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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사이언티스트를 찾아서] “과거 CRM이 현재 빅데이터의 자양분”백승민 AXA다이렉트손해보험 파이낸스본부 CRM팀 과장

   
▲ 백승민 AXA다이렉트 CRM팀 과장

[컴퓨터월드] 빅데이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 일각에서는 과거 CRM의 전례를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0년대에 CRM이 대두되면서 여러 회사들이 앞 다퉈 분석 CRM 솔루션을 도입했으나, CRM이 내세웠던 데이터로부터 인사이트 도출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석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 솔루션만 도입한다고 해서 실효를 거둘 수는 없었고, 적잖은 곳에서 이를 실패로 받아들였다.

CRM 분야에서 11년간 종사해온 AXA다이렉트손해보험 백승민 과장은 이런 평가에 대해 처음부터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평했다. 그동안 CRM도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었으며, CRM의 이름은 어떻게든 바뀔 수 있으나 그 내면적 가치는 변치 않을 것이란 게 백승민 과장의 생각이다. 과거의 CRM은 현재의 빅데이터를 위한 자양분이 된 셈이라고 여기는 그로부터 데이터 분석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어본다.

 

백승민 과장은 정보통계학을 전공 후 2003년 AXA다이렉트손해보험에 입사했다. 현재 파이낸스본부 CRM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통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09년 ‘제 15회 통계의 날’을 맞이해 통계청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업 정보 시스템(EIS), 업무 평가(Business Assessment),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Business Reengineering), 고객 가치 극대화(Maximize Customer Value) 등의 업무를 수행 중으로, 회사의 다양한 통계 정보를 통합 및 분석해 차별화된 고객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다양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구축과 개선을 계획, 지원, 평가하는 일도 담당한다. 백승민 과장은 “주방에 있는 재료를 분석해 고객이 좋아할만한 메뉴가 무엇인지 조합하고, 매출에 대한 피드백을 맡는다”고 예를 들었다.

아울러 백승민 과장은 통계 정보 공유와 대중화를 인정받아 지난 2011년 ‘제 17회 통계의 날’을 맞이해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 바 있는 다음카페 ‘통계분석연구회(Statistics Analysis Study)’의 현 카페지기(운영자)이기도 하다.

2000년부터 이어져온 이 커뮤니티에는 현재 4만 6천여 명의 회원들이 가입해 있으며, 통계와 분석을 논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백승민 과장은 “다양한 만남과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15년가량 ‘통계분석연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CRM 분야 전문가이자 ‘정보 공유를 통한 윈윈전략’을 실천하는 그로부터 들은 데이터 분석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요즘 통계 분석 분야의 화두는 무엇인가.

빅데이터가 단연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바라보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기 때문이다. 빅데이터가 정착됐다기보다는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며, 향후 수년간 그 이름은 바뀔지 몰라도 영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빅데이터의 사례로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주로 소개되고 있으나, 이를 그대로 국내 현업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시장의 크기부터 다르고, 영업 방식과 조직 생태계도 상이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 일반 기업에서 수익성을 담보하는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예전에 화두가 됐던 한국형 CRM처럼 빅데이터도 각각의 조직과 특성에 맞춘 한국형 빅데이터 분석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
 

한국형 빅데이터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네이버 웹툰 ‘가우스전자’에서 빅데이터를 소재로 다룬 적이 있는데, ‘보고서를 통과시켜주는 마법의 키워드’라며 비즈니스 트렌드 용어들의 쓰임새를 꼬집었다. 빅데이터라는 흐름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이용해 수익부터 꾀하려는 경우도 눈에 띄는데, 이는 마치 CRM 초창기를 연상케 한다.

먼저 경영진부터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할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를 시작한다고 해서 쉽게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후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등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단기간에는 힘들기 때문에 회사부터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를 갖고 분석문화를 받아들여 함께 받쳐줘야 한다.

또 분석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으로,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가 해당 업무를 계속 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국내 기업에서는 일정 기간 이상 근속 시 관리자로 전환할 것을 종용받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는데, 각자 특화된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본다. 사내 전문 인력은 곧 회사의 재산이다.
 

