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UX’, 성공적 IT비즈니스 위한 필수요건

[컴퓨터월드] 최근 들어 국내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시장의 성장세가 잠시 주춤한 모습이다. 스마트폰의 보급 이래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IoT(사물인터넷)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가속페달을 밟아왔다. 이에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O2O 시장을 현재 15조 원 규모로 추산, 향후 3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유행을 쫓은 유사 서비스들이 난립하게 되면서 적잖은 기업들이 마케팅비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일부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공 또한 여기에 한몫 거들기도 했다. 이제는 그저 단순한 중계 서비스를 넘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할 때다. 이에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UX(사용자경험)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O2O 기업에 있어 사용자 확보는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갈수록 높아지는 UX의 중요성

최근 IoT 관련업계에서는 디지털(Digital)과 피지컬(Physical) 간의 융합(Convergence)이 주요 화두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온라인 비즈니스로 전환되던 인터넷시대를 넘어, 이제는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등 모바일 기반 O2O 모델을 필두로 온라인 비즈니스가 오프라인 비즈니스로 실체화하기 시작했다. 현실 시스템 기반의 고객 여정에 데이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녹여내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시장 판도의 붕괴(Disruption)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혁신에 있어 UX는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그대로 고객에게도 혁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이용하는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나 구조 및 절차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며, 그럴 필요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적잖은 기업들이 빠져있는 착각과는 달리, 기술이 얼마나 뛰어나고 기능이 얼마나 많은지는 고객들에게 참고사항일 뿐이다. 제품에 아무리 좋아도 그 사용이 복잡하다면, 선택의 폭이 존재하는 이상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기 일쑤다.

▲ 콜린 앵글 아이로봇 CEO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로봇(iRobot)사의 콜린 앵글(Colin Angle) CEO 겸 공동창립자는 지난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PTC 라이브웍스(LiveWorx) 2016’ 컨퍼런스에서 “그동안 제일 잘한 일을 하나 꼽는다면, 로봇청소기에 복잡한 조작요소들을 제거하고 동작버튼 하나만 가운데에 놓은 것”이라며, “물론 기술우수성도 뒷받침돼야 하나, 소비자들이 먼저 보는 것은 실용성”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고객들의 목적은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원하는 가치를 효과적으로 얻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요로 하는 기능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체감 가능한 질적인 차이가 현격하지 않다면, 비용효율성뿐 아니라 사용편의성 또한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기 마련이다. 보다 간편하고 안정적인 방향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하며,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운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경우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지게 된다. 지름길이 있는데 굳이 큰길로 돌아갈 이유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심플한 ‘버튼인터넷’의 부상

‘버튼’은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간단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단순히 누르는 것만으로 쉽고 빠르게 실행 및 종료할 수 있으며, 비교적 설치가 용이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마찬가지로 IoT 기술 기반의 O2O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버튼을 통해 고객과의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더욱 심플하게 구현 가능하다. 사람을 부르기 위해 초인종을 누르듯, 버튼으로 특정 서비스를 즉시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미 시중에는 여러 스마트홈 관련 앱이 있지만, 방에 불을 켜고 끄기에 이전보다 더욱 편리해졌다고 볼 수만은 없다. 스마트폰의 화면 잠금을 해제하고 앱을 실행해 로그인한 뒤 관련 메뉴에 들어가 원하는 전등이 제어 가능해졌는지 확인하고서야 조작할 수 있다면, 해당 전등 스위치가 닿기 힘든 곳에 있지 않는 이상 그냥 근처로 가서 손을 뻗어 누르는 편이 더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등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버튼이 곁에 있다면 복잡성이 크게 줄어들기에 이야기가 달라진다.

▲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 교수

이에 최근 수원에서 개최된 ‘2016 스마트 커넥티드 월드’ 국제 포럼에서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 교수 겸 스타트업 벤플 대표는 기조강연을 통해 ‘버튼인터넷(Button Internet)’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버튼인터넷’은 버튼을 UI/UX로 삼아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하며, 특히 반복적인 서비스의 경우 내부적으로 단순하게 작동하든 또는 복잡한 프로세스가 요구되든 간에 고객이 간편하게 온/오프를 통해 효율적으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버튼인터넷’을 기존의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반 터치 방식 및 BLE(저전력 블루투스) 기반 비컨 방식과 비교한다면, 먼저 NFC의 경우 사용거리의 한계와 더불어 애플이 자사 스마트기기에 NFC태그 읽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실제로 비컨 기반 서비스를 해보니 신호 수신이 안정적이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유리나 철판과 사용자 수 등에 영향 받아 신호가 교란돼, 삼각측량으로 파악한 위치 역시 정확하지 않았다. 고객이 원할 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비컨의 특성상 원치 않을 때 제공될 수 있어 스팸메일처럼 피해를 주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경전 교수는 “주로 와이파이(WiFi)를 기반으로 하는 ‘버튼인터넷’은 기계적인 온/오프 방식이라 누를 때만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기에, 원치 않을 때 방해받을 일도 없고 배터리 낭비도 비교적 적다. 또 와이파이 범위 내에서는 거리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은 웨어러블 기기와의 연동과 활용에도 유용할 것”이라 설명하는 한편, “‘버튼인터넷’으로 자동화된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를 설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 앱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튼의 재발견

▲ 아마존 대시버튼(왼쪽), AWS IoT버튼(오른쪽)

아마존이 지난해 4월 내놓은 ‘대시버튼(Dash Button)’은 O2O 비즈니스를 위한 IoT 버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생필품 등 즐겨 찾는 제품을 바로 아마존에서 재주문할 수 있는 5달러짜리 손가락만한 기기로, 와이파이에 연결돼 각 제품과 쌍을 이뤄 작동한다. 설정과 관리는 아마존 모바일 앱에서 이뤄지며, 해당 제품이 부족하거나 떨어졌을 때 버튼을 누르면 앱을 통해 즉시 구매가 진행된다. 현재 아마존은 일상용품 관련 기업 100여 곳 이상과 제휴를 맺고 가정용품, 식음료, 건강관리용품, 미용제품, 애완동물용품 분야에서 다양한 ‘대시버튼’을 선보이고 있다.

