닉스로 결정했으며, 공급업체는 한국HP, 한국IBM, 한국썬 중에서 하반기 중 결정이 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차세대 플랫폼으로 유닉스를 선택했으며, 공급 업체는 올 9월 경 선정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 한국IBM의 메인프레임 실적을 파악해 보면, System z 시리즈로 2002년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2003년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서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이미 사용하던 IBM 메인프레임을 증설했다. 현재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국민은행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교체할 지 여부를 조만간 BMT(벤치마크테스트)를 거쳐 9월쯤 결정할 예정이다.

'벤더 종속 탈피'가 대세

유닉스가 강세를 보인 중요한 이유는 이 플랫폼이 메인프레임에 비해 프레임워크, DBMS 및 기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하는데 있어서 공급업체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애플리케이션들이 오픈 환경에서 개발돼 폐쇄적 OS를 가진 메인프레임은 신 사업 모델 도입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이에 메인프레임 진영도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IBM은 리눅스를 탑재한 메인프레임을 고객들에게 권하며 "메인프레임이야말로 개방형 플랫폼"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유니시스는 아예 범용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버를 출시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인텔 제온 프로세서 기반의 아키텍처에 메인프레임 운영체제(OS2200)을 탑재한 '도레이도400'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윈도우와 리눅스도 탑재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윈도우 서버가 차세대 열풍의 다음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언급한 '벤더 종속성'은 소프트웨어 도입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일부 고객들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자유롭게 하드웨어 브랜드를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오픈 시스템이라는 유닉스도 공급업체별 전용 운영체제와 전용 프로세서를 사용 하기 때문에, 사실상 하드웨어 자체는 벤더 종속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증설 등을 할 때 반드시 같은 벤더를 선택해야 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실제로 해외에서는 윈도우로 마이그레이셔한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인프레임-유닉스 진영, 상대 장점 수용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진영은 서로의 장점을 도입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닉스는 메인프레임의 강점인 안정성과 가용성을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꼽히는 보안성을 여러 유닉스 환경의 보안 솔루션들로 해결하고 있다. 메인프레임 역시 오픈 시스템의 개방성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결국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의 역할이 동등해 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국IBM은 다운사이징 바람에 대응하기 위해, 메인프레임의 가용성과 보안성을 강조하고 있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메인프레임 고객에게는 기존 플랫폼을 바꾸는 것 보다 기능을 개선해 최신화 하는 것이 더 총소유비용이 적게 든다고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필요에 따라 유닉스를 원할 경우에는 System p시리즈를 권장한다. 특히 Power6 칩을 탑재한 고성능 유닉스 서버를 고객에게 제안할 방침이다. 한국IBM은 p시리즈가 메인프레임의 장점을 많이 수용했다고 강조한다.

한국HP는 4.7GHz라는 현존 프로세서 최고의 클럭스피드를 내는 IBM Power6에 대응해, TPC-C 기반 성능 수치 보다 '안정성'을 강조한다. 또한 개별 서버 보다 데이터센터 관점에서의 제안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유니시스는 고객의 중요한 요구는 '범용성'이라고 판단, 범용 프로세서를 탑재해 메인프레임, 리눅스, 윈도우 운영체제가 모두 호환되는 아키텍처를 시장에 내놨다. 이를 유닉스를 앞지르는 차세대 플랫폼의 주역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또한 하드웨어 벤더로부터 자유로운 리눅스가 유닉

스를 대체할 수 있다며 향후 리눅스 서버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한국썬은 차세대 시장에 솔라리스 10을 확대하고, 네트워킹 컴퓨팅에 적용한 '블랙박스 프로젝트' 및 가상화 솔루션 등을 내세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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