AXA다이렉트의 데이터 분석문화는 어떤가.

한때 CRM이 위기라는 말도 오갔듯이 자사에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역량을 강화해 성과로 증명해냄으로써 분석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현재 전사적으로 내부 컨설팅을 수행,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 시스템에 따르고 있다. 마치 ‘보험이 약속할 때 AXA는 증명합니다’라는 자사 슬로건처럼, 분석조직도 결국 데이터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

분석문화의 정착과 수익의 창출까지는 시간이 걸리다 보니, 그 사이 분석조직의 부침이 심한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분석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경영진에서 중심을 잡고 계획적으로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자사의 경우 이례적으로 CRM팀이 마케팅이 아니라 파이낸스 소속인데, 이 덕에 전사적으로 관리하기가 수월했다. 또 업무 로테이션을 통해 전반적인 업무지식을 갖추고 다양한 분석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자사에서는 COE(Center Of Excellence) 분석조직도 만들어 각 팀별 분석인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QL, OLAP, SAS, 데이터마이닝 등을 교육하며, 업무지식 기반의 분석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사내강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업무지식(Domain Knowledge)이 분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빅데이터가 부상함에 따라 통계 분석이 가능한 이들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비즈니스에 특화된 전문 인력은 여전히 찾기 어렵고, 이는 보험 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해당 분야에 대한 업무지식은 분석업무를 수행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험 분야에서도 고객과 상품을 함께 분석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분석업무를 수행해왔어도 보험 분야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면 적응하기 쉽지 않다.

데이터를 다룰 때 전처리가 70%고 분석이 30%라는 이야기가 있다. 데이터 전처리 과정에서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업무지식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과연 제대로 된 분석결과를 산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패한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구성원의 업무지식이나 몰입도가 부족해 완성도가 떨어지고, 완료 후에도 변수에 대한 대처 미흡 등으로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밖에도, 분석하면서 자기 기준에서 바라보다가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히려 일반사용자들이 분석의 혜택을 받아봐서 더 잘 알기도 한다. 수치가 나열된 간단한 도표도 그 속에 다른 의미를 담고 있을 수 있다. 다차원분석을 통해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는 점이 중요하다.
 

최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 분야가 다양해짐에 따라 개인보다는 조직의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목소리에 공감하고 있다. 앞으로는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데이터 처리 3박자를 고루 갖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조직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창출, 구현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여긴다.

기업 입장에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 못지않게 그것을 현업에 적용하는 게 관건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조직에게는 실행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분석조직에게 쉽지 않은 부분일지라도 분석문화를 바탕으로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통계 분석과 데이터 분석은 별개의 능력이라고 본다. 통계 지식 및 기법도 중요하나, 데이터를 바라보고 분석해 비즈니스 현장에 접목시키는 것은 또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현 시대에는 업무지식을 토대로 새로운 기술과 흐름을 비즈니스에 녹여낼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SAS 전문가로 알려졌는데, 다른 통계 프로그램과 비교한다면.

주로 SAS를 쓰고 있고 R과 SPSS를 접해봤다. 어느 것을 딱히 꼽을 수 없이 각각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규모나 상황에 맞게 쓰면 된다고 본다. 하나의 프로그램에 의존하기 보다는, 데이터의 특징에 따라 상용 패키지와 오픈소스인 R을 병행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SAS의 경우 국내에 들어온 지 20년이 흘렀고, ‘분석인력 양성소’라고 불릴 정도로 국내 분석 환경 조성에 이바지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접할 수 있고, 체계적인 도움말부터 해외 자료들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구할 수 있다.

또 SAS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며, 산업현장별 맞춤형 패키지를 많이 내놨기 때문에 편리한 측면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여전히 SAS만 사용하는 것을 고집한다고 들었다.
 

일각에서는 오픈소스의 약진으로 SAS의 입지가 약해졌다고 보는데.

