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햇의 '가치 입증' 사명 부여 받은 신임 CEO…"오픈소스 진영의 ‘맏형’ 역할해야”

매튜 슐릭이 '아내의 건강 악화에 따른 간호'를 이유로 지난 12월 CEO에서 물러나자, 레드 햇은 후임자로 짐 화이트허스트를 지명했다. 그는 델타항공의 최고운영책임자(COO)였으며 집에서 자신의 PC에 리눅스를 깔고 구동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레드햇의 새로운 CEO로 적합한지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화이트허스트의 선택이 옳다면 현재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는 레드햇에게 새로운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리눅스 서버 운영체제를 사용함으로써 비용을 지불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이렇다 할만한 잡음도 없는 '조용한' 회사로의 취임이 그로서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21%의 이윤율과 40%대의 연매출 성장률, 그리고 5억 달러가 넘는 은행 잔고 등은 서비스 형태(SaaS)의 판매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소중한 비즈니스 모델임을 입증시키고 있다. 하지만 슐릭 CEO 체제에서 레드 햇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운동의 적극적인 리더가 되지 못했다.

◆오픈소스 진영의 권리보단 돈 버는데만 혈안=이제, 레드햇은 리눅스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음을 입증해야 하며 CEO의 역할보다 더 큰 오픈 소스 진영에서의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06년에 오라클이 레드햇 측에 버그를 수정하는데 너무 느리다고 비판하고 자체 레드햇 리눅스 버전에서 로고를 제외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슐릭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듯 했다. 노벨이 수세(SUSE) 리눅스로 이동해 마이크로소프트와 긴밀한 관계를 체결했을 때에도 다른 회사의 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리눅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특허 107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을 때에도 자사는 아무런 원인이 없다면서 수비적인 태도로만 일관했다. 싸움을 좋아하는 오픈 소스 개발자들에게 이런 레드햇이 선두에 나서주길 기대하기란 불가능했다.

초기에, 레드햇은 슐릭이 CEO로 재직하면서 협력 관계를 맺는 데에만 주력하고 돈 버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서 오픈 소스의 '순수론자'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슐릭은 여전히 레드햇의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즉, 오픈 소스 진영의 권리를 요구하는 행사나 자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오라클과 IBM 등 '빅 브라더' 파트너와의 밀착 관계를 맺는 데에는 적극적이라는 것이었다. 오라클과 IBM은 고객들이 데이터베이스와 애플리케이션을 리눅스에서 구동하길 원하는 비즈니스와 직결되는 업체들이다.

◆"당분간은 현재 비즈니스에 주력할 것"=하지만 화이트허스트가 새로운 CEO가 되었다고 해서 쉽게 수익 창출형 비즈니스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레드햇을 더 높은 성장으로 이끌어야 한다.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만으로도 향후 수년간 최소 2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결코 이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고속 성장하고 있는 레드햇





화이트허스트에게 레드 햇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은 제이보스(JBoss) 미들웨어 인수 등으로 발생하는 제품군 구성을 지속하는 것으로, 레드햇을 운영체제와 미들웨어 분야에서 오픈 소스 기업의 최고 업체로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베이스 벤더인 MySQL AB(최근 썬 마이크로시스템즈가 1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힘)와 같은 대형 오픈 소스 업체를 레드햇이 인수하리라고 예상하는 일부 의견에 대해 화이트허스트는 그럴 계획이 없다면서 "당분간은 현재 비즈니스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를 통한 성장에 신중한 이유 중의 하나는 제이보스 인수건 때문으로, 레드햇이 인수 대금으로 지불한 3억2,600만 달러의 가치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드 햇의 화이트허스트는 자사가 라이선스 요금보다는 서비스 매출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매출 성장과 이윤률이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밝혔다.

레드 햇은 2007 회계연도에 44% 성장했으며, 전년도 42%보다 증가했다. 회계연도 2008의 매출은 5억2,200만 달러로 추정되기 때문에 성장 곡선이 둔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수년 이내에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소프트웨어 업체로 랭크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트허스트는 누구인가?=화이트허스트는 라이스 대학교(Rice University)에서 컴퓨터 과학과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주로 기업 운영 및 컨설팅 분야에서 일해왔다. 최근에는 하버드 MBA를 취득한 뒤 델타 항공에 근무하면서 경영난에 빠진 델타 항공의 기업 쇄신에 힘써왔다. 델타가 5월에 회생하면서 내부에서 CEO로 승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사회가 최고 경영자를 외부에서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노스웨스트 항공(Northwest Airlines) CEO인 리차드 앤더슨을 고용하자 화이트허스트는 델타를 떠나게 되었다.

화이트허스트는 진실한 오픈 소스의 '팬'이다. 기업용 버전보다 업데이트가 자주 되는 레드햇의 커뮤니티 버전인 페도라(Fedora)를 수년 동안 사용했으며 페도라를 사용하기 전에는 집에서 오픈 소스를 테스트하기 시작하면서 Slackware 리눅스 배포판을 사용했다.

