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라는 기존 스토리지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스토리지 시장 판도는 반드시 바뀐다. 그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게 우리의 목표다."







스토리지계를 잠시 떠났던 정형문 전 한국EMC 사장은 스토리지 가상화 및 계층화 등을 하드웨어적 해법으로 구현하는 스토리지 '넥스트라'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넥스트라는 이스라엘 XIV사의 하이엔드 제품으로, 정 사장이 이끄는 헤이워드테크가 이 제품의 국내 독점 총판을 시작했다.

넥스트라로 메이저 스토리지 업체들인 EMC, HDS, 넷앱 등이 이끄는 소프트웨어 위주의 시장 추세를 거슬러 판도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게 정 사장의 야심찬 계획이다.

정 사장은 "현재 주요 스토리지 업체들은 하드웨어의 한계에 대한 미봉책으로 소프트웨어를 쏟아내고 있다"며 "고객은 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을 뿐 아니라 관리 복잡성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해 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넥스트라가 그 대안을 제시한다는 게 그가 강조하는 점이다.

그리드 스토리지 '넥스트라'
넥스트라는 EMC의 성장 발판이었던 '시메트릭스'를 개발한 모쉐 야나이의 최신작 '그리드 스토리지'다. 분산형 캐시 방식의 이 제품은 데이터 볼륨을 1메가바이트 단위로 쪼개 전 디스크에 저장하는 신개념의 스토리지로, 별도의 솔루션을 탑재하지 않고도 가상화 및 계층화를 자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들은 특정 디스크에 데이터가 강제로 스트라이핑 되는 구조라, 액세스가 몰리는 볼륨만 I/O 작업이 집중되면 성능 저하가 일어나 효율이 떨어지며, 퍼포먼스 튜닝 등 복잡한 관리 작업도 요구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넥스트라는 전 볼륨이 동일한 워크로드를 가져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이며, 튜닝 등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온라인 사이트에서 클릭수가 높은 뉴스 등이 저장된 볼륨이나, 은행에서 예금 입출금이 업무가 몰릴 때 해당 데이터를 저장한 볼륨만 바쁘게 일하고, 나머지는 쉬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럴 경우에는 디스크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전체적인 스토리지 성능 또한 저하된다. 그러나 전 볼륨이 늘 공평하게 작업을 한다면 속도저하 및 과부하 등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원리다.

정 사장은 "하이엔드 고객들이 꼭 필요로 하는 원격지 복제, 수벌의 스냅샷, 수벌의 데이터세트 복제 등을 동시에 수행할 경우, 스토리지의 성능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타제품 보다 4배~10배 이상 빠르다"고 내세운다. 이는 넥스트라의 독특한 알고리즘으로 그리드 구조를 근간으로 하는 매시브 패러럴리즘 방식을 구현함으로써 가능하다고 한다.

하이엔드 제품으로는 이례적으로 SATA 디스크를 채택한 점도 눈에 띈다. 정 사장은 "이는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요인이며, 넥스트라의 독특한 구조로 SATA 디스크로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향후 대부분의 하이엔드 스토리지도 SATA 디스크를 장착해야만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ILM(정보생명주기관리) 구현을 위한 별도의 계층화 솔루션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어차피 모든 데이터가 하이엔드 성능의 저렴한 디스크에 동일하게 저장되기 때문에 굳이 스토리지를 계층화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 외 전력 소비량도 기존 제품들보다 20-50% 가량 적다고 한다.

"하드웨어 장사는 하드웨어로 돈 버는 게 원칙"

하드웨어 마진율이 많이 떨어진 시점에서, 스토리지 업계는 솔루션 및 서비스를 다양화 해 수익을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사장은 넥스트라 고객에게는 인력이 투입되는 서비스에 한해서만 비용을 받고, 별도의 소프트웨어 비용은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게다가 넥스트라의 가격도 "저렴하다"고 했다. 그는 낮은 마진율 보전하기 위해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부가하는 방식의 판매관행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하드웨어 장사는 하드웨어로 돈 버는 게 원칙이다. 소위 프로페셔널 서비스라는 명목아래 스토리지 결점을 메우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쏟아내고, 고객에게 따로 비용을 청구하는 관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의 얘기다.

정 사장이 말하는 "넥스트라가 저렴하다"는 의미는 하드웨어 단품의 가격이라기 보다, 소프트웨어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과 이에 따른 관리비 절감 효과 등 TCO적인 관점이 더 크다. 초기 도입비용 역시 시장에 따라 유동적일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정 사장은 "SATA 디스크를 채택하는 등 제조 원가를 낮췄고, 앞으로도 원가 절감책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명성이 아니라 제품 보는 안목으로 사업 시작"

XIV 총판을 시작한 정 사장을 두고 "한국EMC를 세우고 성장시켰다는 화려한 이력에만 의존해서 무모하게 시장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곱지 않은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과거 명성 운운하지만, 지금은 새 사업을 시작한 애송이일 뿐이다. 다만 나의 제품에 대한 판단력을 믿고 시작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난 제품 보는 안목하나는 확실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주변의 억측들을 일축했다. 그만큼 넥스트라가 스토리지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군림하게 될 것을 자신한다는 것이다.

헤이워드테크에는 정 사장이 영입한 한국EMC 출신 직원이 9명이다. 이들 모두 감봉을 감수하고 입사했다고 한다. 정 사장을 믿고 왔다기 보다, 제품을 믿고 왔다는 게 그의 얘기다.

자꾸 EMC와의 대결 구도를 부각시키는 언론에 대해서도, "우리가 경쟁해야할 상대는 EMC가 아니라, 스토리지의 기능적 한계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관행이 대세가 돼버린 전체 업계"라고 강변했다. 이 같은 '대세'는 스토리지 업계 선두주자들이 이끌어가기 때문에, 상반된 사상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외로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 사장의 얘기다.

그는 "넥스트라는 현재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유일한 제품이기 때문에, 이 제품으로 성공할 것을 확신"한다며, "스토리지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건 시간문제"라고 자신했다.

헤이워드테크의 목표는 약 1년 내에 금융/공공/통신/제조/서비스 분야에서 각각 최소 1곳의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 사장은 현재 고객들에게 무료 제품 테스트를 권장하고 있으며, 각종 BMT(벤치마크테스트)에도 적극적으로 응할 생각이다.정 사장이 믿는 자신의 '안목'에 대해 시장은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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