과거 AXA다이렉트가 최초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시작한 이후 여러 경쟁사들이 이 시장에 진입해 경쟁이 일어나면서 시장 자체가 확대되며 동반성장을 이룬 바 있다. 이처럼 빅데이터 분석 시장이 커지면서 통계 프로그램들도 발전적인 경쟁을 통해 전반적인 상생을 이룰 것이라 본다.

사용자로서는 과거 덩샤오핑(등소평)이 중국경제를 개방하며 취했던 ‘흑묘백묘(黑猫白猫)’와 같은 입장이다.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어느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하든 목적 달성에 적합하면 된다. R과의 새로운 경쟁으로 인해 최근 SAS가 무료 버전인 ‘유니버시티 에디션(University Edition)’을 선보였듯, 통계 프로그램 간 경쟁이 사용자 입장에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R을 통해서는 공유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분석을 접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R이 보급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는 셈이다. 앞으로는 점차 각 프로그램별로 특화된 분야가 나뉘지 않을까 전망한다.
 

AXA다이렉트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보험 분야는 보험 자체의 기간이 존재해 카드나 금융서비스 등 타 금융 분야처럼 주기적으로 고객을 접촉하지는 못하므로, 분석을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제한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특히 자사의 경우 온라인 보험사로서 비대면 채널을 운영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면 채널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콜, 웹, 모바일 등 신규 채널 확대 및 채널 통합 서비스를 통해 어떤 채널로든 ‘끊임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썼다.

보험 분야도 점차 개인화에 비중을 두고 있으므로 맞춤형 특화 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고객의 행태를 분석해 지난 2011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마일리지 자동차보험’도 데이터 활용 사례 중 하나다.

적게 탈수록 많이 할인받는 주행거리별 차등화를 적용한 이 상품은 연간 약정 주행거리에 따라 다른 할인율을 적용해 보험료를 최대 9%까지 즉시 할인해주며, 지난해부터 카카오톡을 통한 ‘보험료 할인상품 사진인증 서비스’도 함께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부분보험료 산출 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요율을 찾고, 콜센터의 음성데이터 분석(Speech Analysis)을 통해 기존에 상담원에게 의존했던 문제의 해결 및 고객만족도 제고를 꾀하고 있다.

이밖에도, 고객 행동을 기반으로 어떤 고객이 디지털 환경에 더 친화적인지 분류할 수 있는 디지털 인덱스 스코어링(Digital index scoring)을 개발해 해당 고객을 우선 디지털 채널로 유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고, 고객경험 플랫폼(Customer Experience Platform)을 통해 고객의 과거이력이나 자사와의 접촉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최근 개방되기 시작한 공공데이터 등 외부데이터를 다루는 부분은 초창기 조사단계라고 보며, 기상청의 날씨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보험 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아직은 개별 기관마다 데이터가 분산돼있는데,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해 향후 통계청 등에서 통합 운영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각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새로운 문화와 함께 업그레이드된다.

 

인터뷰를 마치며 향후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백승민 과장은 “데이터 시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스웨덴의 한스 로슬링 교수가 인구정책을 시각화해 강의하는 것을 보고 단순한 통계 그래픽들이 사용하기에 따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 느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백승민 과장은 “고급 통계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기초적인 통계 지식을 토대로 통계 수요자의 입장에서도 ‘통계분석연구회’를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언어적 제약과 통계 인프라 부족을 정보 공유를 통해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소유한 정보를 나누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 되기를 희망했다. 또 통계청 및 통계진흥원과 함께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재능기부 활동도 지속할 계획으로, ‘통계분석연구회’는 이를 통해 초등학생들이 통계를 쉽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백승민 과장은 AXA다이렉트에서 CRM 분야에 오랫동안 매진해왔지만, 여전히 새롭다고 겸손하게 밝혔다. “최근에도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Business Transformation)이 이슈가 되는 등, 매너리즘에 빠져 지칠만하면 어느새 또 다른 과제가 나타난다”며 웃음을 지었다.
   
▲ 백승민 AXA다이렉트 CRM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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