▲ 아마존 대시버튼 디바이스 판매량 기준 톱10 브랜드 (출처: 슬라이스인텔리전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슬라이스인텔리전스(Slice Intelligence)가 지난 4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대시버튼’ 구매자들 가운데 실제로 상품 주문에 사용한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아직 초기 단계라 지원 브랜드가 제한적이고 구매층도 얼리어답터가 주를 이룬 점을 감안,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를 긍정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에 대한 진성고객을 확보해 보다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면서 새로운 마케팅도 펼칠 수 있고, 더욱이 아마존은 고객층을 넓히고 수익을 올리면서 이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고객들의 소비패턴을 파악해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아마존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연동되는 ‘AWS IoT 버튼’도 지난 5월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반복 구매에만 쓰이던 기존 버전과 달리, 개발자가 프로그래밍할 수 있고 다양한 API와도 통합 가능한 새로운 ‘대시버튼’이다. 원하는 기능을 직접 구현해 자동화된 프로세스를 버튼으로 간편하게 실행한다는 점이 특징으로, 현 버전은 약 1,000번 누를 때까지 배터리가 지속된다.

아울러 핀란드 더버튼코퍼레이션(The Button Corporation)의 ‘bt.tn’, 이스라엘 퀵(Kwik)의 동명의 스마트버튼, 중국 징동닷컴의 ‘JD나우(JD Now)’, 미국 파티클(Particle)의 ‘인터넷버튼(Internet Button)’, 독일 세닉(Senic)의 ‘누이모(Nuimo)’, 스웨덴 숏컷랩(Shortcut Labs)의 ‘플릭(Flic)’, 국내에서는 벤플의 ‘벤플 버튼’, 페이민트의 ‘단추’ 등 다양한 버튼들도 전 세계적인 O2O 비즈니스의 확대에 따라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DIY 제품인 ‘더 스위치(The Switch)’도 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Bt.tn, 벤플 버튼, 넷플릭스 스위치, 플릭

이러한 IoT 기술 기반 스마트버튼들이 좀 더 보급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통신 방식에 따른 전력 소모가 관건으로, 개별적인 대용량 고속전송에 초점이 맞춰져있던 기존 무선 통신망은 다량의 저용량 데이터에 대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전송이 요구되는 IoT 환경에 적합하지 못하다.

이에 따라 시그폭스(Sigfox), 로라(LoRa), LTE-M(Machine type communication), NB-IoT(협대역IoT) 등 다양한 LPWAN(저전력광대역망) 기술이 등장, 본격적인 도입 및 활용이 예상되는 내년부터는 이러한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도 사전 설정이 복잡해질 경우 자칫 버튼을 활용하는 목적 자체와 어긋나게 될 수 있는 점 또한 고려해볼 부분이다.


결론은 UX

지금까지 ‘버튼인터넷’이라고도 불리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살펴봤지만, 이는 IoT 기술 기반의 UX 구현에 있어 선택 가능한 하나의 수단이자 과도기적인 모델일 수도 있다. 아마존의 경우도 프린터의 카트리지나 세탁기의 세제 등 소모품이 바닥나기 전에 이를 해당 전자기기에 탑재된 센서가 인식해 자동으로 주문하는 ‘대시 보충 서비스(DRS)’를 선보이고 있으며, 음성인식 기반 가상비서(VPA)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스마트스피커 ‘에코(Echo)’도 내놓은 바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애플 ‘시리(Siri)’와 같은 가상비서의 활용도가 늘어남에 따라 포스트-앱 시대가 다가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단일 작업을 담당하는 앱은 사람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어려우므로, 이를 가상비서가 맡음으로써 점차 앱들이 통합되면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컨대 방에 불을 켜고 끄기 위해 과거에는 스위치를 눌러야 했고, 이제는 스마트폰으로도 조작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알아서 온/오프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렇듯 보다 자동화되고 스마트한 기술들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기존 채널들의 통합과 최적화 및 이에 따른 옴니채널(Omni-Channel)의 구현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AI 기술 기반 가상비서가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을 통해 제공됨으로써 SF영화처럼 향후 UI/UX 분야의 주류로 자리매김하더라도, 여전히 ‘버튼’을 찾는 수요는 상당기간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용효율성과 안정성 등의 현실적인 이유 외에도, 환경과 용도에 따라 보다 심플한 UX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O2O 비즈니스의 UX에 꼭 버튼 활용을 고집할 필요가 없음은 물론이며, 레버든 페달이든 상관없이 사용자들이 간편하게 가치를 얻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 또한 꼭 물리적인 형태를 취할 필요도 없다. 당장 우리의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면, 예전에 우리의 책상을 차지했던 많은 것들이 가상의 버튼으로 구현돼 터치만으로 쓸 수 있게 돼있다. 즉, 보다 심플한 UX를 추구하고 구현함으로써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IoT 기술 기반의 O2O 비즈니스는 이미 전 산업분야에 걸쳐 가치사슬을 바꿔놓고 있으며, 기업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 모두에서 비즈니스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일관된 UX를 통한 옴니채널의 구현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IT가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수록 보다 간편한 UX라는 지름길에 대한 사용자들의 선호도 역시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제 ‘심플 UX’와 이를 통한 옴니채널의 구현은 IT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필수요건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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