화이트허스트는 헤드헌터들이 자신에게 다른 CEO 자리를 제안했지만 수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내가 좋은 직장에서 많은 돈을 벌었다는 말 외에 다른 뭔가 해줄 말이 필요했다"면서, "오픈 소스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훨씬 효과적이며 업무 및 일상 생활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는데 열정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드햇에 제이보스를 매각한 제이보스의 마크 플레우리 창업자는 화이트허스트에 대한 첫인상에 대해 오픈 소스의 교양적인 면보다는 전략적인 주도권 실행을 잘하는 레드햇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플레우리는 2년 전에 레드햇을 떠났지만 아직 주요 주주로 남아있다.

화이트허스트의 도전 과제 중 하나는 마이크소프트와의 경쟁이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최신 서버 소프트웨어인 윈도우 서버 2008의 출시를 앞두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소프트웨어의 새로운 기능에는 윈도우 서버의 그래픽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포함되어 있다. 즉, 메모리 용량도 적어지고 리눅스와 같은 관리 환경이 가능해져 윈도우와 리눅스를 병행 사용하는 곳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예상되며 일부 리눅스 사용자들로 하여금 리눅스의 활용을 제고하도록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와의 협력=화이트허스트의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IBM 및 오라클과의 협력이다. 오라클은 레드햇의 설립 초기에 레드햇과 제휴하면서 리눅스를 포용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와 애플리케이션에서 리눅스가 구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라클은 미들웨어와 애플리케이션 분야를 지배하고자 하는 야망을 가진 회사이다. 제이보스를 인수함으로써 레드햇은 제이보스 제품군 확장에 있어 오라클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화이트허스트는 취임 당시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할 의사를 내비치는 듯한 언급을 했다. 그는 일부 뉴스에 대해 자신이 잘못 인용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월 7일, AP(Associated Press)는 화이트허스트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은 레드햇을 심각한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오라클은 2006년 가을에 Unbreakable 리눅스를 발표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비즈니스적인 영향력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오라클은 경쟁사라기보다는 파트너에 가깝다".

레드햇은 오픈 소스 업체가 일반 사기업과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협력을 어떻게 유지해나가야 할지를 입증하는 리더십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

레드햇의 제이보스 제품은 IBM의 웹스피어와 오라클의 미들웨어 제품과 경쟁하며, 오라클이 BEA를 인수함에 따라 그 경쟁 관계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화이트허스트는 협력과 경쟁의 합성어인 '코페티션(coopetition)'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업계를 방문하는 자리에서 "IBM의 경영진과의 화합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레드햇이 애플리케이션과 미들웨어 분야에서 IBM과 경쟁하고 있지만 많은 부문에서 IBM과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화이트허스트는 레드햇의 초기 성공으로 창출된 기회에 고무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레드햇 서밋에서 레드햇은 개발도상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저렴한 PC를 목표로 리눅스 버전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IBM 메인프레임에 리눅스를 탑재하고 자바 개발 프레임워크인 Seam을 제이보스 미들웨어에 구현하며 메시지와 실시간, 그리드 기술을 통합하는 메시징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이다.

◆고객의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레드햇 역시 자사 서비스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유닉스와 리눅스에서 구동하는 그래픽 시스템을 개발하는 멘토 그래픽스(Mentor Graphics)의 로렌트 로체트 이사는 레드햇으로부터 많은 리눅스 데스크톱을 구매하고 있으며 레드햇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로서 다른 업체에게는 무상으로 권한을 제공하고 있다.

가입을 갱신할 때에는 구매된 시스템이 자동으로 갱신된다. 하지만 개발자들의 시스템은 만료될 수가 있었고 로체트는 멘토 그래픽스의 개발자들이 업데이트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2주나 들었다. 로체트는 "문제를 인식하고 교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비즈니스 운영 차원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보다 더 심각한 사례는 ValueCentric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제약 데이터용으로 레드햇 리눅스에서 구동하던 MySQL 데이터베이스 사용을 중단했다. 문제는 MySQL과 관련된 성능 때문. 오라클로 전환하면서 데이터베이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이로 인해 오라클의 Unbreakable 리눅스 사용에 대한 기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ValueCentric의 존 로파소 기술 운영 이사는 Unbreakable 리눅스가 데이터베이스 구동에 적합하며 오라클이 리눅스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를 동시에 지원하는 웹 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 소스 뮬(Mule)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버스와 메시징 미들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인 뮬소스(MuleSource)의 데이브 로젠버그 CEO는 "레드햇과 노벨의 수세 외에도 추가적인 리눅스 소스를 도입하려는 IBM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기 상승중인 우분투(Ubuntu) 리눅스 배포판도 데스크톱과 서버 분야에서 IBM에 또 다른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레드햇은 자사의 가입형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고객의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

배타적인 시스템과 오픈 소스 시스템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CEO가 필요하다. 또한 핵심 사업은 강화하며 미래 사업을 발굴해내야 한다. 플레우리는 화이트허스트가 이러한 역할을 중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레드햇이 현재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면서, "코페티션은 업계에 일반화되어 있다.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용하는지에 따라 레드햇의 성장이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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